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사네 TV보기]<하우스 오브 카드> – 잘 알지 못하는 정치, 조금은 알 수 있게 해 준 드라마(41호)

2014년 6월 19일culturalaction

<하우스 오브 카드> 

 

– 잘 알지 못하는 정치, 조금은 알 수 있게 해 준 드라마

박은정

ciudad80@naver.com

얼마 전 양당의 원내대표가 새롭게 선출되고 6·4 지방선거에 곧 있을 7·30 재·보선선거 그리고 새로운 국무총리 지명과 함께 개각으로 정치가 소란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정치에서 내 역할은 표를 행사하는 것이지만 정작 내가 뽑은 정치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크게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차이점이 무엇이며 대통령과 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하게는 당 원내대표가 무슨 역할을 하고 청와대 비설실장이 왜 실세인지 등 잘 알지 못한다. 잘 알지 못하는 정치를 감 좀 잡게 해 준 드라마가 채널n에서 방송한 넷플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다. 미드의 미덕 중의 하나가 전문성이 높아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인데 이 덕을 톡톡히 봤다. 무대는 워싱턴이지만 표준적인 현대 정치 시스템이고 의회와 정부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 의원이 의회에서 표 모으는 재주가 뛰어난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냉소적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예를 들면 신임 정부 초기 실패 없는 국정운영과 개혁적 성과를 내기위한 정책 선택에서 논쟁이 커 부담스러운 이민개혁은 피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조세개혁은 국민의 관심이 적어 피한다. 대신 교육개혁을 선택하는데 이유는 아이들 교육은 관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부담감 적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새로운 교육개혁법이 필요한데 법안의 이름값을 높이기 위해 25년간 진보적인 교육정책을 위해 헌신한 소명감 있는 의원에게 법안 초안을 맡긴다. 하지만 진보적 성향으로 의회에서 통과 안 될 것을 뻔히 알고, 바로 옆방에서 몰래 통과될 법안을 보좌관들에게 만들게 한다. 교육관련 이해관계자들과 논의하여 법안을 최종적으로 다듬어나가지만 반대할 조항은 숨긴 체 협의하며 최종 법안을 만든다. 법안 의회 통과를 위해 구체적인 표를 계산하며 표를 줄 수 있는 의원들 이름을 나열하고 이들과 구체적으로 무엇을 주고받으며 표를 얻을지 논의하며 법안을 통과시킨다. 이 과정에서 소명 있는 의원은 불명예를 안고 로비스트는 씻지 못할 패배를 얻는다. 힘 있는 의원 앞에 힘 없는 의원은 꼼짝없이 다른 의원 지역구 3000천명의 일자리를 위해 자기 지역구 1만 3000천명의 일자리를 가차 없이 희생시켜야만 한다.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잃는지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 무자비한 합리성이 자행되는 정치 세계를 보다보면 ‘민주주의는 과장 돼 있다’라는 의심을 들게 한다. 하지만 다양한 관계들 속에서 벌어지는 긴장감이 매우 흥미진진해 정치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다.
 자신의 표를 팔아 한 몫 챙기려 의회 주변을 서성이는 의원부터 어떠한 회유에도 자신의 소신을 잃지 않는 신념 있는 의원, 양당 간에 이해가 맞아떨어져 합의 가능하고 서로 간에 이득이고 국가의 이익임에도 상대당의 승리를 볼 수 없다며 합의를 거부하는 옹졸한 의원까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 그들을 설득할 줄 아는 정치인과 로비스트, 그리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역할을 보고 있으면 민주주의 꽃이 선거이듯 정치의 꽃이 의회라고 생각되어질 정도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철저히 배제 된 미국 워싱턴 정치를 냉소적으로 보여주는 <하우스 오브 카드>가 대단히 신선하게 보이고 미덕으로까지 여겨지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긴장감이 있기 때문이다. 법안을 상정할 때 절차가 있고,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어 영향을 미치는 언론이 있다. 잘 몰랐을 대학시절 논란이 될 칼럼을 직접 쓴 것도 아니고 편집장이었을 뿐인데도 낙마하는 국무장관 내정자가 있고, 불법정치자금 조사에서 의원 대부분을 소환하여 조사를 벌이는 무서운 검사가 있다. 최고 권력자라도 힘을 미칠 수 없는 고유 시스템들의 긴장감이 존재하기에 드라마 속 인물들은 정말이지 최선을 다해 이리저리 주변을 살펴가며 힘들게 노력한다. 적어도 이 드라마 속에는 저런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 되고 총리가 되지? 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보며 요즘 대통령과 함께 자주 거론되는 청와대 비서실장이 왜 정권 실세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백악관은 최고 권력자 서열에 따라 위계질서가 확실한 곳이다. 하지만 최고 권력자 바로 옆에서 누구를 만날 지 말 지를 결정하는 수석비석관의 모습을 보며 직급 높은 것보다 실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실감나게 볼 수 있다. 부통령이라도 대통령 얼굴을 보기위해서는 수석비서관의 허락을 기다려야 하는 곳이 백악관이다. 대통령이 누구를 만나고 어떤 보고를 받을지는 수석비서관에 의해서 걸러지고 때로는 왜곡된다.  관료제 시스템 위 가장 높은 자리의 고립성을 짐작하게 한다. 아무나 함부로 만날 수 없는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참모진들에 의해 눈과 귀가 잘려나가고 고립의 불안감으로 결국 파국에 이르는 이야기는 남의 나라 드라마 속 이야기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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