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택용 사진가 전시회를 가다

2016년 6월 24일culturalaction

“좋은 청년이야”

백기완 선생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한옥마당에 울린다.

작은 소리였지만 울림이 있었다. 지팡이를 올려잡으시고는 한바탕 소리를 치려나했는데 아니었다. 6월 21일 경복궁역 인근에 위치한 류가헌갤러리에서 정택용사진가의 첫 개인전을 알리는 소리였다. 마당 한가득 모인 사람들의 얼굴이 낯설지 않은 것이 가족잔치를 하는 기분이었다. 현장에서 당사자가 되어 피터지게 싸우던 노동자도 있었고, 그 노동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세상에 알리는 사진가들고 있었고, 이들과 연대하며 투쟁을 이끌어가는 활동가들, 미술작가들, 변호사, 교수등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정택용사진가의 사진이 말해주듯 한옥마당에 모인 모두는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이 시대의 역경을 넘어보려는 사람들이다. 늘 호통만 치시던 백발노장은 부드럽기만 했고, 악쓰고 거리에 내팽겨쳐져 울분에 쌓였던 노동자들의 얼굴에는 한가득 웃음꽃이 피었다.

정택용 사진가는 용산참사의 아픔을 담아냈고,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투쟁 1895일을 담아냈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절박함을 담아냈고, 밀양의 할매들과 강정의 주민들을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 중에서도 갈 곳 없는 이들이 마지막에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하늘 위, 땅 아래 현실을 한뎃잠이라는 주제로 엮어냈다.

사진1-3

사진2-2

정택용사진가는 작가인사말을 하며 잠시 울먹였더랬다. 그는 말했다.

“오래전 권정생 선생님은 말했었지요. 당신을 찍지 말고 더 낮은 곳의 사람들을 찍으라고. 그러면서 말씀하신 낮은 곳은 청소부였어요. 선생님은 잦은 기침을 하셨고 기침이 멎으면 그 때 다시 만나자고 하셨어요. 그런데 이듬해 선생님은 세상을 떠나셨죠. 흠흠…. 여기 백기완 선생님의 기침소리가 그래서인지 더 마음이 가요. 낮은 곳의 사람들을 떠 올리라는 말씀에 전 높은 곳의 사람들을 찍기로 했어요. 하늘로 오른 사람들요….”

잠시 침묵과 정적이 흘렀고 울컥하는 마음에 정택용사진가의 눈만 멀뚱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혹시라도 주책맞게 눈물이라도 나면 어쩌나… 마음을 다잡으면서 말이다.

한옥마당에는 하늘로 올랐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내기 위해 한없이 낮아진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하늘로 오른 사람들을 지켜내기 위해 수백 일을 아스팔트 위에서 한뎃잠을 마다하지 않은 사람들 오늘 아침까지도 비닐 한 장에 몸을 의지해 거리에서 눈을 뜨고 나온 사람들. 그들이 함께 있었다. 전시장 곳곳에 자신들의 사진을 보며 즐거워하기도 하고, 언제 찍은 사진인지, 어디에서 찍은 사진인지 이야기꽃이 핀다. 잠시나마 한 숨 돌리는 시간들이다. 전시에 참여한 사진가들은 또 이들의 웃음을 담아낸다. 언젠가는 더 크게 더 큰소리로 웃을 수 있기를 소원해보면서 말이다.

사진3-2

사진4-2

사진5

사진8

소박한 잔치가 끝나고 모두들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한다. 식사가 끝나고 모두는 인근에 있는 청와대를 향해 광주출정가를 불르며 한풀이를 한다. 어둠속에서 눈동자들이 반짝거린다. 정택용사진가의 전시는 바로 이런 힘을 가진다. 뭉쳐보자는 힘. 진격해 보자는 힘. 힘차게 두 주먹을 쥐고 팔을 흔들며 거나하게 취한 몸 안에서 무엇인가 용솟음침을 느낀다. 사진가도, 노동자도,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다.

“동지들 모여서 함께 나가자 무등산 정기가 우리에게 있다

무엇이 두려우랴 출정하여라 조국의 민주화 통일을 위해

나가 나가 청와대 향해 출정가를 힘차게 힘차게 부르세”

 정택용사진가의 전시는 7월 3일까지다. 전시장에 가면 그의 두 번째 사진집 <외박>을 구입할 수 있고,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을 후원하는 <노동자의 꽃> 버튼도 살 수 있다. 전시장에서 볼 수 없는 더 많은 사진이 <외박>에 담겨져 있다. 사진가의 삶도 평탄하지만은 않다. 모두가 알겠지만 전시를 통해 사진이 판매되거나 사진집을 구입해 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연대다. 그가 현장에서 낮은 사람들을 담아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보자. 낮은 사람들, 오를 수밖에 없는 사람들, 아스팔트 위를 뒹굴며 한뎃잠을 자는 사람들을 위한 연대와 힘의 구매자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사진7

* 류가헌 갤러리 http://www.ryugaheon.com

  • 신유아 _문화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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