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임의 미디어 읽기]창의적 콘텐츠, 열광하는 팬덤, 그리고 한류 –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중심으로(36호)

2014년 4월 9일culturalaction

창의적 콘텐츠, 열광하는 팬덤, 그리고 한류

 

–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중심으로

이종임(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운영위원)

appydayljn@naver.com

최근 높은 시청률로 종영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처음 방영될 때부터 유명 스타들의 라인업으로 집중을 받았다. 편성이후에는 국내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소재의 희소성, 연기, 그리고 출연자들의 의상과 화장품 등 모든 것들이 연일 화재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KBS <개그 콘서트>의 코너 ‘고조쇼’, ‘취해서 온 그대’ 등 다른 장르의 프로그램에서도 캐릭터를 차용한 사례들도 나타났다. 그만큼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는 방증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하려는 이야기는 드라마의 내러티브에 대한 비평은 아니다. 이 드라마가 최근 필자의 관심을 끈 이유는 이 드라마가 흥행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대중문화현상이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텐데, 첫 번째는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드라마의 표절문제, 두 번째는 중국에서 형성된 팬덤이다. 이 드라마는 방송 초기부터 강경옥 작가의 <설희>와 표절논란에 휘말렸다. 하지만 과거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드라마의 표절논란에서는 방송사의 드라마가 사회의 큰 주목을 받으면 말 그대로 표절‘논란’으로 끝난다. <별에서 온 그대>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담론이 형성되며, 드라마의 여러 가지 이슈 등으로 화제는 전환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인터넷상에서는 드라마의 전체적인 줄거리 구조뿐만 아니라 촬영 방식까지도 비판하는 글이 계속 생산되고 있다. 일례로 미국드라마 <암스테르담>과 <별에서 온 그대>의 오프닝 영상을 비교한 네티즌의 글, 그리고 이를 기사로 다룬 글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슈는 중국에서 이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다. 국내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는 중국 현지에서 나타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를 다루었는데, 드라마 속 음식, 여주인공의 의상, 촬영장소 등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증가 등이다. 특히 소비 중심의 사례들이 소개되면서, 한류가 ‘아이돌’중심의 K-pop에서 드라마로 이동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기도 하였다.
이런 핑크빛 전망에서 벗어난 조금은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별에서 온 그대> 중국 팬클럽이 국내 모 대학의 교수가 쓴 논문에서 ‘한국드라마를 소비하는 중국 수용자들의 분석’에 동의할 수 없다며, 사과하라는 내용의 광고를 국내 일간지에  낸 사건이다. 그 동안“한류”팬덤활동이 국내 정책과 유사하게 스타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거나 국내 한류 행사에 참여해왔던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 드라마를 통해 나타난 최근의 이와 같은 대중문화현상은 한국에서의 콘텐츠 제작방식의 문제, 한류 팬덤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논의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하였다.
배우 김수현의 중국 팬들이 <신경보>에 게재한 광고
대중문화에서 표절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재의 글로벌 포맷 산업, 그리고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이전에는 일본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표절해 제작하는 것은 국내 방송산업에서는 관례적으로 이루어져왔었다. 국내 시청자들은 해외 콘텐츠에 쉽게 노출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와 같은 유사성을 분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며, 짧은 시간에 높은 시청률을 올려야 하는 제작자들은 이와 같은 제작방식을 쉽게 선택 해왔었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인식, 포맷 산업의 글로벌화는 미디어 콘텐츠 제작단계에서의 표절이나 아이디어의 유사성의 비율을 낮추는데 큰 효과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사한 콘텐츠의 생산과정에서 나타나는 ‘표절논란’의 담론은 주류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제작자들의 입장이 더 크게 주목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콘텐츠 생산자들 간의 명확한 인식정립과 함께 대중적 담론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논란은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또한 팬덤에 대한 시각역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도 미국 드라마가 한국에서 동시간대에 같이 방영되는 것처럼, <별에서 온 그대>역시 중국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구조였다. 그만큼 중국의 수용자들도 한국의 수용자들과 같이 동시적 소비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의 수용자가 한국의 드라마를 소비했다고 정의하기 보다는 한국드라마를 같이 시청한 시청자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들을 한국 드라마를 소비하는 중국의 수용자로 분리해서 분석하는 것, 그리고 어떤 대상으로 읽혀지는가에 대한 반응을 예의주시할 뿐 아니라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보고 반응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따라서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수용자로서의 팬덤 분석은 과거 그 어느 때 보다 까다롭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류는 한국의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해외의 다양한 수용자들을 동일한 시각에서 분석해왔지만, 이제는 한류가 문화소통의 ‘장’으로서 얼마나 다양한 문화를 생산하고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수용의 경계와 시선을 느슨하게 만들었는지 좀 더 세밀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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