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송현동 호텔건립을 둘러싼 법적 쟁점들(45호)

2014년 8월 15일culturalaction
[편집자주]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 19개를 하나하나 열거하며 조속한 국회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 법안 중에는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포함되어있었는데, 이 법은 송현동 부지에 호텔을 지으려고 하는 대한항공을 위해 상정된 법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송현동 부지에 호텔이 지어진다면 다른문제는 없는 걸까요? 호텔 건설에 반대하는 것이 손톱  및 가시같이 경제발전에 방해요소일까요? 그래서 이번 문화빵에서는 ‘송현동 호텔건립,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이와 관련한 문제와 쟁점들을 다뤄보았습니다.  
① 국민의 손톱 밑 가시가 되려하는 ‘대한항공’/ 이원재(문화정책센터 소장)
② 송현동 호텔건립을 둘러싼 법적 쟁점들 / 박선영(문화연대)
③[Q&A]송현동 호텔건립 왜 반대해야 하는가? / 문화정책센터

송현동 호텔건립을 둘러싼 법적 쟁점들

 
 
 

 

문화연대 / 박선영

 
 
<학교보건법>에 의하면 학교주변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이라고 해서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는 유흥시설, 사행행위장 등의 설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호텔, 여관, 여인숙과 같은 숙박시설도 역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의 설치를 제한받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m까지는 절대정화구역이라고 하여 법에서 제한하는 행위 및 시설 설치가 금지돼 있고, 학교경계선으로부터 200m까지 지역 중 절대정화구역을 제외한 지역을 상대정화구역으로 지정해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인정돼야만 허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송현동 지역은 바로 인접한 지역에 풍문여고, 덕성여중고가 있어 절대정화구역에 해당하는 지역입니다. 풍문여고의 경우 교문과 송현동 부지의 거리가 20m도 채 안되어서 호텔이 지어질 경우 심각한 학습환경권의 침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은 이 지역에 호텔을 짓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송현동 지역에 호텔건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려고 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경기부양을 위한 규제완화라는 명목아래 대기업들과 정부는 법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입니다. 전국에는 송현동 이외에도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서 호텔건립이 불허가 된 69건 중 39건이 건립을 재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이 글에서는 송현동의 사례와 같이 학생들의 학습환경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호텔을 건설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법안들과 그 쟁점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관광진흥법 개정안

 
관광숙박업의 사업계획의 승인을 위해서는 <학교보건법>의 규정을 적용받아야 하지만, 정부가 2012년 10월 9일에 제안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에 의하면 <학교보건법> 6조 13항인 호텔, 여관, 여인숙은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상대정화구역뿐만 아니라 절대정화구역에서도 호텔 건립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학교와 위치와는 관계없이 자유롭게 호텔 건립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유흥시설이나 사행행위장이 없는 관광숙박시설에 대해서만 규제를 완화하기 때문에 학교의 보건위생 환경을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호텔과 같은 대형 숙박시설이 들어오게 되면 주변에 유흥시설과 사행행위장들이 자연스레 들어서게 될 것입니다. 결국 유해시설이 없는 호텔이라는 것은 허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

 
2014년 6월 25일,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입지규제최소구역 및 입지규제최소구역계획 신설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입지규제최소구역은 국토교통부장관이 특정지역에 지정할 수 있는데,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토지의 이용 및 건축물의 용도ㆍ건폐율ㆍ용적률ㆍ높이 등의 제한에 관한 사항을 입지규제최소구역계획에 의해서 완화하여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입지규제최소구역계획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자유롭게 토지를 사용하고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입지규제최소구역에서는 <주택법> 제21조에 따른 주택의 배치, 부대시설ㆍ복리시설의 설치기준 및 대지조성기준, <주차장법」>제19조에 따른 부설주차장의 설치,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른 도시공원 및 녹지의 확보,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에 따른 건축물에 대한 미술작품의 설치 규정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고, <학교보건법> 제6조에 따른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에서의 행위제한, <문화재보호법> 제13조에 따른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의 행위제한을 완화하여 적용할 수 있습니다. 즉,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이 되면 건설과 관련된 대부분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거나 완화할 수 있게 됩니다.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이 되면 기존의 거의 대부분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현행 행정의 규제를 받지 않는 치외법권화 될 가능성도 큽니다. 그럴 경우 그 지역의 개발계획에 따라 필요한 건물이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난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무분별한 건설 개발은 건설 자본들의 배만 불리게 되고 오히려 지대 상승의 효과로 이어져 지역주민들은 경제적 압박을 받게 될 것입니다. 

 

 

교육부 훈령 “관광호텔업에 관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심의규정”

 
2014년 8월 5일 교육부는 “관광호텔업에 관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심의규정” 제정(안) 행정예고를 발표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상대정화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심의위원회에서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경우 호텔 건립 가능해집니다.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구성은 교육청 관계자, 구청 관계자, 학교선생님, 학부모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심의의 공정성을 위해 사업자나 그 외에 사업과 관련된 사람들은 회의에 참석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한 교육부 훈령에 따르면 심의 시 사업자가 사업추진계획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합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발언기회를 주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업자가 회의에 참석하게 되면 심사에 대한 청탁의 가능성이 생깁니다. 이전의 경우는 심사자와 사업자가 원칙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번 교육부의 훈령대로 진행된다면 심사자의 신분이 노출되기 때문에 청탁의 위험을 안고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며

 
송현동 부지 호텔건립을 둘러싼 법적인 싸움의 전선들이 점점 확대되어 가고 있습니다. 송현동 부지 호텔건립을 막아온 <학교보건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법안들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의 말처럼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 호텔건립을 규제하는 것이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없어져야 할 규제일까요?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의 가장 큰 모순은 모든 문제를 경제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수렴시켜버린다는 것에 있습니다.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방식도 규제완화가 이뤄졌을 때의 장단점에 대한 토론과 합의의 과정은 빠져 있습니다. 결국 송현동 부지에 호텔이 건립될 경우 잃게 될 학생들의 교육환경권, 송현동 부지와 그 일대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공공적 의미에 대한 논의는 의도적으로 회피되고 있습니다. 
 
만일 정부와 여당이 <학교보건법>의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대한 조항이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면 다른 법들을 통해 <학교보건법>을 무력화시킬 것이 아니라 <학교보건법>을 개정하는 것이 정상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결국 논쟁을 피하고 조용히 통과시키고 싶은 정부와 여당의 검은 속내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미 많은 시민사회가 송현동 문제를 주목하고 있고, 많은 언론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기사가 다뤄졌습니다. 정부와 자본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노력은 여러분들의 관심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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