짧은 이벤트, 그러나 긴 여운으로 남길 바라며

2016년 9월 1일culturalaction

긴 기다림의 끝에서 드디어 사과를 받았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이 드디어 김무성에게 사과를 받아 냈다. 한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고 또 기자회견 내내 뚱한 표정이었으나, 그는 드디어 사과를 했고, 콜트콜텍 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기자회견문에 이름과 전화번호가 들어가 있어서 많은 기자들에게 전화를 받았다. 하나같이 비슷한 질문을 했다. 농성장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아마도 한번도 농성장에 오지 않았던 기자들 같다. 내 대답은 똑같았다. 우리는 사과 받고 끝내기 위해 시작한 농성이 아닙니다. 이번 사과를 기점으로 사회적 해결을 이루고 현장으로 복귀할 때까지 싸울 예정입니다. 또한 김무성 의원이 대표 시절에 한 발언이기에 새누리당 현재 대표 역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튼 사과를 받았다. 김무성 측 보좌관의 안내에 따라 국회에 입장했다. 기자회견 시간이 남아 국회 내 매점에서 잠시 간담회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방종운 지회장은 콜트악기의 만행과 박영호 사장의 악행에 대해 끝없이 이야길 했고, 김무성 의원은 끝없이 귀찮은 표정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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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론관 앞에서 앞서 기자회견이 끝나지 않아 잠시 기다리는 동안 임재춘 조합원이 노콜트 배지를 김무성 의원 가슴에 달아줬다. 누구의 제지도 없이 진행된 이일로 김무성 역시 콜트콜텍 불매운동에 참여를 알리는 모습을 보였다.

인사도 자기소개도 없이 진행된 기자회견 별 감흥이 없다는 표정, 그러나 마지막에 콜트콜텍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문장이 들어갔다. 앞으로 모든 공식 일정에 초대장을 보내드릴 예정이다. 함께합시다. 김무성 씨

그리고 이에 방종운 지회장이 사과에 화답하는 매우 긴 발언을 이어갔다. 방 지회장은 어마어마한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에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김무성에게 노동3권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그간 힘들었음을 토로했다.

290여일 만에 받은 사과는 그렇게 끝났다. 인사도 없이 횡 떠나버리고 기자들의 질문만이 남은 정론관 복도에서 사람들은 짧았지만 큰 여운이 남은 이번 이벤트를 이야기하며 다시 각자의 자리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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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은 다시 1인 시위를 시작하고, 점심을 먹고, 외부에 연대를 떠났다. 이제 곧 여의도 농성 1년이다. 작지만 소중한 이번 승리를 발판으로 꼭 이 싸움이 빨리 끝나고 삶의 노래를 되찾길 바란다.

이제 매미소리가 사라지고 이제 귀뚜라미 소리로 밤 시간이 채워질 계절이다. 기타노동자들의 농성장 옆에 이웃사촌이 생겼다. 백남기 농민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한 여성농민들과 민주당사를 점거하고 세월호 특조위 활동 보장을 요구하는 사람들. 이들의 요구가 최소한 귀뚜라미 소리보다 더 많은 이들의 귀에 들리길 바란다. 또한 우리 사회가 더 많은 요구와 더 많은 구호들로 시끄럽고 더 정치적으로 변하길 바란다.

* 이두찬 _문화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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