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우리에게 제한상영가를 허하라 – <아트플러스에 제한상영가를 허하라!> 포럼(45호)

2014년 8월 15일culturalaction

우리에게 제한상영가를 허하라

– <아트플러스에 제한상영가를 허하라!> 포럼 

최혁규/ 문화연대

2002년 제한상영가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10년 넘게 제한상영가 등급은 영화계의 골칫거리다. 2008년 제한상영가 제도가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진 바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대안적인 등급제도를 내놓지 못하고 현행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작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콘텐츠산업 진흥계획’의 주요 제도개선 내용 13개 중 하나로 ‘제한상영가 등급영화의 예술영화 전용관에서 상영 허용’이 명시되어 있긴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에서 정부와 심의당국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제한상영가 등급은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와 관객들의 볼 권리의 발목을 붙잡고 있으며,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온라인등급분류 종합지원시스템에 의하면 2013년 작년 한 해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의 수는 14편이고 올해는 16편이다. 2014년이 2/3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미루어봤을 때, 올해 제한상영가 등급 영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제한상영가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들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8월 7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아트플러스에 제한상영가를 허하라!>라는 포럼이 열렸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의 사회로 진행된 포럼은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의 기조발제로 시작해 정상진 아트나인 대표, 김조광수 제작자, 황승흠 국민대 법과대학 법학부 교수의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포럼은 제한상영가 등급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으로 제한상영가 영화가 어떻게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지를 논의하고 이를 위한 대안적인 장소로서 아트플러스 영화관을 제안하고 이런 방안이 실질적으로 가능한지를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개혁과 대안적 해결을 기대하며’라는 기조발제를 통해 제한상영가 제도가 만들어지게 된 상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제한상영가 제도의 문제점과 현행 등급분류제도 문제점 그리고 나아가 영등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런 진단을 통해 제한상영가의 대안적 상영방안, 등급분류제도의 개선, 영등위의 개혁을 이야기했다. 이어 정상진 대표는 엣나잇필름에서 <님포 매니악>을 수입해 영등위에 등급분류 심의를 거치며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고 다시 수정해서 개봉하기까지의 과정들을 이야기하며 심의과정의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호수의 이방인>의 국내 개봉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감독들의 표현의 자유와 함께 관객들의 볼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영등위의 등급분류 재심이 동일한 심의위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황승흠 교수는 심의 과정의 제도적 개선방안과 함께, 영등위가 검열기구로서 작동하지 않고 등급분류의 본래적 정보서비스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법제도적 방안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예전에 비해 매체가 많이 생겨났고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달라졌는데 여전히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행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은 예전의 매체적 상황에 맞춰져 있다고 영비법의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말했다. 객석에서도 영화를 둘러싼 매체 환경이 변했는데 이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전의 제한상영가 논의들은 대부분 등급제도의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제한상영가를 폐지하고 영등위를 민간심의기구로 대체하고 민간자율에 맡기는 형태의 등급제도를 주장하는 토론이었다. 하지만 이번 포럼은 등급제도의 문제를 확장해서 제한상영가를 예술영화관에서 상영하도록 하는 방안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한 논의이고 함께 이야기되어야 한다. 영화를 상영함에 있어서 창작자와 관객의 권리가 훼손되지 않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영화예술이 정부의 검열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라면, 우선 제한상영가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하고 제한상영가 문제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며 나아가 법제도 개선까지 나아가야 한다. 우리에게 제한상영가를 허할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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