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질거리는 나의 손

2016년 9월 28일culturalaction

<근질거리는 나의 손>은 적정기술과 생활기술 연구자로서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실험과 교육 활동을 하고 계신 김성원님의 책이다.

이데카와 나오키의 [인간부흥의 공예]의 책의 일부문장을 소개시켜주면서 책이 시작한다.

호소하고 싶다. 모는 것을 공장에 맡겨 그로부터 제조된 물건으로 생활을 때우고, 기기의 스위치를 누르는 것만으로 일생을 보내서는 안된다. … 현대인들도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만들고 생각하고, 꾸미고 그리고 창조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그것이 인간이며,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 공예는 이제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오늘날의 인간에게,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인간성의 한 측면인 ‘만들고’, ‘창조하는’ 기쁨을 고양시키는 역할을 갖고 있다. 직접 공예를 체험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연에 대한 경외와 마음과 환경을 배려하는 마음을 지니게 된다. … 또한 대부분의 공예는 전통에 닿아있어 자연히 지역의 특질, 역사, 민족성을 배워 익히며 다음세대에 이를 전할 수도 있다.

 

책에서는 우리는 누군가와 경험을 나누고, 기술을 공유하면서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일은 인간으로서 오랫동안 해왔던 일이면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것을 하기위해 우리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삶에 필요한 여러가지 기술들을 다 잃어버렸고 이 기술들을 복원하고자 한다. 실제로 여러 곳에서 집짓기, 자전거 고치기, 손뜨개등 삶에 직접적으로 관계된 기술을 익히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의 ‘메이커스페이스’가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또한 많은 제작 워크샵을 통해 제작 활동 뿐 아니라 과정을 통해 만난 제작자들과 많은 질문과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외할머리댁에 베틀기가 있어서 할머니가 직접 삼베를 짰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손발이 척척 맞는다는 말이 그런 것 일까. 실패가 왔다갔다하는 것도 철커덩거리는 소리도…손과 발이 하나가 되어 실이 모여 천이 되고 다시 옷이 되는 것이 신기했다. 나도 그 자리에 앉아서 뭔가 움직여보고 싶었는데, 어린 눈에도 그 어마어마한 것을 만지면 망가져버릴까 그 옆으로 살살 다니며, 엉키지 않게 조심하던 기억이 난다.

예전 살던 집에 있던 발로 구르던 재봉틀이 있어 옷을 붙여주기도 하고 우리 삼형제의 장난감이 되어주었는데 이제는 시골집 창고에 먼지를 쓰고 앉아있다. 때때로 떠주시던 스웨터, 목도리도 이제 입지 않고 엄마 역시 어두운 눈으로 코를 세어가며 뜨개질을 하지 않으신다.

생각해보면 엄마가, 할머니가 했던 일을 나는 하나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

요리도 바느질도 다 사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핸드폰을 들고 앉아 필요한 것들을 검색하여 결제하기 바쁘다. 나는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들을 강요받으며 이 선택이 최선이라 믿고 있다.

소비자로, 공급되는 삶으로부터 세상을 이해하려면 머리만 가지고는 안 된다. 바쁘다는 핑계는 이제 넣어두고 각자에게 맞는 소박한 삶을 유지하는데 시간을 내고 내가 쓰는 도구와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원리와 기술을 이해할 때, 손으로 만지고 보듬고 일해야 진짜 현실을 알게 된다. 이러한 체험은 말로 표현될 수 없다. 우리가 진정으로 물질세계를 긍정하며 알고자 한다면 마지막 남은 희망의 기술은 무엇일까. 그것은 ‘손의 기억 속에 남는 기술’이다.  <끝>

(사)시민자치문화센터 이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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