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스코프]입지규제최소구역과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정책(43호)

2014년 7월 16일culturalaction

입지규제최소구역과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정책

박선영 / 문화연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이노근 의원(새누리당)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 핵심내용은 ‘입지규제최소구역’의 도입에 관한 것이다. 도심이나 부도심, 철도역사, 터미널, 항만과 같은 지역을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 하게 되면, 건축물의 용도·건폐율·용적률·높이 등의 제한을 완화하여 건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입지규제최소구역은 토지의 기능을 주거·상업·공업 등으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의 롯폰기힐스나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처럼 여러 기능이 복합된 창의적인 고밀단지의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구도심의 공동화 현상과 노후화를 막고 기존의 도시 기능을 전환하거나 복합적인 사용을 통해 토지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이 주장하는 대로 긍정적인 효과만 나올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이 되어 건설 규제가 완화되면 그 지역에 적합한 방식의 건물이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난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도시재생 차원에서의 지역 개발을 위해서는 충분한 리서치와 계획이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전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오히려 난개발로 인한 지대 상승의 효과로 이어져서 토지가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뿐만 아니라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입지규제최소구역 지정을 통해서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른 건축물에 대한 미술작품의 설치 규정, ‘학교보건법’의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에서의 행위제한과 ‘문화재보호법’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의 행위제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도시공원 및 녹지확보 등을 따르지 않아도 되거나 완화된 적용을 받도록 하고 있다. 놀라울 정도로 건축과정에서 규제받을 수 있는 많은 법들을 이번 개정안 하나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모든 법들은 그 법이 지키려고 하는 고유한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그 많은 법들을 일거에 무력화 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 활성화도 우리사회의 중요한 사안 중에 하나다. 하지만 맹목적인 경제 활성화를 위해 문화, 교육, 환경, 문화유산과 같은 중요한 가치들이 손쉽게 희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경복궁 옆 구 미대사관 부지(송현동)에 대한항공이 7성급 호텔을 짓겠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경우도 ‘학교보건법’의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에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을 지을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건설 계획이 중단된 상황이다. 하지만 송현동 부지가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이 되면 더 이상 호텔 건설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규제 장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송현동 이외에도 전국에서 경제 활성화와 개발논리에 의해서 추진되고 있는 대규모 건설 사업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활개를 치고 다닐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박근혜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규제완화 정책의 추진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마치 규제정책들이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방해요소인 것처럼 호도하며, 각 정부부처들 간에 경쟁적으로 규제완화 정책을 시행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규제정책이라고 하는 법들도 적절한 법적제도를 통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경제 활성화에 기여를 하는 법들도 많다. 그리고 경제발전에 저해하는 법이라고 하더라도 그 법이 추구하는 가치가 경제적 가치와 어떠한 관계가 있으며,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지에 대한 고민의 과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부처들의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사회적 가치와 그 가치들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보다는 경쟁을 통한 실적 올리기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건설 규제와 관련된 많은 법들이 얽혀있다. 그만큼 신중하게 각계 각 층의 의견들을 수렴하고 토론과정을 통해서 결정되어도 모자랄 판이지만, 정부와 여당은 아직 그런 생각까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입지규제최소구역에 지정되는 지역의 경우 건축과 관련한 현행 행정 거의 대부분의 규제를 받지 않을 수 있는 일종의 치외법권화 될 가능성이 크다. 규제완화가 우리사회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알고 있다. 모든 것을 경제논리로 환원하는 우리사회의 한계를 반성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한항공이 서울구 종로구 송현동 일대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7성급 특급 호텔 조감도. 
사진제공;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김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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