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의 한반도올림픽위원회를 선언하라.

2018년 5월 14일culturalaction

이대택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위원, 국민대 교수

 

  올림픽이 돈과 권력을 포함한 인간계의 정치와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누구도 이것을 부정하지 못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올림픽의, 스포츠의 속성은 이미 정치를 배경으로 삼고 다루어진다. 스포츠가 숭고해 보이면서도 더러운 것임을 우리는 매번의 올림픽에서 경험한다. 사람들은 일상의 그 어떤 것처럼 익숙하게 지나쳐 버린다.

  올림픽이 평화의 상징일 수 있고, 평화를 위한 선의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우리는 바로 직전의 올림픽에서도 경험했다. 남북단일팀과 북한의 참가는 혹시나 하던 올림픽 성공 여부의 불안감을 일소시키는 것은 물론, 판문점에서의 두 정상을 보면서, 이제는 아예 한술 더 떠 북한과의 지속적인 스포츠 교류를 상상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농구 먼저’ 제안은 그 상상이 현실로 다가옴을 느끼게 한다.

  모르긴 몰라도 한국전쟁과 정전협정 이후 국제사회에서 첫 번째 남북의 외교 충돌은 올림픽을 두고 벌어진다. 이미 1947년 국제올림픽위원회 IOC의 인준을 받은 대한체육회는 자칭 타칭 한반도 전체의 대표였다. 그러나 전쟁으로 나뉜 한반도는, 더 이상 대한체육회가 북한의 선수를 포함시킬 수 없도록 한다. 북한은 이런 대한체육회의 역할을 비판하게 된다. 그러면서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올림픽위원회는 1956년 멜버른올림픽에서 북한만의 독립적 위원회를 인준해 줄 것을 요구한다. IOC는 이를 기각한다. 한 국가 한 위원회 인준이라는 원칙을 주지시키는 동시에 북한 선수들의 출전 문제는 남북이 함께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남한에게는 북한의 선수를 포함시키라고 압박한다. 북한에게는 대한체육회를 통하라고 압박한다.

  그럼에도 북한선수들은 출전할 수 없었다. 북한은 대한체육회의 외면으로 자신들의 선수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게 된다. IOC는 한 팀만이 유일한 출전 방법임을 남북에게 알린다. 남한은 북한이 정치적이며 그들과는 소통이 불가능함을 주장한다. 1963년 10월, 북한이 독립적으로 올림픽위원회를 인준받기까지 이 주장들은 7년 하고도 반년 동안 되풀이된다. 같은 기간 동안 북한은 한 번도 올림픽에 선수를 보낼 수 없었다.

  대한체육회는 북한의 국제스포츠 진입을 원치 않았다. 북한선수들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외면했다. 보다 못한 IOC는 대한체육회가 북한 선수들을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IOC로서는 북한에게 독립적인 올림픽위원회를 인준할 수밖에 없음을 알린다. 남한은 모든 가능한 이유로 이를 지연시킨다. 결국 북한의 독립적 인준까지 정치적 수단들은 모두 동원된다. 대한체육회는 원래 IOC가 부여해준 한반도 전역에서의 권한을 남한에서만의 권한으로 축소시키면서까지 북한 선수들의 참가를 막은 것이다. 한반도 전역의 권한과 북한선수 참가 저지를 맞바꾼 것이다.

  한반도에서 올림픽위원회는 하나였다. IOC가 그렇게 봤고 우리도 그렇게 인준된 것이었다. 정치가 이를 둘로 갈랐다. 대한체육회와 남한이 자처한 것이다. 올림픽의 정신이 순수하고 정의로운 것이라 믿고 싶다면, 한반도 두 올림픽위원회는 가장 정치적인 산물임을 인식하고 나서야 믿어야 한다. 가장 정치적이었던 두 위원회의 탄생을 다시 하나로 만드는 것도 당연히 정치적이다. 그러나 올림픽을 믿고자한다면 다시 원상태로 돌리는 것이 역사와 올림픽에 대한 예의일 수도 있다. 내가 한반도에서 단일의 올림픽위원회가 선언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이유다. 그리고 남북스포츠 교류의 마침표가 무엇이어야 할지 제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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