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인 것들]소셜, 사회적인 것과 사교적인 것의 경계(36호)

2014년 4월 9일culturalaction

소셜, 사회적인 것과 사교적인 것의 경계

양기민/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sis@noridan.org

비교적 최근에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친숙한 외래어인 Social은 1) 사회의, 2) 사회적인, 3) 사교적인 이라는 의미로 번역되며, ‘소셜’이라는 영어발음 그대로 옮기기도 한다. 이번 회에서는 주로 어떨 때 social이 ‘사회적’이라고 번역되고 어떤 사회적인 것들이 ‘소셜’이라 불리며, 또한 현재의 ‘소셜’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논의하려 한다.
‘소셜’이라는 개념을 대중화(?)시킨 결정적인 용어는 ‘소셜 네트워크’였다. 기술 미디어의 발전으로 트위터, 페이스북 등은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었다.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이러한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개인의 의사소통 역량을 향상하고 새로운 관계망을 다양하게 형성할 수 있게 하였다. ‘소셜’은 사교적이라는 의미로, ‘네트워크’는 관계망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소셜 네트워크’와 ‘사회적 관계망’이 같은 의미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소셜 네트워크가 주로 온라인(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이분법적 구분을 전제로 할 때) 세상에서의 관계를 의미한다면, 사회적관계망은 주로 오프라인 기반의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가설에 설득력을 더하는 것이 바로 ‘소셜 커머스’의 유행이다. 소셜 커머스는 주로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기반으로 한 상거래 방식이지만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SNS를 기반으로 하기 보다는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할 뿐이다. 단지 온라인의 활용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사교적이지도 않은 이것을 소셜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소셜, 사교적인 세계의 구성물

이렇듯 ‘사회적’은 오프라인, ‘소셜’은 온라인이라고 단순 정리하기는 어렵다. 미디어 기술의 활용 유무도 구분의 지점이 되기엔 부족하다. 소셜 네트워크는 이미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구분을 넘어 일상화된 기술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마치 새로운 혁명이 일어날 것처럼 모두들 들뜬 적이 있었다. 특히 선거 때면 SNS의 중요성이 주목받으며 마치 SNS 세상이 사회를 대변하는 것처럼 이야기 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선거 결과는 소셜 네트워크 안의 ‘소셜’이 오히려 굴절되거나 한정된 세상이었다는 실망을 안겨주었다. ‘사회적인 것’이 좀 더 일반 사회구조에 가깝다면 ‘소셜’은 개인의 취향으로 편성된 한정된 세계로, ‘구성된 사회’ 곧 ‘사교적인 의미의 세계’일 뿐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소셜’에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 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소셜벤처’, ‘소셜미션’ 등은 사교적인 의미보다 사회적인 의미를 강조한다. 대부분의 외래어 표기를 직접 할 경우는 의미가 한국어로 정확한 의미 전달이 어려울 경우 사용된다. ‘소셜벤처’의 경우 ‘소셜’이란 의미와 ‘벤처’라는 의미를 결합해 새로운 지향성을 보여주려 하지만 이것이 사회적 기업과 어떻게 다른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정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셜벤처가 사회적 기업에 비해 세련된 어감을 주기 때문에 차이를 부여하는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벤처 열풍이 유행했던 한국사회에서 ‘소셜벤처’는 기존 벤처기업 앞에 ‘소셜’을 붙이면서 용어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기존 벤처와 소셜벤처의 차이는 단지 ‘소셜’이 붙는지 아닌지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것이 벤처의 사회화에 대한 변형체인지, 소셜벤처라는 새로운 기업 형태의 등장인지는 불분명하다. 용어의 사용은 형식 자체의 차이를 전제하지만 소셜벤처는 이런 구체적인 구분보다는 실체 없는 새로운 유행을 위한 마케팅적 용어에 가깝다. 몇 년간 소셜벤처 대회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도전 사례도 소셜벤처가 과연 무엇인지를 증명하지는 못했다. 소셜벤처는 어쩌면 소셜 커머스처럼 기존의 서비스들을 좀 더 세련되게 대중에게 전달하려는 유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소셜 커머스’와 ‘소셜벤처’ 유행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소셜’이 시쳇말로 요즘 장사가 되는 용어란 점이다. ‘소셜’은 ‘사회’보다는 가볍지만 덜 상업적으로 보이는 독특한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사회적’이라는 의미보다는 무겁지도 않고 골치도 덜 아파보이는 ‘소셜’

