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집담회]‘노동‧현장 문화의 현재와 전망’ 노동문화 집담회(37호)

2014년 4월 24일culturalaction

‘노동‧현장 문화의 현재와 전망’ 노동문화 집담회

기록 및 정리 : 신순영_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삶의 양식이자 이데올로기의 집약이자 중요한 운동의 영역이기도 한 문화, 다양하게 범주화되는 문화에 대해 노동과 현장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해보고자 집담회를 마련했다.
집담회는 2014년 3월 20일 오전, 민주노총 소회의실에서 진행되었고 노동예술단 ‘선언’1)의 김정희‧박현욱‧정은진, 민주노총 경기본부 중서부지구협의회 사무처장 박선봉, 민주노총 문화국장 박효선, 금속노동조합 문화부장 백일자, 노동문화기획 ‘판’ 2) 대표 이사라,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이원재 소장이 참석했다.

현장문화패와 노동조합, 노동‧현장 문화의 현재

신순영: 노동 현장의 문화와 관련한 고민들을 나누고 싶은데 너무 다양하고 방대하고 천차만별이기도 해서 여러분들께 집담회 제안을 드렸다. 지금 현장에서의 노동문화 활동 현황, 활동하면서 느끼시는 점들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박효선: 민주노총이 작년에 현장문화패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했었다. 전담자들이 없다보니 현황 파악이나 그런 것들이 잘 안 되고 있지만, 매체 기준으로 봤을 때 노래, 율동, 풍물, 문학, 밴드 등이 있었다. 대다수가 금속사업장이었고, 무슨무슨패로 파악이 된 건 전국적으로 60~70여 개 정도였다. 그 외 접수되지 않은 모임들도 굉장히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율로 따지면 노래와 율동이 많고, 문화패 활동을 하는 조합원들의 연령대는 30대 후반에서 평균으로 치면 40대 정도로 높은 편이었다.
박현욱: 굉장히 폭이 넓은 이야기다. 현장문화패마다 만들어진 목적, 구성원들의 성격, 활동 방식 등 다 상당히 달라서 하나로 보편화시켜 얘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시작은 대체로 호기심이나 집회 현장에서 봤던 경험 또는 민주노조 내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조직된다. 처음에는 그냥 새롭고 하는 것이 즐거워서 달려가는데, 보통 1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동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문화패 활동을 하면 요즘 많이 하는 얘기가 소위 ‘자기 시간을 뺀다’고 하는데, 남들 다 퇴근하고 남아서 활동해야 하니까 본인의 희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 노동조합이나 조합원들은 그런 수고나 의미성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일정 시기가 지나면 학습이나 토론, 연대활동 등을 통해서 스스로 활동 이유와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문화패들은 남는 것이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 해산되기도 한다. 그리고 예전에 한참 노동조합 운동이 힘을 가지고 치고 나가던 시절에는 단체협약에 근무시간 문화패 활동이 보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문화패 활동 시간 보장을 지켜나가려는 경향이 강했는데 단협안이 개악되면서 서서히 그런 부분까지도 조합원들이 용인하는 분위기로 변화하고 있다. 전체적인 운동의 후퇴랄까, 수세적인 분위기들이 문화패 활동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거다.
박선봉: 고민스러운 게, ‘일상의 모든 것과 싸워라’는 모토를 내건 게 이미 십 년도 더 전인데 여전히 하나도 안 바뀐 상황이고 지금도 유효한 얘기라는 거다. 민주노총 내에 문화패들이 60-70여 개가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기는 한데, 예전에 전체 문화패들 캠프 같은 걸 하면 500명씩 모이고 그런 시절도 있었다. 어쨌든 문화패 활동은 노동조합의 상태, 노동운동의 흥망성쇠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있고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민주노총이나 금속노동조합 담당자들도 분명히 갑갑한 측면들이 있을 거라고 본다. 문화 담당자들은 다 조직실에 소속되어 있고. 내가 문화국장을 할 때도 일 년에 기획한 집회가 220회씩 되고 그랬는데, 문화국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집회 기획이 거의 대부분이다. 민주노총이라는 중앙센터가, 유일하게 한 명 밖에 없는 문화담당자가 그런 역할만 부여받는 상황이 안타까운 거다. 어쨌든 그런 틀을 깨지 않으면 가뜩이나 망가져가고 있는 노동문화, 더 망가져갈 수밖에 없을 것이고, 뭘 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 되는 것이다.
