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탈직장이 꿈꾸는 사회

2016년 5월 2일culturalaction

다음 글은 [문화사회연구소]에서  2016년 4월에 진행한  ‘월담’의 후기글입니다.

문화사회연구소 월례발표회 ‘월담’은 2016년이라는 시간적 상황에서 한국의 현실을 가늠하기 위한 표상으로 ‘사표’를 지목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을 가늠함에 있어 청년은 선호되는 연구대상이다.

문화사회연구소 2016년 4월 ‘월담’
* 문화사회연구소 2016년 4월 ‘월담’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라고 한다. 실업자 100만의 시대다. 안정적인 삶이 꿈이 되어 버린 시대. 취업을 통해서 삶의 안정을 꾀하려는 노력은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무모한 시도인 ‘노오력’일 뿐이다. 단군이래 가장 열심히 자기계발을 하는 세대, 그러나 가장 취업하기 어려운 세대가 지금의 20대다. 계발해야 되는 자신의 능력이란 취업에 필요한 모든 자격을 뜻하는 시대에 사는 사람들. 알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공포가 취업이 안됨으로 인해서 그 불안함을 체감하게 만드는 시대에 살고 있는, ‘노동자’가 아닌 ‘근로자’로 살아가야 되는 삶을 품어야 하는 세대.

‘사표’라는 명사와 어울리는 동사는 무엇일까? ‘어떤 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적은 글’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뜻하는 ‘사표’는 흔히 ‘쓰다’, ‘던지다’, ‘내다’라는 동사와 함께 주로 목적어로 사용된다. 이영롱은 ‘사표’라는 목적어의 폭발적인 출현에 주목한다. 오늘의 신자유주의적 상황에서 ‘사표’라는 사회적 현상을 통해 변화된 삶의 조건 혹은 삶의 조건이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포착하려 한다. 그가 만난 11명의 사람들은 도시를 탈출하여 제주로 이민을 가고 스스로의 삶을 다운시프트(적게 벌더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 생활 방식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한다. 직장이 더 이상 ‘나’를 오롯이 담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실망감과 직장에서 더 이상 ‘나’를 성장시킬 수 없다는 상실감, 그리고 나를 위한 삶이 무엇인지, 세상과 함께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낳은 결과가 ‘사표’다.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라는 질문은 희미해져 가는 나에 대한 실존적 ‘걱정’ 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걱정의 결과가 ‘사표’이다.

『사표의 이유』의 저자 이영롱과 사회자 최혁규 연구원.
* 『사표의 이유』의 저자 이영롱과 사회자 최혁규 연구원

하지만 ‘사표’는 저항적 실천이 아니다. 직장이라는 억압적 공간이 제공하는 상실감이나 소외감에 대한 저항으로서 사표를 독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직장 내 노동의 불편했던 경험은 직장을 벗어난 사회적 삶의 선택하게 만든다. 따라서 그들이 꿈꾸는 기획은 저항적이라기보다 대안적이다. 대안은 항상 토대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탄생한다. 그래서 ‘사표’를 통해 주목해야 하는 것은 행위 그 자체보다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의 변화이다. 그들의 탈직장이 어떤 좌표를 따라가는지를 추적함은 지금의 청년들이 구상하는 사회가 어떤 것인지를 가늠함에 유용하다. 애초에 생산 과정에서 소외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새로운 생산조건을 꿈꾸는 모든 시도가 정치적이다.

  • 맹기돈 _문화사회연구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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