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post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사건 파일 ①] 문화체육관광부 내 건전콘텐츠활성화TF와 단장 송수근

2020년 4월 7일culturalaction

문화연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특별위원회에서는 매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에 기록된 특징적인 사건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그 의미와 실태를 재조명하고, 예술 검열과 통제에 맞선 문화운동의 방향과 과제를 탐색합니다.


블랙리스트 책임자 송수근(현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의 어긋난 건전

2020년, 문화연대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특별위원회(이하 문화연대 블랙특위)”가 설치됐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활동을 밀도 있게 이행하고 상시 점검하기 위한 실천적 기구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가. 기왕 ‘특별’까지 붙은 마당에 끝까지 놓치지 않고 블랙리스트 사태 해결에 힘쓰겠다는 결의 정도로 봐주면 될 듯하다.

매월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사건 파일]를 통해, 문화예술이 국가 폭력에 의해 검열, 감시, 배제, 억압, 차별받았음을 “기억”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첫 연재는, 문화예술계를 검열하는 기구였던 문화체육관광부 내 “건전콘텐츠활성화TF”와 TF의 단장을 맡았던 “블랙리스트 책임자 송수근(현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에 대한 사건 파일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끝나지 않았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그냥 하는 질문은 아닐 터, 종결의 신호를 어디선가 읽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다분히 느낌인가. 어찌 됐든, 그 신호와 느낌은 틀렸다. 이 글을 빌어 단호하고 분명하게 말하고자 한다. “끝나지 않았다”고. 오히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자들이, 자신들이 차별하고 배제한 문화예술계 현장으로 복귀하여 2차, 3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행정기관(청와대와 문체부 등)에서부터 문화예술계 현장으로까지 이어지는 행정편의주의와 관료주의에 의한 구조적 불합리-불공정의 대표적 사례다. 그렇다 보니 블랙리스트 작동 원리를 논하며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접근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동시에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주체들의 책임 또한 다뤄야 한다고 본다.

첫 번째 이유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자들의 도피성 자진사퇴 혹은 면책 수준의 징계 이후, 주요 관련자들이 중간관리직이나 고위직으로 이동하며 여전히 활동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자들로 인해 직접 피해를 입은 문화예술인과 일반 시민들의 권리회복을 위해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나 정부라는 상징적이고 개념적인-그렇다고 실체가 없다고 할 수 없는-단위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피해 입은 문화예술인과 일반 시민들에 대해 블랙리스트 책임자들이 얼마만큼의 성찰적 태도를 가졌는지도 중요하다.

그에 따라,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이고 합당한 사과와 가해자 징계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해결과 재발 방지 대책이 갖춰지는 와중에도, “언제까지 어떻게 반성해야 할지 모르겠다” 말하며 몰염치하게 문화예술계 현장으로 복귀하는 블랙리스트 책임자들이 존재한다.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중대한 국가 범죄

대표적 인물로, 2019년 8월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으로 임명된 송수근을 떠올릴 수 있다. 송수근 총장은 2014년 10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하며, 블랙리스트 집행 방안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은 인물이다. 또한, 이에 해당하는 운영기구인 ‘건전콘텐츠활성화TF’ 단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2014~2015년 건전콘텐츠 활성화 TF를 운영하며 문제 영화를 상영한 영화제의 사후 통제 강화, 심사위원 자격 기준 강화 등이 담긴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방안> 보고서를 작성하여 장관에게 보고하는 등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책임진 실질적 인물이다.

다. 건전콘텐츠활성화TF 관련 판결문
이념편향적인 것에 국민 세금이 지원되지 않게 하라는 김기춘 실장의 지시에 따라 김종덕 장관이 2014. 10.경 송OO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보조금 지원과 관련된 종합계획으로 보고받은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방안」과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세부 실행계획」은 문화예술분야, 콘텐츠, 미디어분야로 세분화되어 있었다. 각 분야는 이념 정치편향 단체・개인에게 보조금이 지원되는 것이 문제라고 하면서 심사단계에서 검증을 강화하여 이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겠다는 개선책을 제시하였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김종덕 장관으로부터 받은 보고를 승인함으로써 사실상 부당개입 범죄사실의 실행방안에 관한 보고라고 판단하였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_(부록)진상조사 결과보고서 : 기관별 2-1 5장_p. 363.
<출처 : 계원예대 블랙리스트 총장 비대위 SNS_블랙리스트 책임자 송수근 , 총장 임명 반대 기자회견(2019.9.2.)>

이러한 인물이 문화예술 현장과 문화예술계로 나아가는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예술교육 기관에 총장으로 임명됐다. 이에 2019년 9월 2일에는 블랙리스트 책임자 송수근 총장 취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개최됐고, 같은 해 9월 11일에는 계원예술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가 진행됐다. 공청회에서 송수근은 대략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1. ‘블랙리스트에 관한 한, 나는 취합 보고만 했을 뿐, 총괄 기획자도 아니고 실행자도 아니다’.
2. ‘얼마나 반성의 기간을 가져야 하는지 모르겠고, 반성의 방식이 어떠해야하는지도 모르겠다.‘
3. ‘죄송하게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내 과거의 혐의가 총장직을 그만둘 근거는 되지 않는다’.