신순영: 예전에는 문화패 활동이 노동자들의 공동체성과 집단성을 담보하는 일상적인 활동이었다면 이제 그런 부분들이 깨져가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 노동 현장은 아니지만 투쟁이나 집회에 문화 활동으로서 들어오는 경우도 많이 있다. 문화연대가 주로 역할을 했던 것 같은데 어떠한가.
이원재: 일단 지금 얘기하는 현장은 굉장히 좁은 의미라고 생각하고, 사업장이 아닌 것은 현장이 아닌 것으로 전제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문화연대는 그 선입견을 깨는 작업을 계속 해왔다. 문화연대를 통해서 들어오는 분들은, 노동운동 진영에서는 운동권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분들도 굉장히 올드하기도 하고 운동권인데. 예를 들면 전통적인 노동운동의 시각으로 보면 새로워 보일 수 있겠고, 그것이 문화연대가 해왔던 이중전략 같은 거다. 그분들도 다 자기 현장이 있는 분들이다, 노동현장은 아니지만. 우리가 주목했던 것은 일상 같은 거였다. 문화연대는 노동자중심성이나 노동문화 중심성, 노동문화를 존중하지만 노동문화 자체가 전부인 것처럼 얘기되는 것들 그리고 장르 중심의 노동과 또 다르게 운동진영 안의 예술운동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비판했었다. 창작자, 생산자를 존중해야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 되는 부분들. 그래서 우리는 보편적 사회권으로서의 문화적 권리를 화두로 등장했고, 이것이 우월적이라는 말이 아니라 우리가 많이 관심을 가지는 작업이었다. 노동문화, 운동문화 안에서 좀 더 다양성을 높이고 관계들을 맺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을 많이 기획하고 연계해왔던 것 같다.
박현욱: 우리가 극복해야하는 약간 모순된 상황이기는 한데, 집회에서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사람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걸 지양하고자 만든 게 사실 우리 팀이었다. 그래서 현장문화패 조직을 하는데, 어쩌다 보니 불가피하게 요청을 받으면 공연을 계속 하다보니까 공연팀으로 인상이 굉장히 많이 굳어져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리 춤을 잘 춰도 사실 조합원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자기랑 같이 일하는 동료가 올라가서 공연하는 것이다. 때문에 노동조합 간부들에게도 가급적이면 현장문화패 조직하고, 그 동지들이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역제안을 하기도 한다. 원론적으로 들어가면 문화를 생산하고 향유하는 주체들, 현장의 노동자들이 그들 스스로의 현장 문화를 채워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담회 참여자들 ⓒ철폐연대

변화하는 집회, 변하지 않는 집회

이원재: 지금은 사람들이 문화제 포맷에 되게 익숙하지만, 우리가 집회 문화 바꾸는 실험을 본격적으로 한 게 2000년대 초부터였고 조금씩 성장하고 영향력이 생기면서는 FTA나 평택 같은 투쟁에서 그 현장을 중심에 놓기 위해 애써왔다. 예를 들면, 오프닝 할 때 발언 안 넣고 영상으로 시작한다거나 집회에서 참여 프로그램들을 많이 넣기도 하면서, 보여주는 공급형 공연이 아니라 공연자와 참여자의 경계를 없애는 시도들을 해왔다. 운동권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홍대쪽 비주류 예술인들을 무대에 올리고 했던 것들도 처음에는 비판을 많이 받았었는데, 일종의 문화적인 어떤 충돌이고. 그런 충돌 자체를 가져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런 작업을 계속 해왔었던 것 같다.
정은진: 문화라는 게 워낙 범주가 다양하다 보니까 정리 안 된 채로 가다보면, 마치 이전까지 노동자 문화를 계속 해왔던 사람들은 그런 다양성에 대한 고민이 없고 집회도 늘 형식적으로 하고 틀에 박혀 있고, 그런데 인디밴드나 그런 사람들은 새롭고, 이렇게 오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재작년 메이데이 때 관을 놓고 그걸로 집회를 시작한 적도 있었고, 그리고 현장에서도 예전에 87년에도 조인트 까고 그런 것들에 대해 투쟁을 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그런 것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왜 이게 이렇게 나뉘는지 그런 것도 조금 고민이 된다.
