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 인천 2호선 탑승기

2016년 8월 25일culturalaction

이두찬 활동가의 친구가 보내온 기고글입니다.

인천 도시철도 2호선이 많은 진통 끝에 7월 30일 드디어 개통되었다. 도시철도 2호선은 인천 시 서구에만 17개 역이 신설되고 국내에서 지하로 운행되는 두 번째 경전철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인천 도심지를 이어주는 철도교통이 미비했던 까닭에 인천 내를 빠르게 이어줄 수 있는 획기적인 교통수단 이였다. 그러나 재원 부족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기 일쑤였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이 많은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에 미운 오리가 백조로 탄생할 것이라 기대를 모았었다.

실제로 탑승해 본 결과 앞뒤로 탁 트인 전망을 조망할 수 있고 통로를 크게 구성해 탑승 가능한 승객 숫자를 늘렸고, 지하철 와이파이를 설치해서 승객들의 편의를 제공했다. LCD를 설치해서 현재 위치한 장소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장점이다. 이 뿐 아니라 유사시 탈출이 용이하도록 선로 중간에 언덕을 만들어 놓았는데, 제3궤조로 인해 잘못 탈출할 시 감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는 안전시설 확충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이 뿐 아니라 역마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 장애인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등 편의시설을 잘 갖추어 놓았다. 무엇보다도 버스로는 몇 시간이 걸리던 거리였던 검단오류부터 운연까지를 불과 48분 만에 주파하여 인천 내 이동시간을 줄였다는 점은 긍정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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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백조가 되었어야 할 2호선은 개통 당일부터 여러 문제점들로 인해 아직은 미운 오리인 채로 남아있다. 인천 도시철도2호선은 ‘도시철도’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수송능력이 낮다.  국토부가 인천 서구의 택지개발 여건을 인식하지 못한 체 경전철 건설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인천 2호선에서 운행 중인 열차의 전폭은 2.65m로 수도권 광역철도가 운영 중인 열차에 비해 수송력이 낮다. 서울 1호선의 경우가 3.12m가량이고 인천 1호선이 2.75m임을 고려해봤을 때 승객 수송력에 있어서 부족할 수 있다. 2량 1편성(향후 4량 1편성)을 하려 했다면 용인 에버라인의 3.2m처럼 수도권 전동열차보다 더 넓게 건설했어야 했다. 실제로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은 모노레일임을 감안해 대구 도시철도 1호선, 2호선 열차(2.75m)보다 넓은 전폭(2.9m)을 가지고 있다.

물론 수송능력은 배차간격 조정이나 량수 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부산 도시철도 4호선의 경우 전폭은 2.4m로 대형 시내버스보다 작지만 6량 1편성을 통해 부족할 수 있는 수송능력을 높였다. 하지만 인천 도시철도 2호선은 현재 량수를 늘릴 방안이 전혀 없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은 공사 시 4량 1편성 대응으로 건설했기 때문에 향후 늘어나는 수요에 따른 대응이 어렵다. 경전철과 무인운전 시스템은 초 단위 배차가 가능할 정도로 세밀하기 때문에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천 도시철도 2호선의 편성 수를 고려해봤을 때 향후 몇 년간은 혼잡을 면치 못할 것 같다. 결국 초기 설계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무인운전으로 인한 문제점도 크다. 열차가 시스템에 의해 제어되기 때문에 급가속과 급 감속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무인운전을 하는 신분당선이나 다른 경전철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가속도가 빠른 까닭에 출발 시 불쾌한 승차감을 주기도 하며 장애인의 경우 넘어질 수도 있다. 우려는 현실이 되어 열차가 제 위치에 정차하지 못한다거나 전력문제로 인해 정지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개통 초기 사고가 많았던 경전철들의 사례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물론 시스템적으로 초창기 문제점들이 발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안전요원 한 명 탑승시키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안전요원을 탑승시켜 정차위치를 바로 잡거나 단전 사고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면 시민들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 신분당선이나 대구도시철도 3호선 등에서는 철도면허를 가진 안전요원을 탑승시켰던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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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도시철도 2호선은 이제 시작이다. 이미 벌어진 일을 두고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설계의 실수를 다시 돌릴 수도 없고, 벌어진 사고들을 다시 담을 수도 없다.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보완해야 한다.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인천시와 인천교통공사는 지적된 문제들, 제기된 문제들을 시민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렵더라도 천천히 발자국을 움직인다면 미운오리는 백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철덕 _인천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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