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우리는 문화적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문화부 장관을 원한다

2016년 8월 25일culturalaction

조윤선 문화부 장관 후보자 내정에 부쳐

8월 16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신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 조윤선 문화부 장관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여성가족부 장관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낼 만큼 친정부적 성향의 강하게 띄고 있어 ‘낙하산인사’라는 의혹을 피하기 쉽지 않은 인물이다. 최근 문화부 장관으로 내정되었던 인물들이 문화적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이유로 뽑힌 경우가 많았고, 그 결과 문화부가 문화적 가치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정책활동보다는 정부의 공보활동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 또한 실망스럽다.

조윤선 후보자는 여성가족부 장관 재임시절에 게임을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게임중독법)을 통과시키려 한 전력이 있다. 게임중독법은 문화의 긍정적 가치를 발굴하고 확산하기 보다는 규제와 통제의 대상으로 본다는 점에서 이를 추진한 인물이 문화부 장관이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런 인물이 문화분야를 총괄해야하는 문화부 장관으로 내정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또한, 여성가족부 내정을 위한 청문회에서 게임셧다운제를 반대하던 기존입장에서 찬성입장으로 돌변할 만큼 조윤선 후보자는 정치인으로써 진정성도 의심되는 인물이다.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조윤선 후보자가 법조계 출신이지만, 오페라와 미술에 조예가 깊고 예술관련 칼럼과 단행본 작업들을 해온 점을 들며 이번 인사의 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 관심에 의한 활동들이, 특히 특정장르에 대한 관심이 있는 인물이 어떻게 문화부 장관으로 적절한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재 문화행정의 최대 쟁점인 문화부의 독점적인 행정추진체계 문제, 예술가들에 대한 무자비한 검열과 탄압, 민간 거버넌스의 부재 등을 해결하기에는 문화적 전문성이나 정치적 성향을 고려했을 때 조윤선 후보가 적합한 인물이 아님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모든 정부기관 단체장이 그래야 하지만, 특히 문화부와 같은 행정기관장은 그 분야에 대한 오랜 전문성과 정책적 철학인 검증받은 인물이어야만 한다. 하지만, 조윤선 후보자는 같은 정부기간 동안 두 부서의 기관장으로 선임이 되었다는 점에서 어떤 전문성과 철학을 기대할 수 있을까? 특히, 현정부에서 문화부와 여성가족부는 정책적 방향이 상이한 경우가 많았고, 문화산업을 바라보는 입장과 청소년 보호이데올로기에서는 논쟁의 중심이 될 만큼 충돌적인 경우도 많았다. 여성가족부 장관 청문회에서 손쉽게 입장을 뒤집는 조윤선 후보자의 과거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자신의 정치권력 유지를 위해 카멜레온처럼 옷을 바꿔 입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박근혜 정부는 재임 초부터 ‘문화융성’을 국정과제로 삼아올 만큼 문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 기간 동안 문화행정은 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파행적으로 운영되었다. 문화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낙마하는 경우나, 문화부를 비롯한 문화행정기관의 기관장이 공석으로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 했다는 점이 박근혜 정부의 문화행정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예술에 대한 검열은 과거 군부독재 시절 수준으로 돌아갔고, 정와대의 개입과 낙하산 인사로 문화예술전문기관들은 문화적 전문성과 자율성을 잃어버린 식물기관으로 전락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조윤선 문화부 장관 인사를 통해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던 문화계의 마지막 희망마저도 빼앗아 버렸다. 박근혜 정부는 앞으로 남은 임기도 지금과 같이 문화행정기관들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빼앗고, 문화부를 정부의 공보기관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과 다름이 없다. 현재까지만 보면 박근혜 정부는 문화를 국정기조로 삼은 최초의 대통령이자, 최악의 문화행정을 보여준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인사를 재고하고, 진정으로 문화적 가치와 문화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 2016년 8월 17일,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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