신순영: 이분법적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지만 여전히 규모가 크고 상징적인 집회일수록 익숙한 틀을 벗어나기 어렵고, 대한문이나 공투단의 투쟁 같은 데서는 이런 여러 가지가 잘 어우러지는 부분이 있다. 비교적 균형 있게 작은 곳에서부터 틀을 깨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준비하는 분들의 문제의식과 노력이 참여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집회에 대한 고민과 실천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
박현욱: 우리가 보통 조직된 노동자들을 만난다고 생각들을 많이 하시고 운동권으로 딱 분류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그냥 사람들이다. 현장문화패 활동을 한다고 해서 막 노동조합 운동으로 굉장히 단련된 것도 아니고. 보통 집회 문화가 되게 틀에 박혀 있고 늘 똑같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아서 인디밴드들이 올라간다거나 아니면 대중들과 호흡하는 문화가 올라가서 신선하다 충격적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집회를 늘 기획하고 그것만 하는 사람들이다. 조합원들은 전혀 안 그렇다. 일 년에 한 번 노동자대회 나오는 사람들이 많고 거기서 투쟁가 일 년에 한 번 듣는 사람도 있다. 텔레비전만 틀면 락밴드 나오고 대중가요 나오고 이런 것들, 그게 일상이다.
이원재:  어떤 공간, 어떤 관계냐에 따라 다를 텐데, 집회 자체가 얼마나 관계성이 생길 수 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예전에는 집회에서 정치발언이 가장 중요했다. 정치발언을 들을 수 없었으니까. 80년대 말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나도 고등학생 때 이대 어디 광장 같은 데서 백기완 선생님의 독재정권 비판 발언을 듣고 굉장히 감동을 받았고,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어떤 공연보다도 최고의 퍼포먼스였다고 생각한다. 무대에 누가 오르는가를 떠나서 우리가 하는 집회가, 사람들이 가장 쉽게 표현하는 말은 ‘재미없어’ 지만 그 안에 많은 의미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집회에 오면 예전에는 힘을 받았다. 어렵게 도로를 점거하고 하는 과정과 그것 자체의 관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문화 프로그램이 없어도 흥미진진하고 스릴 있고 두려움도 있고 감동이 있고, 그런 관계가 형성됐던 집회들이 분명 있었다고 생각한다. 집회의 형식화에 대한 계속적인 고민과 실험 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의 일상이라는 부분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도 예전에 경험했지만 조합원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얘기하는데, 죄송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간부들의 정서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박현욱: 동의지점들이 많다. 예를 들면 의례적인 대표발언을 안 줘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만 할 말도 없는 상태에서 올라가 무고민한 발언을 하는 것들은 문제다. 그러면서 정말 필요한 발언들이 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 실제로 우리가 공연을 가면, 마이크를 잡을 수 없는 조합원들이 와서 오늘 무대에서 이런 얘기를 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꼭 해야 될 말들이 있는 게 집회 공간인데 길게 배정되어 있는 대회사라든가 격려사, 내외빈 소개 것들이 형식적으로 들어가서 정작 현장의 목소리는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우리가 문선하면 무대 위에 어르신들이 의자를 놓고 쭉 앉아 계셨다. 그거 내리는 데도 한참 걸렸다.
박효선: 총연맹에 와서 계속 집회 기획을 하고 있는데 준비 과정에서 보면, 예를 들면 위원장이 꼭 대회사를 해야 한다든지 그런 부분에 대해 간부들의 생각이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경우가 있다. 지금도 노동절이나 전국노동자대회 보면 알겠지만 내빈 소개를 몇 장을 복사해서 읽고 그런다. 대외협력실 같은 경우에는 어쨌든 역할과 입장이 있으니까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는 게 강하다. 격려사 같은 경우도, 예를 들면 대의원대회를 한다든가 할 때 위원장 격려사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온다. 민주노총과 지역본부 간의 격려의 의미가, 어떻게 보면 그게 맞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같은 조직에서 서로 격려사를 주로 받는 게 맞나 뭐 그런 생각도 하고, 나중에 한 번 토론해보자 그런 게 된다.
