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사회적기업의 가치에 대해 묻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20호)

2013년 6월 19일culturalaction

편집자주] 요즘 “협동조합”이 대세입니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이렇게 “협동심”이 높았는지, 왜 갑자기 멀리하던 “협동”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여하간 “자고 일어나니”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의 구조화된 위기에서부터 마을 커뮤니티를 위한 대안에 이르기까지 다목적 처방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이런 비슷한 유행이 불과 얼마 전에도 있었습니다. 바로 “사회적 기업”입니다. 사회적 기업을 하지 않으면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애지중지하던 그 사회적 기업 말입니다. 이번 <문화빵>의 특집은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기업입니다. 이미 협동조합이라는 “신상” 앞에서 퇴물 취급을 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성찰과 반성 없이는 협동조합의 시대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① 지역을 살리는 사회적경제의 성공조건 / 김태인(광명시 사회적경제기업지원센터)

② 사회적기업의 가치에 대해 묻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 / 안태호(부천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③ [좌담]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을 넘어서다. /정리 : 이선영(프리마켓&문화연대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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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0호

 

사회적기업의 가치에 대해 묻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

 

안태호(부천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사회적기업을 창업해 본 경험은 없다(준비과정을 함께한 적은 있다). 다만, 일터에서 사회적기업과 관련한 사업(부천문화재단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시행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2년째 위탁운영하고 있다)을 맡아 진행하는 통에 운 좋게도 이런저런 일에 눈과 귀를 열게 된 터라 몇 가지 생각이 들 뿐.

문화예술분야의 사회적기업이 가능한, 혹은 필요한 이유를 두 가지로 꼽곤 했다. 하나는 지속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가치의 확산이다. 문화예술 활동이 ‘밥 굶기 딱 좋다’, ‘골방에서 소수의 사람에게만 어필한다’는 불명예스러운 딱지를 안고 있는 데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말이다. 전자는 NGO 활동 일반에 대한 이야기로, 후자는 예술가들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로 읽힐 여지가 있으나 어찌됐든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은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활동과 확장성을 근거로 가능하다고 생각해 왔고, 그 생각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 다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역시 여전하다.

잘 던진 질문이야말로 한정된 지면에서 줄 수 있는 가장 명쾌한 선물일 것이다. 지나치게 일반화되거나 통상적인 질문들이 아닐까라는 불안감을 안고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본다.

 

장면 1.

한 문화재단의 공모사업 심사장. 심사위원들이 단체의 지원서를 앞에 두고 토론중이다.

심사위원 A : “이 단체는 주식회사잖아요? 영리기업에서 하는 사업에 굳이 지원을 할 이유가 있을까요?”

심사위원 B : “그런데 이 팀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 주식회사 법인을 낸 걸로 알고 있어요. 법인격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사회적기업을 신청할 수 없거든요.” 심사위원 C : “사회적기업이 되어도 지원사업에 응모하는 것은 똑같네요”

질문 하나. 사회적기업은 지원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조직인가? 인건비 지원을 위해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많은 예술단체들이 지원기간이 끝난 뒤 존폐의 위기를 겪어 온 일은 딱히 특별한 비밀이 아니다. 게다가 이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생존방편으로서 선택한 사회적기업이 존속해야 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일반 문화예술단체와 같은 분야의 사회적기업이 사업모델에서 구별이 안 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같은 영역과 유사한 활동방식을 가진 단체들 간의 경쟁에서 사회적기업이 특별히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가? 혹은 차지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장면 2.

얼마 전 다녀온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워크숍의 한 대목. 각각의 창업팀 대표가 발표를 하고 멘토들이 발표에 대한 질문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발표자 : “우리는 이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의 절반을 국제 구호 단체에 기부할 예정입니다.”

질문자 : “네, 그것은 알겠는데요. 돈 많이 벌어서 기부하는 건 삼성도, 현대도 SK도 다 합니다. 왜 그 단체에 기부하는 거죠?”

