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에 묻다. 우리 자신에게 먼저 묻다.

2016년 9월 1일culturalaction

지난 8월 23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는 서울특별시, 진영 국회의원, 용산공원시민포럼의 공동주최로 용산공원 토론회 ‘용산공원에 묻다’가 진행되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4월 국토교통부가 용산공원에 국립경찰박물관(경찰청), 스포테인먼트센터(문화체육관광부), 호국보훈상징조형광장(국가보훈처) 등 박물관과 문화시설 8개를 들이겠다는 용산공원 콘텐츠 기획안을 발표하고, 이에 대해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이 “몰역사적인 부처 간 나눠 먹기”라는 비판이 쏟아진 이후에 열린 자리여서 많은 관심이 주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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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단국대학교 교수는 ‘용산공원의 5대 쟁점’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국토부 주도의 폐쇄적 조성 과정”(조성방식과 주체), “국가공원으로서의 국가성, 국가다움 부재”(공원성격), “용산공원 조성 이후 국가기관과 미군 계속 사용 공간들의 문제”(공원구역), “조사도 없는 졸속적 계획 수립”(공원계획), “보존이란 미명 하에 시설들로만 가득찬 공원이 될 우려”(유산보존) 등을 제기했다. 그리고 조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시민주도 방식으로 전환”, “2세대에 걸친 공원 조성”, “터의 온전한 복원 및 미군시설의 이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전면 개정” 등을 제안하였다.

신주백 연세대학교 HK연구교수는 ‘용산공원의 세계 유산적 가치와 제안’이라는 제목의 두 번 째 발표를 통해서 “기지 터의 역사성을 반영하지 못한 공원화는, 왜 그곳에 공원을 조성했는지, 더 나아가 무엇을 말하고자 강행했는지를 설명해주지 못한다”라고 비판하며 “용산국가공원의 역사성과 장소성은 한반도에서의 근현대사 그 자체를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 핵심 주제어는 식민과 분단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용산기지처럼 식민과 냉전, 거기에 분단의 역사와 현재를 동시에 설명해 줄 수 있는 땅과 건축물은 없다”라며 용산미군기지 터의 역사문화적 장소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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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진행된 지정토론에서 조경진 서울대학교 교수는 국토교통부의 콘텐츠 기획 선정 과정을 비판하며 “용산공원 계획프로세스의 과감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환경의 미래적 가치를 강조하며 “용산공원 조성을 폐쇄 회로에 갇힌 관료집단에 의해 추진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생태문화공간으로 가기 위해 창의적인 시민사회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김정헌 전 문화연대 공동대표는 “터”의 의미와 중요성을 언급하며 용산미군기지 터를 둘러 싼 “역사, 생태축, 시민주체”를 중요한 요소로 제시하였고, 이런 맥락에서 “이 땅의 터 무늬는 미래세대를 위한 평화의, 평화에 의한, 평화를 위한 터 무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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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봄, 문화연대는 “용산미군기지를 생태문화공간으로 만들자”는 시민운동을 사회적으로 제안하였다. 그 사이 용산공원은 국가공원으로 규정되어 특별법을 통해 준비되고 있지만, 과연 문화연대가 제안했던 생태문화적인 가치가 반영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아니 심각한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다. 아직도 미군은 용산공원 부지를 반환하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새누리당 집권을 경유하며 오히려 용산공원내 군사시설 잔류 공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용산참사를 통해 확인했듯이 주변부 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정부가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LH공사가 한남동 외국인아파트를 금융자본에 매각하고, 그곳에 “서울의 베벌리힐스를 만들겠다”는 식의 퇴행적인 개발사업들이 지금 용산공원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용산공원내에 국가기관 주도의 또 다른 막개발을 제안하며 “참여형 콘텐츠”라 억지를 부리고 있다.

용산공원은 또 하나의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주권과 공간의 정의를 되찾아 오는 역사적 과정이다. 시민들 스스로 생태의 가치, 역사문화의 가치, 시민참여의 가치가 살아있는 용산공원을 준비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부엌은 도시까지 그리고 지구라는 혹성까지 연결되어 있고 이는 다시 우주와 맞닿아 있다. 미군은 용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우리들 부엌 안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故 정기용(건축가, 문화연대 전 공동대표)

* 이원재 _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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