이사라: 십몇 년 전에 활동하던 단체에서 노동문화실무사전이라는 책을 냈었는데, 앞에 보면 ‘어디 짠한 거 없수?’ 하는 게 있었다. 이게 항상 집회나 노동조합 행사를 기획하거나 어쨌든, 모든 기획 담당자들이 하는 얘기였다. 맨날 보는 거 식상하고 그런 게 있었던 건데, 준비하는 사람들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준비하는 실무담당자들이 인디밴드가 가면 굉장히 자유스럽고 시민 대상이고, 노동 현장 활동가들이 공연을 하면 굉장히 투쟁적이고 시민들한테 부담이 갈 거라는 식의 규정을 지어버리면서 곡해하게끔 만들어버리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문화제가 아니라 집회라고 했을 때는 어떤 팀이 뭘 해도 그냥 공연인 거고, 집회의 가장 큰 퍼포먼스는 실천투쟁이다. 그 집회를 왜 하게 됐는지에 대해서 참가자들이 스스로 뭔가를 하게끔 추동해내는 것이 가장 큰 상징의식이자 필요목적의식인데, 그런 것들이 담보가 안 되니까 뭔가 짠한 거, 화려하고 센 공연을 요청하고 문화팀에게 그런 책임을 전가하게 되는 것이다. 문화제나 행사는 또 다른 접근이어야 하겠지만 실제로 집회에서 요구하는 문화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현장에서 활동하는 문화 활동가들 모두가 좀 싸워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 깨고 가야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정말 이십 년 가까이 안 변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들이라고 생각한다.
집담회 참여자들, 왼쪽부터 백일자‧이원재‧박선봉‧박현욱 ⓒ철폐연대

문화는 이데올로기, 운동의 전망과 함께 가는 고민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신순영: 모두 노동과 현장 문화 활동가들이시니 목표로 공유되는 지점들은 결국 노동자든 당사자 주체든 권리를 찾고 연대를 강화하는 게 아닐까 싶다. 관련하여 각자 활동하면서의 고민과 노력들, 아이디어 차원의 이야기들이라도 나눠 봤으면 좋겠다.
박선봉: 노동문화는 자본 문화에 대항해서 싸워야 하는 것이고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에 결국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본의 문화영역을 깨고 우리의 영역을 확대하고 계급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노동자들한테 뿌려내고 그걸로 노동자들을 설득해내는 과정들이 필요한 건데, 현재 우리들의 조건이 안 되니까 가능한 부분부터 고민해야 한다. 일단은 문화담당자를 정책실로 재배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조합원들의 의식이나 대중문화 등을 밝혀내고 비판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쉽게는 <노동과세계>나 <금속노동자>, <바지락> 등 민주노총과 금속노동조합의 간행물을 통해서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문화적인 주요 현상들이나 사건들을 재해석해서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SNS 등도 활발하니까 확산해내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기존의 문화패들과 함께 하는 수공업적인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고 이데올로기 대응을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동의되는 지점들이 있다면 흩어져있는 힘들을 모아내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문화연대나 관심 있는 연구자들도 있으니 틀을 만들어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이사라: 예전에 노동조합에서는 간부교육이나 수련회 같은 걸 할 때 문화교육을 기본적으로 배치하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점점 없어지고 이제는 문화프로그램이나 대동놀이 같은 것도 없이 뒤풀이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공연 중심의 활동들이 이루어지다 보니 현장 문화교육에 대한 고민과 준비를 하는 단위들이 많이 없어진 것도 있고. 수요들이 없으니까 점점 더 고민을 못하는 부분들도 분명히 있다. 악순환인 것 같다. 문화교육도 단순하게 실무적인 노래 율동 배우기 이런 게 아니라 노동자 문화의식이라든가 그런 부분들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하고 연구하고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내는 게 사실은 총연맹에서 함께 고민해야 하는 부분일 것 같다. 지역의 어느 대공장에서는 조합원 교육이 8시간 정도 배치가 되는데, 입찰을 넣어서 이벤트 회사가 딴 경우도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단체들이 같이 준비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 지금은 거의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는 거다.
