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깡총]옥상 실험실 – 에너지 더부살이 제작 후기(42호)

2014년 7월 3일culturalaction

옥상 실험실 – 에너지 더부살이 제작 후기 

청개구리 제작소

지난 5월 ‘옥상 실험실’에서 첫 번째 ‘에너지 더부살이’ 실험(워크숍)을 진행했다. 옥상실험실은 실재하는 공간은 아니다. 옥상의 새로운 발명(?)이라는 다소 엉뚱한 의미를 가지고 소심하게 추진 중인 옥상 실험실은 가상의 공간이자 상상의 공간 그리고 유령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래전부터 문래동과 연남동의 옥상을 오고가며 경험한 옥상은 사용자의 관심에 따라 용도가 무한히 변경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였다. 현재 옥상 실험실이라는 가상의 활동은 마포구 연남동 주택가 3층에 위치한 문화연대 건물의 옥상을 거점으로 한다. 도시의 개발과 함께 사라지는 공간들, 그 틈새에 남아 있는 도시의 옥상은 생활의 오아시스와 같은 공간이 될 수 있을까? 거기에 제작이라는 행위를 덧붙인다면 어떤 오아시스를 상상하고 만들 수 있을까?

에너지 더부살이를 위한 작은 실험 

옥상실험실의 첫 번째 ‘에너지 더부살이’ 실험은 태양광을 이용한 에너지 수확이다. 에너지 더부살이는 도시에서 에너지를 수확하는 게릴라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수확을 위한 도구를 가지고 에너지가 남거나 낭비되는 장소를 연결하는 것이 더부살이이다. 사실 이러한 장소를 힘들여서 찾지 않아도 가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도처에 가까이 있다. 생활 주변의 열과 빛, 소리와 바람 그리고 우리의 몸이 에너지 수확을 위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의 에너지 수확과 사용은 현재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체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무감하게 지나치기 쉬한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의 과정을 다른 시각에서 생각하고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실험실에서 수확 도구로 사용한 작은 태양광 발전은 낮 시간 동안 햇빛에 노출해서 에너지를 집적하고 충전기에 에너지를 모으면 저녁시간에 불을 밝힐 수 있는 간접 조명의 정도의 기능이 가능하다.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태양광 모듈의 가격대는 비교적 높다. 전력 생산도 일반 전기에 비하면 매우 낮다. 그래서 태양광 발전 시설은 아직 생활에서 대중화되지 않았고, 도시 계획이나 설계에 가로등 조명 정도로 태양광 설비를 시범적으로 설치 및 사용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미니태양광 보급 지원 사업을 공지했다. 주택이나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할 수 있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냉장고 1개를 돌릴 수 있는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원자력 발전소 가동이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될수록 대체/대안 에너지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활용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태양광처럼 신재생 에너지라고 주목 받는 자원들이 우리의 생활과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아직 상상하기 어렵다.
무엇인가를 만들다 보면 늘 사용하고 있는 주재료의 출처, 그리고 누가 어떤 환경에서 만들었는지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데 이번에도 역시 태양광의 생산 과정이 궁금했다. 일반적으로 태양광은 친환경 에너지, 대안 에너지로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지만 생산 과정은 그리 친환경적이지는 않다. 반도체 기본 원료가 주재료로 쓰인다. 실험에는 이러한 재료의 구성과 작동 방법에 대한 조사 과정이 포함되었고, 태양광을 경험하는 정도에서 램프를 제작했다. 전기의 원리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부품의 원리를 알아가면서 작은 태양광 모듈로 8개에서 10개에 이르는 LED에 불이 밝혀지자 역시 에너지 더부살이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옥상 실험에는 전자공작을 추가해서 수확 도구의 확장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옥상 실험실에서 제작한 태양광 램프(모델)

원전대신 자가발전, 빛요일

‘원전대신 자가발전 빛요일’ – 오래전에 문래동 ‘랩39’공간 에서 에너지 자립의 실험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들을 모색하고 시도한 적이 있다. 거기에도 매력적인 옥상이 있었다. 자전거 발전기를 이해하기 위해 코일과 몇 개의 자석으로 꼬마전구의 불을 밝히려던 실험은 끝내 실패 했고, 옥상의 빗물 저금통 제작을 위해 여러 조사를 했지만 제작까지 가지는 못했다. 그리고 준비 과정에서 함께 준비하던 멤버들이 후쿠시마 이후 탈핵 운동을 위해 원전대신 자가발전 빛요일이라는 1일 피크닉을 청계 광장에서 진행했었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 직접 보기도 힘들다는 쉐플러 태양 조리기를 가지고 나갔지만 바람이 심해서 계획된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하지는 못했다. 벌써 3년전이다. 생각해 보니 계획에 비해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없었다. 무엇보다 그 당시에는 만드는 것에 대한 감과 기술이 없어서 상상하고 원하는 것을 제작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에 비하면 이제는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옥상실험실에서 하고 싶은 활동이 또 추가되었다. 에너지 더부살이 실험과 함께 ‘자가발전, 빛요일’을 위한 동네 에너지 피크닉, 아니 캠페인도 가능하겠다.
청개구리 제작소 (www.fabcoop.org) 
우리는 유령 제작소입니다. 다르게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청개구리 깡총>에서는 제작과 기술을 매개로 잡다한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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