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세계인의 재앙이 된 월드컵 (40호)

2014년 6월 5일culturalaction

[편집자주] 우리에게 월드컵은?

이제 곧 전 세계인의 축제라 불리는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됩니다. 우리에게 월드컵은 2002년의 4강 신화, 거리응원, 태극기 패션 등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서 강렬하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거리응원 문화는 대기업의 자본과 결합하면서 상업화되었습니다. 브라질 월드컵 반대시위, 피파(FIFA)의 비리와 같이 월드컵 자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많습니다. 특히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작되어 거리응원을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의견 또한 분분합니다. 이번 문화빵에서는 이런 월드컵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월드컵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 다뤄보았습니다.

(1) 2014년 6월, 거리응원은 증거인멸이다! / 정희준(동아대 교수)

(2) 월드컵, 국가와 자본과 피파의 패스플레이 / 정윤수(스포츠 평론가)

(3) 세계인의 재앙이 된 월드컵 / 박선영(문화연대)

 

 

세계인의 재앙이 된 월드컵

박선영/문화연대

흔히들 월드컵을 ‘세계인의 축제’라고 한다. 월드컵 기간 동안은 전세계인들이 시합 하나하나에 들썩인다. 천문학적인 주급을 받는 축구 스타들이 총출동하고, 대기업들은 엄청난 자본으로 광고에 나선다. 월드컵은 지구촌에 가장 크고 화려한 축제로 많은 축구팬들과 평소에 축구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조차도 월드컵에 열광한다. 하지만 월드컵의 이런 화려함 이면에는 탐욕스런 자본의 논리와 추악한 비리들이 판치고 있다. 월드컵, 과연 세계인의 축제인가? 세계인의 재앙인가? 다음 몇몇 사례들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월드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볼까 한다.

브라질 월드컵 반대시위

브라질 월드컵 개최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축구의 나라로 불리는 브라질에서 개최되는 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작년부터 이어진 브라질 월드컵 반대 시위는 월드컵을 앞둔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고, 그 시위와 대응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작년에 있었던 반대 시위에서는 무려 100만 명 이상의 시민이 거리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이용한 강경한 진압을 했다. 진압 도중에 시위참여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며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한 논란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 시위는 올해까지 이어져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월드컵 개최 12개 도시에 경찰 병력뿐만 아니라 군병력까지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반대시위 측은 브라질 월드컵에 14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다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브라질은 보건, 교육, 교통, 주거 환경과 같은 복지 분야에 대한 지원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브라질 국민들은 사회안전망이 붕괴된 사회구조에서 막대한 공적자금을 월드컵이라는 행사에 투입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이번 월드컵으로 370만명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효과와 3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이득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월드컵 개최로 인한 인프라 투자와 경제적 이득 효과는 일부 대도시지역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월드컵으로 이득을 보는 측은 정부·재벌자본들·피파(FIFA)와 같은 가진 자들이고, 그 피해는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대다수의 가난한 국민들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과 검은 돈에 얼룩진 피파(FIFA) 

현재 월드컵 개최지 선정은 24명에 불과한 피파 집행위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그러다 보니 막대한 이익과 직결되는 월드컵 개최 과정에 끊임없는 잡음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영국의 한 언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 선정과정에서 카타르를 밀어주는 대가로 뒷돈이 오갔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실제 51억원에 달하는 뇌물이 오간 정황도 확보했다고 한다. 이미 블래터 피파 회장의 뇌물수수 의혹들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할 피파는 이미 검은돈의 노예가 된지 오래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피파는 소수의 집행위원들이 비공개적인 방식으로 개최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이런 비리를 조장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래서 소수의 집행위원들이 정하는 방식이 아닌 피파 회원국들이 직접 개최지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직선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월드컵은 더 이상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범세계적인 축제가 아닌 피파라는 절대 권력이 막대한 부를 차지하기 위한 이벤트로 전락해 버렸다.

카타르의 월드컵 경기장 건설과 착취당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2022년에 개최될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과정에서 1,200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 보고서를 발표한 국제노동조합연맹(ITUC)에 의하면 경기장 건설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총 4,000명의 노동자들이 더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막 기후에 해당하는 카타르의 기후는 여름철 한낮에는 50°C가 넘는 폭염 때문에 정상적인 노동을 하기 힘든 조건이다. 하지만 건설현장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러한 날씨와는 무관하게 과다한 노동과 열악한 근무조건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 중에는 수용소와 같은 곳에서 생활하며 일을 하거나 여권을 압수당한 채 노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카타르의 이주노동자 정책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카타르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려면 원칙적으로 ‘카팔라 시스템’(후원자 제도)을 통해야한다. 카팔라 시스템은 이주노동자가 되려면 카타르 국적자인 고용주가 스폰서가 되어주어야 하는 제도이다. 이주노동자는 이 스폰서(고용주)의 허가 없이는 이직도 못하고, 출국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즉, 노예와 다름없는 처지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열악한 노동환경과 초과근무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고, 인력중계업체에 의해서 과도한 수수료를 물거나 임금체불을 당하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한다.

사진출처 : 르몽드

월드컵과 세월호

이번 월드컵은 세월호 참사의 상흔이 채 가시기 전에 열리는 대회이기에 시작 전부터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아직 실종자들에 대한 구조작업은 진행 중이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 기간에 거리응원을 자제하거나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월드컵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이 논쟁은 여러 국면과 입장들이 중첩되어 있는 문제인 만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이 논란 속에서 월드컵이 가지고 있는 추악함과 비윤리성에 대한 비판은 논쟁의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소치 동계올림픽이나 가깝게는 인천 아시안게임과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보듯이 스포츠 메가 이벤트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스포츠 메가 이벤트를 개최한 지방 정부는 과도한 예산투입으로 파산지경에 이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국익과 국가적 위상 제고라는 명목 아래 국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그 이익은 대기업들과 FIFA나 IOC와 같은 기구들이 고스란히 챙기고 있다. 그들은 이익을 위해서라면 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환경파괴를 서슴치 않는다. 지금은 약자에 대한 차별과 착취, 생명에 대한 경시, 환경 파괴와 같은 중요한 가치들을 스포츠를 이용해 쉽게 포장해버리는 그들에 대한 저항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고민의 지점은 세월호 문제를 바라보는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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