박선봉: 우리가 좀 힘이 있으면 산재교육 빼듯이 문화교육 시간을 단협에 넣게 만든다던가 하는 제안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우리 주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본다. 우리의 활동이 왕성하고 역량이 잘 드러나면 안 그럴 텐데 우리도 거의 못하고 있으니까.
이사라: 우리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게, 예전에는 노동조합 교육위원들이 하나하나씩을 다 배치를 하면서 전체 기획을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귀찮으니까 이벤트 회사에 맡겨버리는 거다.
박현욱: 그런데 조금 아쉬운 게 활동가마인드랄까, 안 되어 있는 텃밭을 탓하기보다 텃밭을 만드는 작업부터 하려고 계속 찔러보고 만날 때마다 얘기하고 뒤풀이할 때도 얘기하고, 그런 부분도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그런 문화교육을 하고 다닌다. 물론 현장의 담당자들은 노래하고 율동하고 이런 건 줄만 알고 왜 이야기를 하느냐고 반문하는 경우도 있다. 현장에서 그런 부분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계속 파고 들어가고 작업을 해야 할 것 같고, 이제 그런 게 먹히지 않는다는 식으로 단정 짓는 게 더 위험할 것 같다. 실제 현장에 들어가서 교육을 해보면 오히려 굉장히 열려있다. 전체적으로 노동운동 자체의 전망이 너무 희석되고 이제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 그런 틀 안에서의 활동을 하다 보니까 계급문화로서의 이데올로기성 자체에 접근할 기회조차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계속 새롭게 조직하는 마인드로 접근하고 조직하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조직에서 문화담당자를 없애거나 축소시키는 추세고 문화는 굉장히 곁다리처럼 취급된다. 그러면 말 그대로 기획사가 되는 거다. 아까 문화정책 얘기했는데, 민주노총 차원에서는 여러 의제들을 가지고 굉장히 다양한 토론회들을 하고 있는데 문화와 관련해서는 얘기할 수 있는 공개적인 테이블 자체가 없다. 아예 문화학술제 개념으로 해서 문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안을 가지고 끝장토론도 하고 각 단위별로 어떤 입장들을 가지고 있는지 좀 내서 풍부화하고 그런 자리가 필요하다. 주체들이 더욱 노력을 해서 스스로 그런 공간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문화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과 명확한 방향성을 담은 조직적 의지가 필요하다 

이원재: 노동조합 문화가 노동문화의 대표적인 진지이고, 이것에 대한 생태계와 그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원론적으로는 누구나 다 노력해야 하고 문화예술인들이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왜 민주노총이 여기에 투자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이 있다. 다 민주노총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이런 큰 단체들, 주체들이 이제 생태계에 대한 고민들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한다. 그래야 얘기하고 있는 노동조합 교육이라든가 하는 것들에 대한 에너지가 생길 것 같다. 생산자든 창작자든 예술가든 무엇이라고 표현하든, 이런 사람들이 계속 이런 공간들과 네트워크들을 통해서 만나고 오늘의 이런 자리도 일상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생태계에 대한 투자가 너무 없고, 계속 집회나 그런 것들을 통해서 단기적인 효과를 원하는 요구에 부응하느라 바쁘다. 그러다보니까 민주노총의 문화라고 하면 항상 집회에 대한 기획을 하고 문화예술계와의 채널링을 해주는 정도에 국한되고 그러다 보니까 축소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문화예술노동자에 대한 정책이나 그런 것들이다. 한국에서 굉장히 계급적인 예술주체들은 자기의 것에 대해서 얘기를 하지 않는다. 항상 헌신적이고 사회 변화를 먼저 말한다. 가장 극단적인 불안정노동이나 그림자노동이 실은 예술계의 현실인데, 계급운동을 이야기한다면 문화예술노동자 문제에 대해 주목하고 정책이나 조직화 등에 대해서 좀 많이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예술가가 다 이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런 것들이 작동되어야 사회적인 영역에서 계급적 시각이나 반자본주의 운동이 일상성들을 좀 확보할 수 있고 진보적이고 대안적인 문화를 같이 할 수 있는 주체들도 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선봉: 공간의 문제는 중요한 것 같다. 지역본부에 가면 요새는 번듯한 공간을 받아놓은 데들이 있는데 쓸 게 없으니까 대부분 놀리고 있다. 운영할 주체와 프로그램들이 빈약하니까 못 하는데, 총연맹이나 금속에서 먼저 해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원재: 지자체들도 다 하는 것들이고 의지와 관계된 문제일 수 있다. 자본주의 권력의 주류가 문화예술인들한테 이런 정책을 펴는 것은 그것이 갖고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인데, 오히려 운동진영이 느리다는 점이다. 