질문 둘. 사회적기업의 가치는 어디에서 확인되는가? 과정 자체가 사회적이지 않은데, 번 돈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고 해서 그것을 사회적기업이라 해도 좋은 걸까. 일테면, 부도덕한 방법으로 돈을 모으거나, 노동자들을 착취해서 얻은 초과이윤을 사회복지시설이나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눈다고 해서 그것을 사회적기업으로 추인해주어도 되는 걸까.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나는 이 말을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일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특정 대상을 구분짓는 말을 정책용어로 만들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취약하다’는 가치평가를 담은 말이 특정인들을 대상으로 꽂힐 때, 그것이 주는 심리적인 타격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충분한가? 복지의 사각지대를 커버해주는 것이 필요한가? 아니면, 정부나 기업이 실행하지 못한 틈새시장을 발굴한 활동을 해야 하는 걸까?

 

장면 3.

지금은 서울형사회적기업이 된 빅이슈코리아의 창간 전, 잡지의 성격과 퀄리티에 대해 준비팀 내부에서 논쟁을 벌인 기억이 난다(한국에서 빅이슈코리아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약간의 비하인드스토리가 있었다. 어쩌다보니 그 뒷이야기에 발을 걸쳐놓게 되어 지금까지도 편집위원 직함을 가지고 있다).

A : “한국에서는 나이브한 휴머니즘이 먹혀들기 때문에 잡지의 질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판매와 영업망 쪽에 집중을 해야죠.”

B : “무슨 소리예요? 사람들은 그렇게 바보가 아닙니다. 잡지에서 자신이 얻을 부분이 없다고 생각하면 바로 외면해 버립니다. 엄청난 재원과 고급인력을 쏟아 부어도 잡지가 버림받고 망하는 거 순식간이라고요.”

뭐, 당연하게도 그 날의 결론은 잡지의 질과 영업력 모두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절충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창간한 지 2년이 되는 지금에 와서도 이 고민의 본질이 모두 해결되었을 것 같지는 않다. 여기서, 질문 셋. 사회적기업의 산물이 다른 일반 기업이나 단체와 차별성을 갖는가? 그렇지 않다면, 대체 사회적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필요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대중의 선한 마음과 동정, 자비심에 기대는 자선단체와 사회적기업의 거리는 얼마나 되는가. 사회적기업이라는 상표가 주는 매력이 있는가? 오히려 사회적기업은 자선단체와 구분이 가지 않아 질이 낮은 서비스나 물품이 생산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런저런 사례를 끌어다 질문을 했지만, 결국 묻고 싶은 것은 하나다. 사회적기업은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는가. 뚜렷한 역량을 가진 소수를 제외하면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는 것을 제외하고 차별지점을 못 찾겠다. 문화예술분야는 물론이고 전체 사회적기업의 전반적인 경향이 사회혁신의 의지를 갖고 솔루션을 개발하는 팀들은 점차 줄어들고, 오히려 지금까지 벌여온 일들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방편으로 사회적기업을 활용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든다. 불행하게도 이런 느낌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맡아서 진행하는 전국 위탁운영기관 관계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물론, 과장된 해석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회적기업과 관련한 일에 뛰어드는 이들이 자본주의 경제 바깥을 상상하고, 사회적경제와 협력의 가치를 인식하고 확인한다는 데서 사회적기업의 성과를 확인하는 게 오히려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꾸준히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정책 단위에서 해결의 방향타는 나쁘지 않게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접지원은 줄이고 공공구매와 인프라 구축, 사업비 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한다는 계획은 나쁘지 않다. 다만 2017년까지 3,000개의 인증사회적기업을 만들겠다는 성과주의는 좀 피곤하고 낯간지럽다. 그 장단에 놀아날 수많은 개인과 단체들의 우여곡절이 눈에 선해 피곤하고, 실패를 거듭하고 내실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실업율을 낮춰 경기지수를 개선시키려는 속이 빤하다. 정부의 정책방향이 중요하다지만, 사회혁신과 사회적경제-협동의 가치는 제도와 정책의 안팎에서 동시에 피어나고 성장해야 마땅하다. 모쪼록 정부의 지원이라는 좁은 틀에서만 사회적경제가 해석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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