*계원예대 블랙리스트 총장 비대위_<9월 11일 블랙리스트 총장 송수근의 공청회에 대한 논평 중>

언론에 공개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는 9,400여 명이 넘는다. 그중 약 500여 명은 국가를 상대로 집단 민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충북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들은 별도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문화예술인들 중에는 생계로 이어지던 창작 지원이 끊겼고, 감시와 배제, 검열에 의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약 5년 전(박근혜 정부)에 문서화 된 블랙리스트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해결을 위해 많은 이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정작 블랙리스트 책임자들은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한 일이라며, 반성과 성찰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도리어 그 방법을 피해자들에게 묻는 식으로 본인들의 가해를 축소하고 있다. 송수근으로 상징되는 블랙리스트 책임자들의 가장 큰 죄는, 한나 아렌트가 비판하는 “사유 불능의 죄”다.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이 말하기의 무능을 낳았고 행동의 무능을 낳았다.

건전하지 못한 건전콘텐츠활성화TF

‘건전콘텐츠활성화TF’의 시초는,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작성된<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라는 문서에서부터이다. 문서의 주요 내용은 문화예술계에서 정부 비판적인 인사나 단체를 배제(블랙리스트)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13년 9월, 문화예술계 내 좌 편향 작품・행사・사업 등을 사전 검열하고 보수지형 확대의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문화예술정책점검TF’가 출범했다. 이후 2014년 5월, 청와대에서 문체부로 실질적인 ‘블랙리스트’가 전달됐고 이를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문화예술정책점검TF’가 ‘건전콘텐츠활성화TF’로 명칭을 변경하여 연속체의 성격을 띠게 됐다.

건전(健全) [건ː전]
1. 병이나 탈이 없이 건강하고 온전함.
2. 사상이나 사물 따위의 상태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정상적이며 위태롭지 않음.


*네이버 국어사전

앞서 맥락에 의해 건전콘텐츠활성화TF의 구성 배경 자체가 “건전”의 의미와 배치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전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국가 폭력은, ‘다름’을 ‘틀림’으로 치환하여 문화예술계를 병들게 하고 탈 나게 했으며 고립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권력을 거머쥔 자들의 입맛에 맞게 재단되고 오염되어 “건전”이라는 본래 의미를 어긋나게 했다.

어쩌면 자율성, 독립성, 다양성이라는 문화예술의 본질에 있어 “건전”이라는 표현 자체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문화예술은 건강하지 않을 수 있고 한쪽으로 충분히 치우치거나 때로는 의식적으로 위태롭게 하여 우리가 보지 못한 세계의 빈틈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예술의 본질이나 전반에 대한 고민 없이 건전이라는 획일화와 규격화의 검열 프레임은 당시 문화예술계를 정형화했고 피폐하게 만들었다.

예술은 삶과의 관계에서 언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태도를 취한다.”_게오르그 루카치

방송계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되었던 이명박 정부 때부터, 문건의 실체가 드러난 박근혜 정부 때까지. 무려 약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있음에도 정부는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관련자 처벌 등에 대해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2020년에 또 다른 양상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직면하고 있다. 예술이 삶과 접속하여 언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태도를 취한다는 게오르그 루카치의 말처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없애기 위한 치열함과 꾸준함이 필요하다.

2020년 1월 8일 ‘2020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 및 신년음악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블랙리스트 사태 해결과 문화예술의 자유 보장 및 문화예술인들의 생활 안정과 창작 지원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감안하더라도)현재까지 블랙리스트 사태 해결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은 기표로만 존재하고 담당 정부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의지와 실행은 미진한 상태다.

2020년 1월 28일에 출범한 ”블랙리스트 책임자 송수근 계원예술대 총장 퇴진을 위한 공동행동”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는 송수근 총장의 퇴진에 대해 우리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연대 활동을 전개 중이다.

검열 없는 공정한 문화예술계,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온전한 독립과 다양한 예술이 공존하는 문화예술계로 나아가기 위해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현재 진행 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블랙리스트 책임자 송수근 계원예술대학교 총장 퇴진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2020.1.28.)>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Prev Post Next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