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사네 TV보기]<아빠 어디가?> – 아이를 보면서 어른이 배운다(43호)

2014년 7월 16일culturalaction

<아빠 어디가?> – 아이를 보면서 어른이 배운다

박은정

ciudad80@naver.com

세계 어디에서도 귀엽다고 하는 민율이를 보기위해 mbc <아빠 어디가?>를 봐 왔다. 아빠 김성주를 닮은 6살 민율이는 새까만 바가지 머리와 똘망똘망한 얼굴, 입담이 좋고 몸짓 손짓이 과장되어 귀엽다.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싫어 꺼억꺼억 울다가도 프로그램 촬영이 더 좋다며 촬영현장에 남는 강단을 갖고 있다. <아빠 어디가?>의 활동이 좋은지 민율이는 적극적이다. 잠 잘 곳이 낡아도 집 보다 좋다하고 조금만 좋은 숙소에도 감탄사를 날린다. 지도를 열심히 보며 길을 찾고, 배가 고프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밥 주세요 하며 스스로 찾아 먹는다. 작년 시즌 1의 게스트로 참여할 때만 해도 5살 민율이는 아주 어린 아이라 생각했는데, 시즌 2에서 아빠와 초저가 홍콩 배낭여행 간 민율이를 보면서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다.
홍콩 날씨가 더워 땀에 젖은 머리로 민율이는 아빠를 열심히 따라다닌다. 제대로 먹지 못해 배고팠던 민율이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으로 컵라면을 준비하면서 아빠에게 계속 방에 들어가서 먹자고 한다. 이유는 게스트하우스 거실에서 먹으면 주위에 있는 여행자들과 나눠먹어야 해서 조금 밖에 라면을 못 먹기 때문인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맛있는 젤리를 나눠 먹기 싫어 한 움큼 혼자 급하게 먹었던 민율이었다. 이제 음식은 함께 나눠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배고파 나눠 주기 싫은 민율이는 이런 저런 눈치 보며 애처롭게 라면을 급하게 먹는다. 순간 웃음이 나오지만 어린아이가 다른 이와의 관계와 자신의 욕구사이에서 순진하게 고민하는 보습을 보면서 이 프로그램이 가진 미덕을 알았다. 귀여운 아이들의 먹방으로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각자가 아빠와 동기 그리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저 웃음만 주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돌이켜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서 예상치 못한 감정에 당황했다.
어린 나이에도 집념 있는 민율이를 보며 나도 6살에 저랬을까하지만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 형제·남매들의 관계를 보면 내 어린 시절 동생과 함께한 시절이 어땠을까 한다. 특히 준이·빈이 남매를 보면 더 생각하게 된다.
성동일 아들 준이는 성선비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행동이 준수하다. 반대로 여동생 빈이는 딱 봐도 말썽 일으킬 여지가 충분한 아이다. 시원하게 뻗은 눈썹과 함께 쌍꺼풀 없는 민눈, 낮은 콧대와 통통한 광대에서 보이는 만만치 않은 귀여운 인상이다. 아빠 성동일은 준이에게는 신뢰를 빈이에게는 묻고 따지기 전에 버럭 한다. 빈이가 양념 안 된 국수를 먹고 싱거워 소금을 치자 한참 물김치 국수 양념을 준비하던 아빠는 버럭 화내며 빈이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한다. 순간 험악해진 분위기에서 준이가 소금 친 국수가 맛있다며 한 움큼 집어 먹어 무안해진 동생을 달래준다. 아들 마음씨에 아빠는 잘못을 알고 딸에게 미안하다 한다. 준이는 천방지축 날 뛰는 동생들을 배려심과 함께 참을성 있는 책임감으로 놀아주고 길을 안내해준다. 준이 어린이의 인품에 놀랐지만 뜨끔했다. 나는 삼남매의 큰 애로 동생들을 감싸주고 돌봐줬을까?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 더욱 서글픈 건 동생들과 함께한 나의 어린 시절 기억이 별로 없다. 기억 난다해도 후회스런 기억밖에 없다. 어린이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 이런 상실감으로 가슴 아파본 적이 처음이라 요즘 적잖이 당황했었다. 내가 살아 온 과거를 별로 추억 못하는 것이 안 될 것 없다 생각했는데, 추억을 간직해야 하고 사진으로라도 남아야 한다며 반성했다. 너무 뻔한 이야기이지만 어른은 아이들을 보면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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