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깡총]에너지 더부살이(38호)

2014년 5월 9일culturalaction

에너지 더부살이 

청개구리 제작소

제작을 통해 도시의 공간이나 장소를 해킹하는 활동이나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도시 해킹은 공간과 장소의 상황적 전유이자 도시를 읽고 다른 관계를 확장하는 태도이자 실천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에는 제작으로 도시를 해킹하는 방법의 하나로 ‘에너지 더부살이’라고 할 수 있는 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들은 도시에서 에너지를 수확하는 게릴라들이다. 도시 게릴라들은 수확을 위한 도구와 에너지가 낭비되는 장소를 연결한다. 열과 빛, 소리와 바람 등을 통해 순환되는 에너지들을 재사용하며 다양하게 에너지를 수확한다. 지하철역 환풍기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모으고, 도시의 분수대에서 수력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불법적인 기생이기도 하고 유머스러운 생활의 발명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활동은 근본적으로는 에너지의 문제를 온전하게 해결하지는 못한다. 에너지 자급은 분명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이런 상상과 실험은 우리의 일상과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 에너지에 대한 일방적인 수급자이자 소비자라는 우리 자신의 상황을 다르게 만든다.

더부살이 이글루

미국의 작가이자 디자이너인 마이클 라코위츠(Michael Rakowitz)는 공공의 공간을 일시적으로 은밀하게 점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의 작업 중의 하나인 파라사이트(paraSITE/기생)는 도시 공간과 에너지를 전유한 사례이다. 파라사이트는 도시에 일시적으로 임시거처를 만들 수 있는 더부살이 이글루이다. 이 이글루는 건물에서 나오는 난방기 배출구를 에너지로 이용한다. 배출구 에너지를 난방삼아 추운 밤의 잠자리를 해결 할 수 있는 비닐집을 만들 수 있다. 사용 후에는 바람을 빼고 접어서 다닐 수 있다. 실제로 집 없는 사람들은 겨울이 오면 건물의 공기 배출구에 의존해서 추위를 극복하는 경우가 많다. 이 이글루 모델은 다양한 구조와 사이즈로 제작되었고 노숙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이런 작업 과정은 하나의 사회적 은유로 디자인 및 제작되었고 필요한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더부살이 이글루

에너지 기생충  

도시의 풍경과 에너지를 연결하는 파라사이트(energy parasites)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번역하면 ‘에너지 기생충’이다. 이 기생충은 에너지를 수확할 수 있는 작은 장치이자 도구이다. 도시 컴퓨팅과 녹색 디자인에 관심 있는 엔지니어에 의해 몇 개의 모델이 연구 및 제작되었다.  이 도구는 열과 빛, 바람의 움직임을 활용해서 에너지들을 충전하고 재사용한다. 수확한 에너지들은 휴대 전화나 소형 전자 제품 충전 정도가 가능하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제작과 기술은 새로운 것에 의존해서 진화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환경과 물건을 새롭게 다르게 볼 수 있는 관찰과 상상, 그리고 하이브리드적 실험이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에너지 기생충(에너지를 수확하는 충전기 모델들)

에너지 수확 프로젝트 

베를린에서 에너지 수확 프로젝트로 진행한 “지하 전류 Underground Currents”는 주변에서 에너지 수확이 가능함을 상상하기에 충분하다. 이 프로젝트는 지하철역에 지하 전류를 설치하는 동안 에너지의 생산, 유통 및 소비의 다양한 방법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신문 <전류와 이야기 Currents & Stories>을 제작해서 무료로 배포했다. 신문에는 예술가, 발명가, 도시연구자, 철학자의 글을 통해 에너지 생산 유통 소비에 대한 문제와 함께 기술과 사회의 대안 양식들을 제안한다.

에너지 더부살이의 가능성을 찾아서 

최근 문래동의 디스코 테크 옥상, 문화연대의 주워서 만드는 텃밭, 그리고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있는 옥상 프로젝트를 보면서 도시의 옥상이라는 공간을 다시 관찰해 본다. 옥상은 태양을 바로 받을 수 있고, 작은 바람을 만날 수 있고 또 빗물을 바로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장소이다. 이 지나치기 쉬운 환경과 자연물에 더부살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본다. 바람이나 태양광을 이용한 에너지 수급, 태양열 조리기 사용, 빗물을 활용한 물의 수급 등 생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할 것 같다. 물론 이미 많은 것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옥상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기존의 재료와 방식들을 다시 해킹하고 전유할 수 있는 작은 방법들을 적정한 기술로 찾아보려고 한다. 그래서 올해는 옥상에서 다양한 에너지 더부살이를 통해 옥상이라는 공간을 재발명하는 옥상 도감을 만들어 볼까 한다.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에 문의를! (ax@fabcoop.org)
청개구리 제작소 (www.fabcoop.org)
우리는 유령 제작소입니다. 다르게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청개구리 깡총>에서는 제작과 기술을 매개로 잡다한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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