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스코프]대안이 부재한 대안, 정치적 상상력의 빈곤(39호)

2014년 5월 22일culturalaction

대안이 부재한 대안, 정치적 상상력의 빈곤 

문화연대/박선영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이번 담화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책으로 ‘해양경찰청(이하 해경) 해체’와 ‘해양수산부 축소’와 같은 예측하기 힘든 내용을 담고 있어서 많은 논란이 되었다. 담화문 발표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며 보수언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진정성에 대해서 떠들어 대기도 했다. 진보진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라며 비판을 했지만 이 글에서 눈물의 진위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눈물을 빼더라도 이번 대국민담화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의 부재와 여전히 낡은 방식의 통치방식을 고수하는 박근혜 정부의 한계를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이번 담화문의 핵심내용이라고 볼 수 있는 해경 축소를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은 이번 세월호 사고의 문제의 핵심을 비껴나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는 일정 부분 해경을 포함한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에게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해경의 적극적이지 못한 대응과 무능함의 해법으로 해경의 해체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해경과 같은 기관들이 전문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만들어주었는지에 대한 비판이 우선 되어야 한다. 정부기관장들의 낙하산 인사로 행정 공무원들의 의욕과 책임감을 저하시키고, 중앙정부의 간섭으로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전문성을 가지는 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막은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이 크다. 결국 이번 개편은 행정조직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일 가능성이 크다.

담화문에서의 박근혜 정부의 화법에서도 문제가 드러난다. 박근혜 정부는 철저히 제3자의 입장에서 이번 사건의 원인을 판단하고, 대책을 정하는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유가족을 포함한 국민들은 이 과정을 지켜보기만 하는 대상으로만 제한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부는 연출자가 되고 국민들은 관객이 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응과 대안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월호 문제는 우리사회 전체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당연히 정부도 그 책임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판관의 입장에서 판결봉만 휘두르려고만 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은 객석에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하도록 종용한다. 정부와 대화를 원하는 유가족들을 막아서고, 대학생들의 평화적 침묵시위마저 불법시위로 규정해 버린 채 국민들은 정부의 발표를 기다리기만 하는 수동적인 주체로 있기를 원한다.

담화문 마지막에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다른 이들의 목숨을 구하려다 희생된 잠수사나 승객들에 대해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으로 치켜세우며, 이들을 무능한 해경을 비롯한 정부기관과 대조를 시키는 방식도 너무나 상투적이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목숨보다 타인을 위해 희생된 분들은 분명 쉽지 않은 행동이고 칭송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런 이분법적인 프레임은 역시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고, 문제점의 진단과 개선과는 다른 이야기일 뿐이다.

이번 대국민담화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을 위한 철학이 여전히 전근대적인 방식에 머물고 있다는 한계를 보여준다. 영웅과 악당을 구분하고, 그 악당을 없애버리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사고방식 속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21년전 서해페리호 사건이 터졌을 때도 그 당시 정부의 대응방식은 이번 세월호에 대응하는 박근혜 정부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의 조직 개편을 통해서 책임기관을 문책하는 방식의 실패는 이미 수십년전에 경험을 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뻔한 대안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이런 방식은 언제든지 제2의 세월호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박근혜 정부는 해경해체라는 강수를 통해서 사람들을 놀라게는 했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이전의 정부와 다를 바 없는 뻔한 말만 쏟아냈을 뿐이다. 지금 박근혜 정부에게 가장 아쉬운 점은 여전히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있는 정치적 상상력의 빈곤이 아닐까?

* 이 글은 부산 민예총 웹진 <글빨>에 공동 개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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