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다방]<그을린 예술> 예술은 죽었다 예술은 삶의 불길 속에서 되살아날 것이다.(20호)

2013년 6월 18일culturalaction

[책다방] 20호

<그을린 예술> 예술은 죽었다

예술은 삶의 불길 속에서 되살아날 것이다.

 

신유아(문화연대)

 

이 글은 심보선 시인이 2008년부터 작업해온 다수의 글을 모아 발간한 책이다. 대부분이 외부의 요청(청탁, 강연, 기고 등)에 의해 쓰여 진 글들이지만 이 글은 모두 문학과 예술과 삶을 이야기 한다.

사회학자로서 예술과 사회가 어떻게 만나는지, 창작자로서 시인 심보선은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 책이다.

심보선은 삶 속에서 꾸는 꿈으로서의 예술을 “그을린 예술”이라 표현한다.

그을린 예술은 타들어 가고 부스러지는 현대인의 삶, 자본주의의 격렬하고 성마른 불길에 사로잡힌 우리네 삶 가운데서 꿈틀거리는 꿈, 긍정성의 몸짓, 유토피아적 충동으로 그을린 예술은 언제나 위기에 직면해 있으나 그을린 예술은 불길의 위협 앞에서 웃고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한다. -본문中

심보선은 그을린 예술의 꿈을 탐구하고 그 꿈이 출몰하는 장소들을 방문하고 그 꿈을 실행하는 사람들과의 대화의 과정을 사유하고 기록한 글이라고 표현하였으며 이 책이 선언이 되기를 소망한다.

예술은 죽었다. 예술은 다른 곳에서 되살아날 것이다. 삶 속에서, 삶의 불길에 그을린 채.

-본문中

예술의 민주화, 누구나 예술을 만들 수 있고, 누구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예술과 삶을 좁히려는 움직임에 주목한 심보선은 예술과 삶에 대한 독창적이고 다양한 해석을 한다. 그리고 텅 빈 우정을 통한 예술의 진정성과 용산참사, 두리반과 같은 사회적 현장에서의 예술적 자발성, 문맹을 인정하며 스스로를 극복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엮는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와 연관 지어지는 부분의 글들이 잘 읽어졌다. 경험이 주는 즐거움인듯하다. 한진중공업 고공농성 김진숙을 만나러 갔던 희망버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를 위한 희망지킴이 활동 안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과의 결속된 텅 빈 우정이 떠오른다. 

우정을 통한 예술의 진정성에 대하여 예술은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무기로서의 취향을 뜻하지 않으며 만약 예술을 취향이라고 한다면 삶의 형태를 지각하고 나누는 우정의 수단이 될 때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텅 빈 우정. 그러나 텅 빈 우정을 통한 예술의 진정성을 느낀 나의 경험이 떠오른다.

용산참사 현장의 텅 빈 우정도 예술의 진정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2009년 [6.9작가선언]은 이명박 정권하의 한국사회를 “민주주의의 아우슈비츠, 인권의 아우슈비츠, 상상력의 아우슈비츠”로 명명 하며 용산참사를 자본의 논리에 서열 지어지고 분배되는 권력과 민중의 내전상태라 표명하고 마주봄의 우정으로 결속하였으며 자유로운 영혼들의 자발적 연대를 이루었던 경험이라고 한다.

 

[6.9작가선언]의 텅 빈 우정은 용산참사 현장에 모여든 다양한 모임에서도 만날 수 있다. 개개인이 모여 용산현장의 이미지 작업을 함께 한 미술작가들의 모임인 파견미술팀에서도, 2008년 촛불항쟁에서 만나 용산참사 현장에 미디어센터를 만든 미디어 활동가들에서도 느낄 수 있는 우정이다. 

이 글의 뒷부분에 가면 문맹을 인정하며 스스로를 극복한 한충자 할머니의 이야기가 나온다. 정혜윤 피디의 이야기로 익히 알고 있었던 이야기를 심보선의 글을 통해 의미화 되는 순간이었다. 충북 음성에 사는 여든 두 살의 할머니는 일흔 살이 넘어 한글을 처음 배우고 우연한 기회에 시를 쓰기 시작하여 최근 시집을 냈다. 스스로 무식한 시인이라 이야기 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저 감동적인 이야기로 흘렸는데 심보선은 예술이 작품의 제작인 동시에 삶의 제작임을 일깨워준다.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창작의 순간을 만들어 보자. 그 순간 우리 삶은 다시 구성된다. 그것으로 세계에 저항하고, 나를 행복하게 하자. 그것이 예술이든 아니든, 내가 예술가든 아니든 그것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본문中

마지막에 심보선은 결과 없는 결속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예술을 사회운동에 직접 연결시키는 현장 활동가들의 모습에서 공동체 예술의 기획이 조직가와 현장 활동가간의 서로의 부족함과 무능함의 보완 없이는 공동체 예술의 기획은 그저 선의의 사회적 치료나 선전 선동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야기 한다.  

현장 활동가이면서 미술작업을 하는 나는 사회학자이면서 시를 쓰는 시인 심보선과 같은 처지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예술이 삶과 만나는 관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선전선동에 그쳐있던 나의 활동은 일상의 만남을 통한 현장과의 결속을 고민한다. 떨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하나로 연결된 사람들의 삶과 사회투쟁의 현장. 

그을린 예술은 언제나 위기에 직면해 있으나 그을린 예술은 불길의 위협 앞에서 웃고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힘이 있다. -본문中

일상의 예술이 일상의 삶이며 일상의 삶이 투쟁의 삶이며 투쟁의 삶이 다시 일상의 예술이라는 순환적 구조를 인식하게 된다. 컴퓨터를 켜고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보는 몇 시간이 그을린 예술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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