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석의 가르치다-배우다]교수-학습 공동체의 활성화를 제안한다(41호)

2014년 6월 19일culturalaction

교수-학습 공동체의 활성화를 제안한다

강정석 / 지식순환협동조합 사무국장, 영상원 강사

sweetreal@naver.com

이 칼럼은 교육과 관련된 주제를 다뤄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번 지방선거의 주요 화제였던 진보교육감의 당선과 관련된 주제를 다뤄야 할 것 같다. 누군가는 이를 우연의 결과라고 하고, 누군가는 세월호 참사를 경험한 ‘앵그리맘’들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라고들 한다. 원인이 무엇이든지 간에, 17개 시·도 중 13개 선거구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되었다. 그 동안 한국 교육의 고질적 문제들을 수차례 지적해온 진보진영에서, 스스로의 능력을 통해 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경쟁과 입시 위주의 교육, 서열화된 대학입시과정, 수도권과 지방 사이 불균형의 심화, 사교육의 급격한 팽창, 소득불균형에서 이어지는 교육 불평등의 심화, 군대식 문화가 아직 남아 있는 교실문화, 문예체교육의 주변화로 인한 지성교육과 감성교육의 분리,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으로 인한 일반고의 슬럼화, 학교폭력과 왕따 등, 현재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려면 끝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이번 선거를 통해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전부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는 한국사회의 정치적·사회적·경제적 문제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단지 교육의 영역에서 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은 나름대로의 진정성을 가지고 이러한 문제들과 능동적으로 대면할 필요가 있으며, 무상급식이나 혁신학교와 같은 대안적 모델들을 설계하고 실험하며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한국 교육의 고질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필요와 의무가 있다. 그것이  (조금은 불명확하지만)  ‘진보’라는 이름 속에 침잠되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열망인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바로 ‘가르치는 사람’, 즉 교사들의 능동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닐까. ‘교육자 스스로 교육되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지며 그렇기에 식상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가장 잊혀져왔던 격언이기도 하다. 이미 교육자는 사회가 인정한 특정한 이수 과정과 ‘인증’을 거쳐 스스로 ‘교육’되었기 때문에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같은 위계적이고 관료제적인 교육문화가 지배적인 사회에서는 이러한 인식은 일반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의 학습공동체는 독립적이면서 소수인 ‘히어로 교사’들의 작은 모임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중요한 의제로 부상했던, 공교육의 새로운 대안적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혁신학교’는 이러한 지배적 인식과 사뭇 다른 환경을 요청하고 있다. 혁신학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협력’이다. 여기서의 협력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문과/이과/예체능으로 나눠진 교육과정의 기계적 구분을 넘어 자율적으로 통합교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과목의 교육과정들 사이의 협력이 요청되며, 이를 위해서는 교사들 사이의 협력 역시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학교와 행정,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협력도 필요하다. 또한 학생들과의 평등한 관계를 통한 협력적 관계맺기 역시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학교에서는 ‘교사’가 협력적인 혁신교육을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즉 혁신학교의 확장을 위해서는 교사들의 ‘교수-학습 공동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처럼 단순히 행정적인 관점으로 교사들을 바라본다면 진보교육감들의 어떤 변화의 시도도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교사들은 혁신교육의 중요한 주체이며,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가르치는 주체에서 ‘배우는 주체’로의 전환을 반복할 필요가 있다. 가르칠 수 있다면, 언제든지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교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진보교육감들이 반드시 달성해야 한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들에게 과중하게 부담되는 행정적인 업무들의 양을 혁신적으로 줄여야 하며, 또한 교사들의 교수-학습 공동체 구성에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우선적으로 혁신학교를 통해 교수-학습 공동체의 긍정적인 모델사례를 만들어내며, 이를 확산시켜 모든 공교육 현장에서 활발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곳으로부터 출발하여,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협력교육을 적극적으로 실험해보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진출처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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