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경이의 야옹야옹] 도시농업은 좋은 것인가(20호)

2013년 6월 19일culturalaction

[미경이의 야옹야옹] 20호

 

도시농업은 좋은 것인가

 

문화연대 시민자치문화센터 최미경

 

처음에 텃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작물을 키우고 텃밭을 가꾸는 일상속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행복해보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고양이를 키우면서 정서적으로 어느 순간만큼은 안정을 느끼는 그것과도 비슷해 보였다.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지하철안 사람들의 불행한 얼굴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생존에 대한 불안으로 힘든 일상에서, 작물을 키우면서-그것이 취향이든 식량안전을 위한 재배이든-어떤 정서적인 접촉, 무엇과의 교감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도시농업이 사업화되고 공공정책내로 들어가면서, 예산이 투입되었고, 서울은 2012년 6월 2일, 도시농업원년을 선포하였다. 2013년 5월 30일부터 6월 2일, 서울 시청광장에서는 제 2회 도시농업박람회가 열렸다. 왜 도시농업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도시농업의 타당성을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Agro-City 서울’을 비전으로 서울시민 가구당 3.3㎡ 텃밭 조성, 도시농업 활성화로 일자리 창출 및 시민의 삶의 질 향상, 도시농업을 통한 공동체 회복 및 고령화 사회 복지 증진을 목표로 다섯 가지 추진과제를 제시하였다. 이 문장들 속에는 ‘도시농업은 좋은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리고 서울시민의 호응도를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런데 농업이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확장되는 것이 ‘공간정의’의 측면에서 맞는 것인지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서울농업에 대한 서울시민 인식조사에서도 도시농업활성화 장애요인의 첫 번째로 ‘텃밭 등 공간부족’을 든다. 실제 베란다텃밭이나 상자텃밭이 아닌 마을공동텃밭과 같은 경우에는 넓은 땅이 필요하다. 작년에는 광화문광장에서도 벼를 재배하였다. 올해 서울 도시농업박람회에서는 체험프로그램으로 시청광장에 오리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바쁜 도시인들이 다른 지역에 가기 힘들기 때문에 도시에서 접근성이 좋은 광장에서 모내기를 체험하고 농업을 가깝게 느끼게 해주는 것은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광화문 광장의 벼상자와 시청광장 도시농업박람회에 등장한 오리들을 보면서 농업에 대한 과잉된 낭만화와, 지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못한 도시이기주의가 보이는 것은 왜일까?

 

「채식의 배신」이란 책에서 이스라엘 학자 다니엘 힐렐은 “농업은 본질적으로 자연에 대한 침해이고, 따라서 환경에 혼란을 초래한다. 자연발생적인 생태계를 인공적인 것으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중략) 특정한 작물을 기르기 위해 농부는 이제 거기 사는 모든 생물을 유해한 잡초와 해충으로 보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 제거한다”고 설명한다. 농업은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작물재배가 무조건 자연적인 아름다움은 아니다. 비어있어야 할 광장을 벼상자로 채우는 것, 주말마다 행사천막으로 광장을 가득 채우는 것은 오히려 자연적으로 우연히 생길 수 있는 상상력을 가로막을 수 있다. 행정은 기획자가 아니라 지원자이어야 한다. 서울시가 도시농업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기 전에도, 도시빈민들은 살기 위해 작물을 재배했다. 지역의 농민들은 살기 위해 농사를 지었다.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기획하고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에 지원하고, 도시문화, 도시인의 생활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도시라는 이상화된, 모든 것이 충족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다른 한편에서는 식량을 제공하고, 도시인들이 버린 쓰레기를 감수하고, 고통받는 타자의 공간들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려진 공간, 타자의 공간을 기억하고, 그 공간과의 관계속에서의 공동체로 서울, 도시를 이해해야 한다.

시민들이 농업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청광장에 오리를 4일동안 풀어놓을 것이 아니라, 산지에 직접 방문하여 지역과의 관계맺기를 해야 한다. 도시는 지역의 노동을 착취하는 것이 아닌 도시와 지역 간 새로운 관계맺기를 해야 한다. 도시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산지를 직접 방문하고, 지역식량네트워크를 구성해 볼 수도 있겠다. 지금처럼 지역을 착취하여 도시가 살아가는 것이 아닌, 다른 관계맺음, 다른 식량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지금 서울은 높은 벽으로 둘러싼 큰집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도시는 농촌, 어촌, 산촌과 분리된 특별한 성곽 내 공간이 아니고 도시농업은 농촌농업, 산촌임업, 어촌어업과 복합적인 관계속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생태문화적 공간정의로 살펴보는 도시농업>, 임정희)

 

결론은 두 가지이다. 서울시 도시농업 정책에서 지역과의 관계를 고려할 것(도시와 지역 간 새로운 관계맺기), 자꾸 무언가로 가득 채우려는 기획자의 역할보다는, 있는 것을 조사하고 지원하는 지원자의 역할로서 행정을 생각해 달라는 것이다. 있는 것을 모두 끌어다 자신들의 사업성과로 만드는 것보다, 보이지 않게 묵묵하게 지원하는 역할로서 자리매김하는 것, 그것이 다른 관계와 삶, 다른 공동체의 밑거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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