이미 더 작은 단위도 해내는 것들이기도 하고, 그런 분위기와 환경과 이야기를 붙이는 것이 민주노총이나 금속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안 해줘도 다 해 왔는데, 이제 와서 문화예술계에 이거 해달라는 게 아니라, 이런 것들을 만들어나가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노동문화를 바꾸고 생성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또 많은 효과들을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은진: 거기서 고민이 되는 게, 어떻게 계급성을 담보할 건가 하는 점이다. 지자체나 정부 입장에서도 공동체가 자꾸 파괴되니까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 자체의 위기를 관리하는 전략으로 참여형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거고, 그래서 협동조합이니 이런 것들도 지원을 하는 건데. 우리도 똑같이 거기를 한 번 파보자 하는 건 운동의 방향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가는 안에서 계급성을 담보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으면 그냥 공중부양이 되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박선봉: 그래서 프로그램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에서는 프로그램만 있으면 따로 공간 확보를 안 하더라도 지역주민센터나 이런 데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이원재: 꼭 지자체의 지원을 받자는 뜻으로 제안한 건 아니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독립적으로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사실은 콜트콜텍도 올해 그런 걸 하려고 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지의 문제다. 노동문화를 놓고 봤을 때 민주노총이나 금속이나 이런 큰 덩치의 조직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고민을 하는 것이 필요하고,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래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박효선: 예전에 영화 “식코”를 단체상영하면서 의료민영화의 실체를 알려낼 때, 어떤 영화인지 아니까 여러 단위들이나 지자체에서 일단 거부반응을 일으켜서 상영 공간 마련이 어려웠었다. 그런 사례나 시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단지 프로그램화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겠지만 프로그램은 지금도 많이 있다고 생각되고, 노동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 문제 하나하나 해결해가면서 우리의 계급성의 문제라든지 이런 것들도 같이 동반될 수 있다고 본다.
정은진: 그것도 결국에는 운동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해야 하는 것과 같이 가는 것 같다. 아까 교육 얘기하셨는데 작년에 어느 단위에서 조합원들이 자꾸 아프니까 건강 프로그램, 체조 같은 걸 제안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근골격계 교육하고 연동해서 가져가야지 왜 조합원 교육시간에 한 시간 내내 체조를 하려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자꾸 이렇게 흘러가는 것에 대한 우려랄까, 하기는 하는데 뭔가 안정적으로 마련이 되면 이렇게 되어버린다는 거다. 조합원들이 많이 와야 되고, 그러면 아.. 건강체조 좋아해, 그러면 젊은 요가선생님 와야 하나? 이런 식으로. 그런 걸 제어할 수 있는 그런 거.
박현욱: 지역본부 중 정말 번듯한 소극장을 가진 데가 있는데, 그 공간을 문화단체가 쓰면서 정작 조합원인 현장문화패들은 대관해서 사용을 한다. 조건들을 마련하는 것보다 그 조건을 채워낼 내용들이 얼마나 갖춰져 있는가 하는 부분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원재: 다른 얘기일 수도 있는데, 특히 문화는 더 그럴 텐데. 우리가 자본을 열심히 잘 따라 해서 빼먹을 게 아니라, 우리가 더 부러워보여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 스스로가 그런 관계들이나 그런 장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엄밀히 말하면 민주노총 본부 공간에 반드시 문화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CJ푸드빌 건물이 보여주는 게 내가 보기에는 지금 남한 자본주의의 가장 초고도화된 상징이다, 공간 하나 로고 하나 설계 하나 그냥 한 게 없다. 민주노총 건물에 있는 무언가 노동문화의 상징이어야 된다고, 그게 좀 멋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미있을 수도 있고 부러울 수도 있고 자본이 봤을 때 짜릿하고 좀 무섭기도 하고 이런 다층적인 의미의 문화가 생산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것과 관련된 논쟁도 치열하게 나올 수 있고 그래서 같이 성장하는, 이런 의미로서의 장인 것 같다. 이런 식의 전략들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해서 공간을 예로 든 거다. 몰라서 용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묻는 건데, 민주노총 안에 노동조합 문화에 헌신해왔던 파트너들과의 협의체가 있는가. 우리는 경제만 우선시하는 국가에 왜 노동이나 복지를 배제하느냐고 문제제기하는데, 똑같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 안에서도 그런 문화적인 권리나 감수성을 항상 고민하고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위원회도 둬야 한다고 생각하고 거기서 이런 얘기들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서 힘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의지가 있다면 당장 공간을 만들지 않더라도 그런 게 시작점이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집담회 참여자들, 왼쪽부터 정은진‧박효선‧이사라‧김정희 ⓒ철폐연대

