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어른 전시를 마치고

2016년 8월 25일culturalaction

사람들에게 비난도 받았습니다. 두 어른 이름 팔아서 돈을 벌려고 한다고, 주변동지들의 주머니를 털어 주춧돌을 세워 놓고 이제는 여유 있는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방식이 아니냐고, 비싼 가격에 결국은 있는 사람들만 소유할 수 있는 작품을 파는 거 아니냐고요. 가난한 사람들이 전시장에 가서 무얼 하겠냐며 두 어른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말아 달라고요. 이런 기획은 자재해 달라는 의견도 들었습니다. 힘든 날들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칭찬도 받았습니다. 두 어른의 이야기를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두 어른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주어서 고맙다고, 힘겨운 투쟁의 일상 속에서 두 어른을 만나며 힘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요. 모든 일이 그러하듯 사람들의 관심은 우리를 슬프게도 하고 기쁘게도 하고 때로는 화나게도 했습니다. 그런저런 관심 속에 시작한 비정규노동자의 집 만들기 기획사업 <두 어른>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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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신다고, 힘 드시다 손 사레를 치시던 두 어른에게 삼고초려의 마음으로 찾아가 비정규노동자의 집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두 어른의 동의를 받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전시준비는 기획단의 적극성과 성실함으로 빠르게 진행되었고, 두 어른의 도움으로 작품을 받아 안은 기획단은 벅차고 가슴 뭉클했습니다.

두 어른의 글 하나하나가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우리들이 나아갈 길을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백기완선생님은 삶 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른 말들을 글로 적으셨다고 합니다. 모진 고문을 받으며 감옥 천장에 눈물로 써 내려간 글이었고, 소박한 우리 내 삶 속에서 서글펐던 순간들, 노동자들의 투쟁의 현장에서 가슴 저렸던 순간순간 가슴으로 써 내려간 글들이라고 하셨습니다. 문정현신부님은 전쟁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평화를 이야기 한다는 이유로 탄압받던 현장에서 치밀어 오르던 감정들을 성경말씀에 신부님의 감수성을 섞어내어 새김글을 써 내려갔다고 합니다. 투쟁현장의 일상이 매일 격한 몸싸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고의 시간동안 주변의 나무 조각들을 모아 한 글자 한 글자 새김글을 파내려간 시간이 어언 8년여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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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은 클라우드 펀딩과 1인 1구좌 후원 사업을 통해 3억정도의 비용을 마련했지만 지역에서 올라오는 노동자들의 쉼터를 만들기 위한 공간설립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습니다. 지역노동자들의 쉼터를 만들기 위한 필요조건은 서울역, 용산역, 노량진역등 역 근처의 터를 만드는 것입니다. 역세권이라고 부동산정보를 쳐보면 쉽게 볼 수 있는 비싼 집의 조건입니다. 돈도 없는데 왜 비싼 곳을 알아보는지, 수도권으로 가면 안되는지 등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습니다만 고집을 부렸습니다. 지역에서 올라오는 노동자들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전시는 성공이었습니다.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사람들은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멀리 지방에서 문정현신부님이 주례를 서 주셨던 이야기를 하며 딸아이와 전시를 보러 오겠다는 분도 있었고, 백기완 선생님이 대통령후보로 나갔던 시절 선거운동본부에서 함께 했었다며 작품을 구매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해외에서도 구매 요청이 많았습니다. 배송이 어려워 안타깝게 구매할 수 없는 분도 있었고, 전시가 마무리 된 후 작품을 구매할 수 없냐는 문의 전화도 왔습니다. 어떤 분은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표구와 함께 보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할부 구매는 안되는 것인지 분할 납부를 요청하신 분도 있었고, 작품가격과 무관하게 후원하시겠다며 작품가격의 두 배나 되는 금액을 보내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일일이 열거하기에 부족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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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마감과 동시에 대부분의 작품가격은 입금되었고 남은 일은 배송이었습니다. 배송 업체를 통해서 전달하기 위해 단가를 알아보았는데 그 금액이 너무 컸습니다. 조금이라도 아끼고 절약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울과 수도권은 기획단과 꿀잠 집행위원들이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차량 가득 액자를 싣고 서울 시내를 누비고 다녔습니다. 어떤 분은 고맙다고 음료수도 주시고, 어떤 분은 너무 좋은 전시였다며 칭찬도 해 주시고, 어떤 분은 작품에 쓰인 글귀의 의미를 묻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마움을 전하러 간 우리들에게 오히려 고맙다는 인사를 해주십니다. 멋진 분들입니다.

전시 마지막 날, 닫는 마당에서 저도 한마디를 했습니다.

“처음 시작은 우리 욕심에… 꿀잠 집을 만들기 위해 돈을 모아야한다는 그런 생각으로 시작한 전시였습니다. 전시를 마무리하고 지금… 두 어른께 효도한 느낌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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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신부님은 올해가 사제수품 50주년입니다. 백기완선생님의 통일문제연구소는 내년에 창립50주년이 됩니다. 두 어른을 위한 특별한 기획을 고민하던 끝에 생각한 <두 어른>은 기획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에 두 달, 기획준비에 3달, 전시와 마무리 2달 총 7개월간의 긴 여정이었습니다. 전시에 걸린 모든 작품은 판매가 완료되었고 전시를 통해 기대했던 재정마련은 물론 200% 달성되었고,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을 세상에 알리는 멋진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두어른 전시에 힘을 받은 언론사 기자들이 뭉쳤습니다. 현직언론기자 20여명이 함께 만드는 비정규직 특별잡지 <꿀잠>이 만들어졌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100쪽이 넘는 분량, 비정규노동자의 현실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내용으로 만들어 졌다고 합니다. 전시에 오셨던 많은 분들과 작품을 구매 해 주셨던 분들에게 꼭 추천해 드리고 싶은 잡지입니다. 우리가 왜 이토록 간절하게 비정규노동자의 집을 만들고자 하는지, 우리가 왜 이토록 애절하게 비정규직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우리는 왜 이토록 힘을 모아야하는지를 말해주는 잡지입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535908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 만드는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입니다.

작품을 선뜻 내어주신 두 어른은 물론이거니와 작품을 구매해 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이 전시를 후원하고 온몸으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비정규노동자들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만들어지는 날 모두 모여 흥겨운 한마당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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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유아 _문화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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