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스코프]인문정신문화정책, 무엇을 위한 정책인가?(36호)

2014년 4월 9일culturalaction

인문정신문화정책, 무엇을 위한 정책인가? 

박선영/문화연대

hinggy@hanmail.net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업무보고에 따르면 4대 주요전략과제 중 ‘인문·전통의 재발견’을 하나로 꼽으며, 인문학 진흥을 통한 문화융성을 실현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인문정신문화’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며 이번 정부의 인문학진흥정책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인문정신문화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학자들과 언론을 통해서 다뤄지다 보니 그들이 이해하는 방식들이 각자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논의가 진전되기 보다는 혼란을 야기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인문정신문화라는 개념은 학술적이나 사전적으로 정의되지 않은 개념으로 인문학과 정신문화라는 두 개념을 결합한 조어이다. 정신문화는 사전적으로는 ‘인간의 정신적 활동으로 이룬 문화. 학술, 사상, 종교, 예술, 도덕 따위’를 말하는 것이지만, 인수위가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의 140대 국정과제에 ‘한국학, 한국어, 전통문화, 문화유산을 연계하여 정신문화 진작’이라는 문구를 통해서 정신문화란 한국 또는 한민족의 고유한 전통과 가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즉 정신문화라는 가치를 통해서 국가적인 통합을 하고, 문화융성의 실현을 위한 내적 기반으로 삶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과거 군사정부 시절에 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국가적 통합을 이루려던 방식과 유사하다. 또한 이러한 방식에 인문학이 결합된다는 것은 인문학이 수단으로써 도구적으로 활용될 소지도 크다.
최근 ‘인문학 열풍’이라는 트렌드를 만들며 인문학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문학 도서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각종 인문학 강좌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인문학자가 버라이어티 쇼에 나오는 등 인문학이 사회적으로 이런 관심을 받았던 적이 있냐 싶을 만큼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 여러 대학에서는 인문학과의 낮은 취업률을 이유로 통합되거나 폐과가 되는 일이 빈번이 이뤄지고 있다. 인문학의 학문적 특성상 취업률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고, 취업률 위주의 커리큘럼으로 바뀌는 것은 인문학의 고유한 목적과 특성을 변질시킬 수도 있다. 결국, 이 문제의 원인은 인문학과들의 방만한 운영이나 수업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경쟁시스템으로 내 몰리는 인문학의 현실에 있다. 줄어드는 인문학과로 인해 많은 인문학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고, 인문학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거의 없게 되는 것도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인문학의 연구·교육기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인문학을 진흥하겠다는 것이 현재 인문학의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문화부 업무보고의 주요 내용을 봐도 인문학의 기반이 되는 대학에 대한 지원과 연구 지원과 같은 내용이 빠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 교육과 관련한 부분은 교육부의 소관이다 보니 그 부분을 제외한 도서관과 박물관 지원, 시민 인문학 강좌의 내용만 담을 수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집권초기부터 부처 간의 칸막이를 없애겠다고 천명해온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설명도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런 정황으로 봤을 대, 인문학을 박근혜 정부의 통치성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끌어들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게 들릴 수밖에 없다. 부서간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정책의 내용을 봤을 때 인문학의 진흥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왜 인문학을 정신문화와 결합해야 하는지, 정신문화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점은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정리되지 않는 개념과 구체적 대안 없이 제안된 정신문화정책은 태생적으로 표류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다. 가시적 성과와 전시행정이라는 오명을 얻지 않기 위해서는 인문정신문화과 왜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길위의 인문학 <단양팔경을 걷다> 프로그램 중 (사진출처 : 정책브리핑 다정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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