구조적 현실을 토대로 일상에서의 계급성을 환기하는 노동문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박현욱: 박효선 동지가 문화국장이 되면서 초기에 개인적으로 제안했던 부분이 그런 맥락이었다. 민주노총 ‘문화원’의 개념, 문화도 전선의 위치에 있는 것이고 자본 문화와 이데올로기적으로 싸워야 하고, 외화된 형태로 싸워야 하는데 그것의 어떤 본산이 될 수 있는. 또 그런 것들을 관통해서 채워낼 내용들을 우리가 가지고 있고 중심을 세워내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집중을 하는 것, ‘짠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어떻게 변별될 건가 하는 부분들 말이다. 노동문화가 계급적 문화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지 못한 채 일상이라는 모호한 화두를 던지기 때문에 오히려 정체가 사라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이 집회하고 투쟁하는 요구들이 문화로서 변별되지 않으면 대중이 접근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독성은 떨어진다. 대중이 미조직되어 있을 때는 거부감이 들 수 있겠지만, 자기 문제가 되면 달라진다. 거부감이 든다는 게 곧 내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게 아닌데 오히려 우리 스스로가 먼저 오해하기 때문에 대중적이어야 한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사라: ‘일상의 모든 것과 싸워라’ 라는 모토가 물론 모호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런 사업들을 배치했던 것은 생산 현장이나 집회 공간을 벗어나면 자본의 문화를 향유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었다. 가족 관계라든가 일상의 삶 속에서도 계급적 관점을 가지고 문화 이데올로기와 싸워야 한다는 것, 그런 부분에 대해 다양한 사업들과 정책들을 고민해야 된다는 거였고 그런 의미에서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박선봉: ‘일상의 모든 것과 싸워라’ 라는 게, 계급성을 탈피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약간 있는 것 같다. 노동자들이 자기 현장, 그게 공장이든 뭐든 떠나면 일반 시민화 되고 그러면 바로 부딪히는 게 자본의 영역인데, 그 영역에서 모든 촉수를 가지고 싸워서 계급성을 쟁취해 내야 한다 그런 의미였다. 어쨌든 우리의 싸움에서 일상의 접촉면을 넓혀냄으로써 부문운동이 점점 넓어지고 더 활성화된 건 성과라고 본다.
박현욱: 거기에 동의하고 우리도 그렇게 싸우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일상에서의 계급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적시했던가 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모호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모호해진 거라고 생각한다. 일상 화두 속에서 공동체성이라고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약간 이상적으로 접근한 면이 있었던 것 같고, 현실에서 부딪히는 부분들에 대해서 일상이라는 것을 약간 강박적으로 요구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괴리되는 부분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원재: 여기 있는 분들의 시각차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일상의 구체성에서부터 축적되어서 전선이 형성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아주 거칠게 말하면 한국사회가 일상의 민주의식이나 생활양식이 굉장히 발달됐고 예전하고 비교하면 어떤 절박함이 좀 떨어지고 있다고 본다. 어쨌든 경제 규모에서 10위권 국가가 됐고 지구적으로 봤을 때도 착취를 당하는 나라에서 착취를 하는 나라가 됐다. 그런 상황에서 대중이라고 표현하든 인민이라고 표현하든 그 일상은 변화했다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굉장히 분노해도 길거리에서 막 잡혀가고 이러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그런 시대가 됐다. 한국만이 아니라 지구 차원에서 자본주의가 걸어왔던 경로라고 본다. 그래서 계급적 맥락에서 어떻게 일상의 구체성을 가지고, 체제를 바꾸는 삶을 계속 살 것인가 하는 게 과제라고 생각한다. 당장 답이 없다는 것에 서로의 어려움들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꼭 일상이냐 전선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일상을 더 계급적으로 조직하는 활동들이 많아지는데 사소함으로만 빠져들 문제는 아닌 것 같고, 그런 면에서 두 개의 손을 다 써야 하는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박선봉: 자본과 자본문화와의 접점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일상인 거지, 그게 계급성을 탈각하는 의미에서의 일상은 아니라는 거다.