‘소셜’이란 용어를 쓰는 일이 그리 새로운 경우는 아니다. 예컨대 1970년대 신문에서는 ‘소셜댄스’ 강습 광고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사교댄스를 당시에는 소셜댄스라 표현했을 뿐이다. 물론 춤 역시 사회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근래 유행하는 커뮤니티 댄스가 춤 예술의 새로운 공공성을 지향하는 양식을 실험하는 것과 달리 당시의 ‘소셜댄스’는 사교적인 의미만을 담았을 뿐이다. ‘사교’라는 표현이 우리 사회에서 다소 긍정적인 뜻으로 받아들여지진 않았었기에 ‘소셜’은 부정적인 어감을 보완하는 보완재였다.
어쩌면 ‘소셜벤처’도 이러한 언어 전략의 연장선 안에 있을 수 있다. 사교적인 것을 사회적인 것으로 포장하거나 해석의 다양성을 바라며 ‘소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벤처 광풍이 지나간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의 또다른 벤처 열풍을 기대하는 마음에서 소셜과 벤처가 만나는 지점은 성장이 사라진 시대에 마치 새로운 성장을 불러일으킬 것 같은 순간적 착각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일부 소셜벤처들은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사교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마치 구조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양 도전하는 모양새로 관심을 받는다. 이들의 소셜은 사회적인 것과 사교적인 것의 경계가 모호한 지점에서 사교적인 내부를 구성하고 사회적인 외부로 포장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가장 유행했던 ‘소셜 다이닝’을 들 수 있겠다. 1인 가족의 증가, 가족의 해체, 공동체의 붕괴로 인해 혼자 밥 먹는 대신 자신들의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식사를 함께하면서 이야기를 한다는 자체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혹은 사회적인 활동이라고 인정되기는 어렵다. 오히려 바쁜 시간을 쪼개 효율적으로 사교하며 인적 자본을 확충하는 실천적인 자기계발 방법론에 가깝다. 결국, 같이 밥을 먹는 단순 사교적 행위가 아니라고 한다면 누구와 같이 밥을 먹으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에 따라 더 사회적일 수 있다. 각종 ‘포럼’, ‘나이트’, ‘축제’ 등등에 각종 행사에 소셜을 붙이는 것만으로 사회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소셜벤쳐 인큐베이팅 센터 홈페이지

소셜, 그 이후

결국 ‘소셜’은 사회 구조를 설명하는 심층적 의미를 가지거나 사회 변화를 지향하는 동사적 의미를 내포하기보다는 단순 기표(시니피앙)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주로 개인과 개인의 사교적 관계를 기반으로 하여 다소 확장 가능성이 있는 마케팅 언어로 활용되는 ‘소셜’이란 용어로 인해 ‘사회’가 단지 ‘사교’로 대치되거나 혹은 ‘사교’를 ‘사회적’이라고 착각하지 않도록 분명하게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고 ‘소셜’의 확장 가능성을 제한하자는 것은 아니다. 언어의 사용은 언제나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소셜‘들’이 그들만의 (작은)사회를 재구성해내는 정도에 만족할지 아니면 이를 통해 사회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인 것들’로 등장 할지는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연대는 필요하다. ‘소셜’은 연대의 기반이 되는 관계적 측면을 활성 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단지 연결되어 있다는 지점만으로 그것을 실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에 대한 결핍으로 인해 단지 네트워크를 만드는 걸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유사 사회적 상호작용(parasocial interaction)을 사회적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결국 ‘사회적인 것’은 상호작용 행위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좀 더 목적과 지향이 필요하다.

사회적인 것들

이 칼럼에서는 ‘사회적인 것The Social’ 들에 관해 이야기 하려한다. 사회라는 통합체 안에서 발생하는 정치, 경제, 문화적 현상을 분석하고 비평하는 작업이다. 특히 사회적이라 지칭하는 다양한 담론들의 발생, 유통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그리고 ‘사회적인 것’이 어떻게 해석, 소비되고 있는지 관찰한다. 이러한 과정의 연장선에서 유동하는 현대 사회를 인식적 재구성하며 실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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