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분더바 Wunderbar, 근사하고 아름다운 삶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36호)

2014년 4월 9일culturalaction

분더바 Wunderbar, 

근사하고 아름다운 삶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

최미경(문화연대 활동가) chou78@daum.net

 

거대한 펜스 앞에 청년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분더바를 되찾자”는 현수막 앞에는 작은 천막이 세워져 있고, 펜스 양 옆 위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다. 20여일 일찍 찾아온 봄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바람이 거세게 부는 목요일 저녁이었다. 서대문구 연희동 이 공간에 작은 천막이 세워지고, 사람들이 모여들게 된 사연은 이렇다. 분더바 카페 부부가 월세를 두 달 밀리자 주인은 계약해지 내용증명을 보냈다. 분더바 카페 부부는 새로운 임차인을 찾았으나, 건물주가 직접 카페를 운영하겠다고 해서, 카페 초기비용 1억 5천여 만 원을 잃게 되었고, 3월 17일 주거공간으로 함께 사용했던 분더바에서도 쫓겨나 거리로 내몰렸다. 결국 분더바 건물주는 초기비용없이 카페를 열 수 있게 되는 이득을 보게 되었고, 분더바 카페를 운영했던 부부는 삶의 터전을 잃게 되었다. 분더바를 주거공간으로 함께 사용했으니, 잠잘 곳마저 없어진 상황이었다.
삶의 터전, 내 한 몸 뉘일 곳은 월세를 내야만 보장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야 당연한 논리겠지만, 작은 원룸조차 월 50만 원이 넘어가는 시세는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살아갈 의욕마저 잃게 한다. 집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사회에서 ‘살 만한 곳에서 살 권리’, 주거권은 설 자리가 없다. 난 서울에 올라와서 이사를 세 번 가량 했다. 세입자는 2년마다 주인과 월세를 합의해야 하는데, 주인이 일방적으로 월세를 올리면, 세입자는 꼼짝없이 이사를 가야 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앞으로도 평생 10번 이상을 이사 다니게 될 것이다. 자꾸 이사를 다니다보니, 동네란 개념도 없어지고, 이웃도 없어진다. 동네친구도 사라지고, 외로움은 짙어지고, 월세만 내다 죽게 생겼다. 아마도 추측컨대, 분더바 앞에 모인 청년들은, 이런 상황에 대한 공분이 있지 않았을까. 4월 3일, 분더바를 되찾기 위한 음악회에서 공연한 가수의 노래 가사 중, “전셋집 하나 얻어줘~”란 가사가 유독 크게 들린 것은 아마도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분더바가 있는 연희동뿐만 아니라 한 때 인디문화의 생산지였던 홍대 주변은 최근 3년 동안 임대료가 70%나 올랐고, 임대료 상승 때문에 가게들은 생겼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있다(?)는 상가임대차 보호법이 적용될 수 있는 곳도 서울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임대차보호법의 핵심은 건물주가 연 9% 이상 임대료를 올리지 않도록 하고, 최장 5년 동안은 계약을 유지하도록 해 세입자의 안정적인 영업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보호를 받으려면 가게의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이 서울에서는 3억을 넘으면 안 된다. 그런데 서울 지역은 이미 임대료가 많이 올라 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한다.(예-신촌주변에서는 9%)
분더바 카페가 있는 건물주인은 리모델링비 없이 카페를 얻는, 불로소득을 얻었다. 그리고 그 공간에 초기비용을 들여 가꾸고, 먹고 자며 살아갔던 부부는 두 달 월세가 밀렸다는 이유로 강제철거당하고, 삶을 빼앗겼다. 분더바를 되찾기 위한 싸움은 단순한 권리금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살아갈 권리를 찾기 위한 처절한 몸짓이고, 월세에 저당잡힌 우리의 삶을 되찾기 위한 투쟁이다. 4월 3일, 분더바 펜스 앞 천막 앞에서 했던 음악회, 밤이 깊어갈수록 바람은 세지고, 겨울처럼 날이 추워졌다. 그렇지만 음악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떨어지지 않고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초승달이 뜨고, 그렇게 근사하고 아름다운(분더바 Wunderbar) 밤이 지나고 있었다. 3월 17일 강제집행이후 여전히 길바닥은 춥고 아프지만, 그곳에서 벼룩시장을 하고, 투쟁카페도 열리고, 기타를 연주하고, 춤을 춘다. 이 몸짓이 근사하고 아름다운 삶의 권리를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그리고 하늘높은 줄 모르고 한없이 올라가기만 하는 자본의 탐욕이 멈출 수 있기를, 그래서 벼랑 끝에 선 우리의 삶이, 힘들어서 꽃구경도 못가는 게 아니라, 삶이 곧 꽃이 되는 그날, 떨어지는 벚꽃처럼 함께 춤을 추었으면.
사진출처: 맘편히장사하고픈모임 http://cafe.daum.net/mamsangmo   길상별이님 사진
가수 삼군 with 퍼커션 장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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