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정범

2016년 9월 28일culturalaction

2016 DMZ 국제다큐영화제  <공동정범>

연분홍치마 김일란, 이혁상 감독은 2009년 용산에서 철거민이 경찰의 강제진압에 의해 참사를 당한 그 날 이후부터 줄 곳 용산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용산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많은 사람들이 속보성 영상을 기록하고 있을 때 그는 깊은 이면을 기록하고 있었다. 긴 시간 그의 기록은 어떤 형태로 세상에 나올지가 몹시도 궁금하던 때 <두 개의 문>을 선보이며 참사당시의 생생한 통증을 보여주었고 철거민과 경찰들의 대치가 아닌 그들 모두의 아픔이 시대적 고통임을 보여주었었다.

2016년 용산참사가 발생하고 7년 하고도 9개월이 지난 지금 모두의 기억 속에 용산참사는 장례도 치뤘고 보상도 받았기에 모두 해결된 일로 인식되고 있다. 진실이 왜곡되어 무리한 진압에 의한 죽음이 아니라 철거민이 화염병을 던져 자폭했다는 결론을 내린 검찰에 의해 철거민은 옥살이를 했고 유가족들은 거리에서 365일이 넘는 시간을 울며 보내야했었다. 진실은 무엇인가. 진실을 알리기 위해 김일란, 이혁상 감독의 집요한 카메라가 움직였다. 망루에서 살아 나왔으나 감옥에서 3년, 5년을 살다 나온 철거민들, 그들의 일상 속으로.

김주환, 김창수, 지석준, 천주석, 이충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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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삶은 억울함과 망루 속에서의 공포를 온몸으로 받아 안은 고통의 시간들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2009년 참사당시 용산 철거지역에 연대를 간 타지역의 철거민들이었다. 그들은 망루가 지어 진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연대활동을 위해 용산에 갔다가 참사를 당했고, 구속되었고, 범죄자 아닌 범죄자가 되어 세상에 던져져버렸다. 이들은 서로 연락처도 몰랐고, 이들은 서로 만날 수도 없었다. 출소이후 이들은 철저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누군가는 술과 폭력으로, 누군가는 원망으로, 누군가는 미안함으로, 누군가는 부상에 의한 통증으로, 누군가는 매우 소심하게 자신을 방어하며 시간을 보냈다. 세상에 소리치고 싶고, 세상을 향해 울부짖고 싶고, 세상을 향해 화도 내고 싶지만 아무도 이들의 소리를 들어주지 않았다. 아무도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심지어 이들 서로에게조차.

불타는 망루 속에서 이들은 죽음을 느꼈고, 분노했고 공포에 떨었다. 이들 중 누군가는 죽기 위해 망루에서 뛰어내렸고, 누군가는 살기 위해 뛰어 내렸으며, 누군가는 그저 몸이 움직이는 대로 흐르듯 움직였다. 죽음 앞에서 동지는 누구이고, 부모와 자식은 또 누구였나. 후회와 회한에 몸부림치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온다.

화면가득 망루에서 떨어지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순간 움찔한다. 감옥에서 나온 이들은 참사당일 영상을 5년 만에 처음 보았다고 한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본 그 장면들을 이들은 5년만에 처음 보는 거란다. 그리고 그들은 바로 불타는 그 망루 속에서 생사를 오가는 사투를 벌인 당사자들이다. 이들은 기억을 소환하며 다시금 통증을 느꼈으리라. 그 통증의 크기는 심장이 조여 오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아니 당사자가 아닌 우리 모두는 알 수 없을 그런 크기의 무엇이었을 것이다.

<공동정범> 촬영은 출소자들을 위한 치유의 공간이었고, 출소자들의 호소의 공간이었고, 출소자들의 교감의 공간이 되었다. 또한 이들과 관객과의 교감이며 세상과의 소통의 창구가 되었다. 용산참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며 이들의 통증도 아물지 않았다. 곪아 터진 상처를 터트린 김일란, 이혁상 감독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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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DMZ 국제다큐영화제는 이제 그 막을 내린다. 영화제가 아니라 상영관에서 세상 모든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문화연대 신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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