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스코프]지역문화진흥법, 지역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법으로 거듭나야 한다(41호)

2014년 6월 19일culturalaction

지역문화진흥법, 지역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법으로 거듭나야 한다

박선영 /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hinggy@hanmail.net

박근혜 정부 집권 기간에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과 같은 문화 관련법들이 통과되었다. 진보적인 시민사회 진영에서 10여년 넘게 이 법들의 제정을 위해 노력을 해왔지만, 그 결실이 박근혜 정부와 같은 보수정권이 그 성과를 가져갔다는 점은 다소 아이러니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의 제정 과정에서 원래 법이 제안된 취지와 다르게 변질되는 부분도 있었으나, 진보진영 측에서는 오래 동안 법의 필요성을 주장해왔기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거나 방관해온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런 점에서 지역문화진흥법의 경우 2014년 1월에 공포되어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이 법에 대한 시민사회영역에서의 심도 있는 토론과정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에서는 지역문화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지역문화정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란 제목으로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서울연구원에 라도삼 미래사회연구실장은 법이 만들어진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문화계 쪽 인사들조차 이 법의 심각한 문제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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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문화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지역 간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킴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국가를 실현하는 것’을 이 법의 목적으로 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식이다. 상식적으로 지역문화진흥법은 어느 주체가 중심이 되고, 어느 주체를 위한 법이 되어야 할까? 당연히 지방정부가 중심이고, 그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법에는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의무와 권한에 내용은 거의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조항 중에 5년마다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평가하여야 한다는 내용은 있다. 하지만 이것도 중앙정부가 세운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에 따라야 한다는 것 이어서 지방정부에게 중앙정부가 권한을 이양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중앙이 관리자이고 지방은 시행자인 현재의 구도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의 잘못된 구도를 보증해주는 법적근거로 작용될 가능성도 있다.
지방자치라는 것은 각각의 지역의 주체들이 자기지역의 특색에 맞는 정책을 세우고 직접 시행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의 주체들에게 분권과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그리고 중앙정부는 지방에서 이런 활동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서포터의 역할을 해야 한다. 지방정부에 대한 예산지원, 지역문화에 대한 조사 및 연구, 지방정부 간의 조율과 균형을 잡는 일,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인력양성 등은 지방에서는 할 수가 없는 일들이지만 지역문화진흥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들이다. 지방자치제가 도입 된지 20년이 넘으면서 지방정부의 권한 강화와 분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을 봤을 때 지금의 지역문화진흥법은 시대착오적인 법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광역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에서도 많은 문화재단이 만들어졌거나 만들어질 계획이다. 그렇다면 지역문화진흥법은 현재의 이러한 상황에 대한 고려가 세심하게 이뤄졌어야 한다. 하지만 지역문화재단과 관련한 법조항에서는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지역문화재단을 지자체의 조례상의 기구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였지만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영향력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역문화재단들은 중앙정부에서 나오는 사업을 하느라 지역과의 관계는 갈수록 약해지고 중앙정부의 하부조직화 되어가고 있다. 지역문화진흥법은 이런 문제에 대해 지방정부와 지역문화재단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시켜주는 근거가 되어야 하지만 이런 고민들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될 만큼 허술하기 그지없다.
지역이 스스로의 문화적 역량을 가진 주체로 성장해야한다는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을 한다. 그래서 지역문화진흥법이 많은 사람들의 지지 속에 만들어질 수 있었지만, 그것이 어떻게 현실화되고 제도화되는지는 엄연히 다른 문제이다. 지역문화진흥법이 이름만으로 존재하는 법이 아닌 실제 지역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는 법이 될 수 있도록 모두의 고민들이 모아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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