정은진: 그런데 진짜 살 만한가에 대한 건 약간 좀 더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왜냐하면 대부분은 정말 살 만 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또 어떤 부분에서는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70-80년대에나 있었을 법한 일이 벌어지고 그리고 너무나 극단화되어 있다는 거다. 그런데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우리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을 하고, 그래서 서로의 진짜 노동자 계급의 상황이 어떤지를 알아가고 인식하는 거, 그런 것도 필요하다는 게 요즘의 고민이다.
박현욱: 부분적으로 후퇴를 하더라도 경향적으로 발전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좀 척박하게 말하면 우리의 의식과 활동 속에서도 문화는 그냥 문화로서 동동 떠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활동가들도 문화는 한가한 영역이라고 따로 떨어뜨려놓고 생각하고. 현실은 이런데도 투쟁은 장기화된다. 이윤율은 떨어지고 자본주의의 모순이 극대화되어 공황이니까, 파업을 해도 자본가들은 노동자들 요구 들어주는 것보다 버티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운동이 처해 있는 물적 토대, 경제와 조건들, 구조 자체의 변화들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 없이 문화를 독자적으로 규정하고 우리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측면에서, 계급적으로 일상적으로 싸워야 한다는 데에 동의하지 않는 게 아니라 굳이 따지자면 대응방식이나 전술적인 접근에서의 답답함이 있었던 거였다.
신순영: 마지막까지 중요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는데, 아쉽지만 집담회는 이쯤에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 동지들, 부탁드린다.
박효선: 총연맹 문화국이 선도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래도 철폐연대의 고민과 제안으로 자리가 마련되어서, 도움 되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다만 이런 이야기들이 집담회로만 끝나지 않도록 이후에 추진되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고 본다. 참 해야 될 일들은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많이 놓고 있었던 게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좀 많이 든다. 고민과 문제의식들을 잘 이어가는 방향으로, 문화 활동가들과 금속이랑도 같이 얘기해서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
정은진: 질라라비를 보시는 분들 대부분이 집회에 오시는 분들이니까, 전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예를 들면 문화연대에서 하는 집회는 재미는 있는데 계급성은 없어,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하면 계급성은 있는데 재미는 없어, 딱 이렇게 나눠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용과 형식에 대한 것들을 우리도 많이 고민해야 하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사라: 집담회 마무리 발언은 아니지만, 조만간 문화 활동가들의 초동 집담회를 계획하고 있다. 민주노총 내에서 지금 사업으로서 문화위원회나 이런 걸 꾸릴 수 있는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문화 활동가들끼리 만나 먼저 고민하고 제안하려고 한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한테 연락이 갈 거고, 민주노총 금속노조 문화담당자들은 참관으로 참여해주시면 좋겠다.
1)  노동예술단 선언은 노동자계급해방을 위해 문예로 운동하는 단체이다. 주요 활동은 노동현장, 여전히 조직적인 형태로는 민주노동조합 운동의 조직화를 함에 있어서 문화패를 조직하고 교육하고 문화패가 활동할 수 있도록 내용을 공급하고 그것을 통해서 현장을 강화하고 현장에서의 문화 활동, 나아가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계속 훈련되고 조직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주로 집회나 투쟁 현장에서의 문예선동 활동, 문화패 조직하는 강사로서의 활동, 문화적인 내용들을 생산하고 교육하고, 함께 투쟁하는 활동들이다. 
2) 노동문화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로, 각종 노동자교육 프로그램과 집회 기획 등을 통해 지배 이데올로기에 포섭되지 않는 노동문화의 확산을 위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 본 글은 <질라라비> 128호(2014년 4월)와 공동게재 되었습니다. 공동게재를 수락해주신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좌담회 참가자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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