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깡총]시민과학 속 제작(36호)

2014년 4월 9일culturalaction

시민과학 속 제작  

청개구리 제작소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 가고 있는 시민과학

 과학의 진보는 사회의 발전을 가져왔지만 그 이면에는 자본과 권력에 종속되기 쉬운 속성 또 한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오랜 시간 ‘과학의 공공성’과 ‘과학기술의 민주화’는 사회의 중요한 화두이자 실천 과제였다. 시민과학은 시민들이 과학과 기술의 발전 과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갔다. 그것은 주요 과학기술과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거나, 지역의 필요와 관심사에 과학의 도움을 받는 방법으로 추진되었다. 이런 의미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HIV 치료제’이다. ‘HIV 치료제’ 개발을 두고 에이즈 치료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가진 전문성은 치료제 개발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면서 신약에 대한 임상시험 방식을 새롭게 제안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한국사회에서 시민과학 담론은 1990년대 시민단체와 대학을 배경으로 시작되었다. 참여연대에서 시작된 <시민과학센터>는 ‘과학기술 민주화’를 위해 새로운 활동의 영역을 만들며 과학 기술에 대한 논쟁을 만들어 갔다. 몇몇 대학에서는 네덜란드의 과학상점운동을 모델로 한 활동이 시도되었지만 아쉽게도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그리고 아직 시민과학이라는 개념과 의미는 낯설다.
시민과학은 시민이 과학자로서의 전문성을 갖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시민의 대중적인 담론으로 과학을  만들어 가는 것, 그리고 과학과 기술을 매개로 현재의 시간을 문화적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하는 과정이다. 이로써 시민과학은 ‘과학’, ‘기술’, ‘시민’사이의 간극을 좁히며 새롭게 관계를 구성해 갈 수 있다.
‘과학상점 운동’은 과학과 시민의 새로운 관계를 설정한 대표적 사례이다. 네덜란드 대학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과학자들이 과학기술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와 다양한 영역과 연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과학 상점의 활동은 매우 다양하다. 과학문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권, 교육, 여성, 보건 등의 사회 및 정책, 지역의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지리와 정보기술에 대한 것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 지면에서 갑자기 ‘시민과학’ 이라는 주제를 던지는 것은 최근의 환경이 이런 지형을 다시 새롭게 형성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개방과 공유, 협력이라는 전 지구적이고 사회적 분위기는 시민과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민들의 참여를 도울 수 있는 디바이스와 툴이 개발되고 있고, 환경 감시를 위한 도구들이 저가로 개발 및 제작되고 있다. 이번에는 그런 사례를 조금 언급해 보고자 한다.

오픈 데이터와 시민과학

우리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다양한 디바이스의 개발이 매일 신 메뉴처럼 쏟아지고 있고, 그것의 기능이 웹과 만나면 어떻게 확장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정보기술의 변화, 오픈소스 문화는 시민과학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민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 도구의 개발이 모바일 앱과 제작문화 영역에서 시도되고 있고, 이것은 시민과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SciSpy’는 과학 잡지 디스커버리에서 제작한 무료 어플리케이션이다. 환경 감시(Spy스파이) 기능을 가진 이 모바일 앱은 스마트폰으로 주변의 자연과 환경을 관찰하며 사진으로 기록하고 데이터를 전송하면 지리적 맵핑을 통해 자동적으로 분류된다. 보낸 데이터가 당장 의미와 효과를 갖기에는 미약하지만 자연과 생태 환경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유용한 정보와 데이터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빛의 오염을 측정할 수 있는 앱의 개발 또한 시민과학 영역에서 진행되었다. 빛을 통한 시각의 오염은 이미 심각한 문제로 대부분 거리의 조명에서 비롯되고 있다. 도시의 수많은 조명들은 에너지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의 신체와 삶의 질, 심지어 종 다양성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하다. 시민들은 이 앱을 사용해서 주변 지역의 빛 오염도를 기록하고 데이터를 전송하면 빛의 오염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도시의 빛과 조명이 삶의 질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예측하는데 활용한다. 이런 정보는 ‘오픈 데이터’로 아카이브 되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는 연구 활동의 기여를 통해 새로운 시민 과학 프로젝트를 만들어 간다.
노이즈 튜브 (NoiseTube mobile app)는 주변의 사운드 측정이 가능한 모바일 앱이다.
측정 데이터는 공유가 가능 하고, 도시의 소음 공해를 집단지도로 만들 수 있다.
이렇듯 기술과 정보의 환경 변화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실험과 환경을 가능하게 만들어 가고 있고, 이는 ‘오픈 데이터’, ‘오픈 리서치’라는 의미로 새로운 사회적 기여를 형성하고 있다.

시민과학의 도구들  

또한 적은 비용으로 제작 가능한 DIY키트는 시민과학과 연결 가능하다. 앞서 소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시민들이 가벼운 오염을 모니터링하고 과학자들은 그 효과를 분석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참여를 이끌어 내는 시민 과학의 한 방법이라면 DIY 도구의 활용은 시민이나 관련 그룹이 직접적으로 문제에 다가서고 분석하며, 이를 이슈화 할 수 있는데 기여한다. 최근 시민과학과 제작문화(maker)의 연결이라고 볼 수 있는 여러 도구들이 개발 및 사용되고 있다. 주변의 물, 토양, 식물, 물질 등의 환경오염을 검출 할 수 있는 DIY 분석기들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저가로 판매되고 있고, 이런 키트들이 DIY시민과학자 영역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이른바 비과학자들이 사용하고, 활용 가능한 새로운 ‘과학상자’들이 제작문화와 정보기술의 지형과 함께 나타나고 있고 이런 키트들은 오픈 소스로 공유되어 계속 사회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림_퍼블릭랩> 퍼블릭랩에서 개발/제작한 분광기 키트
최근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가 발족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모임은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의 생산, 저장, 사용, 폐기 현황에 대한 노동자와 주민들의 이해를 돕고 감시 기능을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올해의 사업 내용을 살펴보니, 상반기에는 화학물질 정보공개 청구운동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하반기에는 화학물질 위험지도 제작 활동이 계획되어 있다. 이를 위해 ‘인터넷 맵지도/스마트폰 어플’ 개발을 계획 중이다. 이런 네트워크나 활동은 시민과학의 맥락선상에 있고, 이는 사회를 성장시키는데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지금 ‘제작’을 자기입장에서 유용한 방식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왕이면 이런 활용이 공공적으로 많이 연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DIY문화 공동체의 실험과 공유에 대한 존중과 함께 기존의 것을 다른 맥락에 새롭게 옮겨 보거나 다른 사용을  상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청개구리 제작소 (www.fabcoop.org) 
우리는 유령 제작소입니다. 다르게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청개구리 깡총>에서는 제작과 기술을 매개로 잡다한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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