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스코프]서울시 문화정책, 무엇을 할 것인가?(38호)

2014년 5월 9일culturalaction

서울시 문화정책, 무엇을 할 것인가?

최혁규 / 문화연대

지난 4월 23일, 문화연대를 포함한 여러 문화예술단체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2014년 지방선거, 서울시 문화공약 제안을 위한 문화예술단체 1차 토론회>가 있었다. 이 토론회에 참여한 문화예술단체들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분야에서 그 동안의 서울시 문화정책을 평가하고 앞으로 서울시의 문화정책이 지향해야 할 추상적인 방향과 함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을 제안했다. 예술인창작촌 문제에서부터 시네마테크 전용관 지원, 기초 생활권 단위의 문화공간 지원, 마을미디어 활성화, 독립영화의 기반 마련, 예술가들의 처우 문제 등 문화예술생태계의 지속가능성과 더불어 시민들의 문화적 삶을 위해 서울시가 어떤 패러다임과 원칙을 가지고 문화정책의 비전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골자다. 그리고 이날 나왔던 여러 가지 정책 제안들을 모아 서울시의 문화공약으로 제안하는 2차 토론회가 5월 9일에 예정되어 있다.
박근혜정부는 ‘문화융성’이라는 핵심 국정과제를 제시하며 문화로 국민행복과 사회적 통합을 이루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문화를 통치의 수단 혹은 산업적 관점에서 경제성장의 동력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박원순시정의 문화정책은 민관 거버넌스와 여러 혁신정책들과의 연계를 통해 시민들의 문화적 권리와 문화적 삶을 실현시키려는 듯 하지만, 여전히 오세훈 전 시장이 벌려놓은 컬처노믹스의 짐을 떠안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렇다면 6.4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서울시의 문화정책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한다. 서울시의 문화정책에 대한 고민은 서울시 행정의 책임자인 서울시장의 문화정책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지만 서울시라는 지자체의 전반적인 문화정책이기도 하고,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의 문화정책이기도 하다. 이제 서울시 문화정책은 무엇을 할 것인가?
2014년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의 주요업무보고에 따르면 서울시 문화정책의 비전은 “시민과 함께 하는 「역사가 살아있는 즐거운 문화도시」 서울 구현”이다. 2013년 문화관광디자인본부의 정책비전도 “시민과 함께, ‘더불어 창조하는 문화도시’ 서울을 만들겠습니다”로 ‘역사’라는 단어만 빼면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2014년의 정책목표도 ‘시민과 더불어 창조하는 문화도시’, ‘전통문화가 공존하는 역사도시’, ‘생활체육 중심의 건강한 도시’, ‘품격있는 관광매력도시’, ‘문화산업·디자인 중심도시’로, 2013년의 정책목표인 ‘스토리가 넘치는 관광매력도시 만들기’, ‘세계인이 즐겨 찾는 역사도시 만들기’ ,‘스포츠를 통한 건강한 서울 만들기’, ‘문화예술, 디자인으로 희망을 주는 서울 만들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과적으로 2년동안을 관통해온 서울시 문화정책의 이념은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문화도시’이다. 그리고 이 ‘문화도시’가 무엇인지를 추적해봤을 때, 이 ‘문화도시’란 매력적인 관광지이자 역사가 살아 숨쉬는 장소이고, 건강한 삶을 누리며 문화산업으로 일자리가 창조되고, 문화예술 및 디자인으로 활력넘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도시이다. 그리고 이것을 함께 창조해가는 문화적 주체는 ‘시민’들이다. 말로만 들어도 꿈만 같은 일 아닌가?
2014년 세출 예산은 4,927억원으로, 작년도 예산인 5,115억원에 비해 3.7%가 줄었다. 이는 서울시 예산 21조 5,498억원 중 2.3%다. 국가 문화정책과 지자체 문화정책의 중요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박근혜정부가 문화재정을 2%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한 것에 빗대로 보면 적은 예산은 아니다. 서울시 문화분야 전체 예산의 분배 순위는 1위 체육진흥 부분(37.0%), 2위 문화정책 부분(17.4%), 3위 역사문화유산 복원(16.1%)로 퍼센트의 차이는 있지만 작년과 동일하다. 또한 일부는 증액되었고 일부는 감액되었다.증액된 부분은 문화정책·문화예술·체육진흥 부분이고, 감액된 부분은 문화산업·역사문화유산 복원·서울 디자인 육성 및 재정비·관광진흥·도서관정책 부분이다. 체육 부분이 13.3%로 가장 많이 증액되었고, 디자인 부분이 56.2%로 가장 많이 감액되었다. 이는 아마도 2014년 계획 중 생활체육 정책의 비중이 커졌기 때문일 것이고, DDP 개관으로 인해 디자인 부분에 투입되는 전체적인 비용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들을 미루어 봤을 때, 서울시가 현재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생활체육’, ‘문화정책’인 것은 명확하다. 그리고 체육진흥이 체육시설 확충 및 운영, 생활체육·전문체육 진흥 및 전문대회 유치,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운영이고, 문화정책이 문화향휴공간 및 문화기반시설 조성, 재단법인 출연금, 문화시설 운영 및 교류서업 지원이다. 서울시가 현재 중점을 두고 있는 이 두 부분 모두다 공간적 인프라를 확충하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이런 부분이 현재 서울시의 문화정책의 가장 난점을 알려주는 부분이다. 자율적으로 자신의 삶을 형성하고 있는 시민문화에 대한 존중, 기존에 자생적으로 번성하고 있었던 문화예술생태계에 대한 고려, 그리고 문화적 공공성에 대한 이해 없이 손쉽게 시설이나 건물을 짓거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이해부족과 혁신되지 않는 문화행정 구조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런 공급형 문화정책은 ‘시민과 함께 창조하는 문화도시’라는 서울시의 문화비전과도 거리가 있다. 시민도 없고, 문화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화적 공공성의 영역에서 서울시가 무엇을 할 것인가? 바로 이것이 서울시 문화정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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