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스코프] 또 개인정보를 적으라고? (40호)

2014년 6월 5일culturalaction

또 개인정보를 적으라고? 

최혁규 / 문화연대 활동가

올해 1월 국민, 농협, 롯데 카드사에서 1억 4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몇 달 뒤인 3월 KT 통신사에서 1천 2백만 명의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나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개인정보에 관련된 프라이버시권의 문제는 인터넷이 상용화되던 2000년 초반부터 문제시되어 왔는데, 최근 스마트폰의 사용과 함께 인터넷 사용이 급증하고 생활의 전반적인 부분이 디지털화되면서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개인정보를 통해 국민들을 관리하고 통치하는 빅 데이터의 문제에서부터 보이스 피싱과 금융사기 등의 각종 범죄까지, 인터넷 상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자신의 개인정보들이 전세계에 있는 어느 누구의 손에 들어가 사용되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다.

개인정보에 관련된 문제는 개인정보 유출, 개인정보 무단 수집, 주민번호를 통한 필수적인 본인인증 등 이전부터 많은 논란이 되어 왔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라이버시권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더 확산된 것 같다.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고 이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시행하기로 했고, 이에 앞서 공공기관 및 민간사업자들에게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 제도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의 대체수단으로 아이핀을 선택했다는 점을 봤을 때, 이 방안은 전혀 문제의 해결이 되지 못할 것이다. 주민번호와 개인정보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 없이 문제가 되는 부분만을 봉합하는 식의 미봉책으로는 개인정보 보호를 통한 정보인권과 표현의 자유가 확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주민번호와 개인정보를 담당했던 안전행정부가 행정자치부로 개편된다고 하니, 독립적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역할과 기능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정될지 아닐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은 오는 8월 7일부터 시행된다 한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공공기관 및 민간사업자들이 주민등록번호 수집하고 이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기존에 수집한 것도 2년 이내에 파기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제16조 ‘개인정보의 수집 제한’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외의 개인정보 수집에는 동의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개인정보를 수집하여야 한다”는 내용과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가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외의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정보주체에게 재화 또는 서비스의 제공을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제18조의 제목을 ‘개인정보의 이용ㆍ제공 제한’에서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ㆍ제공 제한’으로 개정했다. 이는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수집 없이도 개인정보처리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과 특수한 목적 없이 개인정보를 이용 및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을 밝히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만 해당하는 해결방안이다. 그렇다면 본질적인 문제인 주민번호를 통한 본인인증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Large Man Looking At Co-Worker With A Magnifying Glass — Image by © Images.com/Corbis

지난 20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안전행정부가 본인인증을 위해 주민번호의 대체 수단으로 아이핀을 오프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현재 아이핀은 안전행정부의 공공 아이핀 센터에서 발급하고 있는데 이를 발급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 제공이 필수적이다. 이는 아이핀 번호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를 필수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아이핀의 또 다른 형태인 마이핀을 새로 도입해 민간기관에서도 이를 발급할 예정이라고 하니, 주민번호를 통한 본인인증은 여전히 지속될 것이며 전자상으로 주민번호의 수집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민번호를 제공해 13자의 아이핀 번호를 받아서 주민번호의 대체로 사용하는 것은 사용 과정만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본질적으로 들어가면 우리에게 왜 이렇게 개인정보를 제공해달라고 닦달하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인터넷 실명제와도 관련이 깊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실명을 밝히기 전까지 글쓰기를 금지하는 제도인 인터넷 실명제 실시했다. 이는 주민등록번호 등 인터넷 이용자들의 정보를 인터넷에 등록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인터넷 실명제가 의무화되면서 인터넷 사이트 대개가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여 본인확인하고 그 정보를 인터넷에서 보관하며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게 되었다. 그리고 등록된 개인정보는 대통령, 국회의원 등 권력자들을 비판하고 비난하는 글들을 게시한 이를 찾아내는 데에 주로 사용되었다. 정보통신법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한 사업자들은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이용자의 정보를 요구할 때 협조할 수 있다. 달리 말해 행정권력과 경찰권력은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국가가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검열하고 통제한다는 측면에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 및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들의 표현을 검열하고 통제하기 위해 시행된 개인정보의 수집이 주민등록번호을 무단 도용하여 보이스피싱과 금융사기 등의 범죄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하고 아이핀을 대체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만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프라이버시권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어디쯤 있는가? 자신의 개인정보는 인터넷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을까 불안해 하고 있고, 온라인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검열당하지 않을까 하는 자기검열을 하고 있지 않나?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인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시민사회의 노력 끝에 2011년 제정발효되었고 이 법의 제7조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설립되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개인정보 보호의 기능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행정부가 주민번호와 개인정보를 손에 쥐고 있을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도록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권한을 다 위원회에 이전해야 한다. 또한 주민등록번호를 아이핀으로 대체하기 이전에 주민등록번호가 무엇을 위해 있는지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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