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2016년 9월 8일culturalaction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태어나고 너무도 당연하게 엄마는 내 가족 안에 없었다.

여러가지 이유로 엄마와 함께 산지 3년.

고마운 마음과 불편한 마음이 섞여 나를 힘들게 한다. 멀리서 그리워하다 오랫만에 만나는 애틋한 모녀관계로 살다가 매일 부딪치며 대면대면하게, 때로는 퉁명스럽게 변한 우리관계가 속상하기도 하다. 같이 살면 다 그렇게 된다고 할 때, 나는 언제까지고 엄마에게 친절한 딸로 지낼 수 있을 꺼라 자신했었는데, 이제는 엄마도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날은 엄마의 하소연과 한숨이 집안 전체를 어둡게하여 모두를 눈치보게 만든다. 아이들의 작은 행동이나 장난에도 불같이 화를 내기도하고, 우리부부의 말 한마디에 속상하여 울기도 하신다.

나처럼 아이들도, 이서방도 어느 면에서는 가족으로 한편으로는  가족 아닌 어떤 존재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엄마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듯이 엄마도 아직 자신을 이 가족안의 구성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엄마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너희에게 절대 부담스러운 존재로 남지 않겠다는…언젠가 떠날 사람처럼 짐을 싸두고, 자기물건을 알뜰히 챙겨놓는다. 이제 엄마가 함께할 곳은 여기인데, 왜 자꾸 떠나려고 하는지 그런 모습이 화가 나고 또 속상하다.

시간이 갈수록 엄마와 우리는 한 가족이 되어가겠지. 이서방과 엄마는 나 없이도 마트에 반찬을 사러가고, 외식을 하며, 같이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이서방이 특별히 살가워서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시간의 결과물이다. 이미 두 딸들은 할머니 밥이 최고로 맛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할머니에게 메시지 보내는 방법을 친절히 알려주며, 핸드폰에 노래방 어플을 깔아주고 같이 부르는 기특한 손녀들이 있지 않는가~

우리 가족-엄마가 나눠져있고 그사이를 이어주는 건 나뿐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리석은 혼자만의 착각일 수 도 있다. 사실 이미 가족이면서 나와 엄마만 아니라고 한건 아닌지… 아니 엄마도 겉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엄마도 이미 한편으로는 서운하고 한편으로는 의지하면서 함께하고 있었다. 모진소리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몰라도 나중에는 깨닫게 되겠지)

그것이 가족이니까. 언제나 행복할 수는 없는 것이 가족이니까.<끝>

(사) 시민자치문화센터 이승히

m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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