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을 넘어서다.”(20호)

2013년 6월 19일culturalaction

[편집자주] 요즘 “협동조합”이 대세입니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이렇게 “협동심”이 높았는지, 왜 갑자기 멀리하던 “협동”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여하간 “자고 일어나니”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의 구조화된 위기에서부터 마을 커뮤니티를 위한 대안에 이르기까지 다목적 처방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이런 비슷한 유행이 불과 얼마 전에도 있었습니다. 바로 “사회적 기업”입니다. 사회적 기업을 하지 않으면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애지중지하던 그 사회적 기업 말입니다. 이번 <문화빵>의 특집은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기업입니다. 이미 협동조합이라는 “신상” 앞에서 퇴물 취급을 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성찰과 반성 없이는 협동조합의 시대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① 지역을 살리는 사회적경제의 성공조건 / 김태인(광명시 사회적경제기업지원센터)

② 사회적기업의 가치에 대해 묻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 / 안태호(부천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③ [좌담]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을 넘어서다. /정리 : 이선영(프리마켓&문화연대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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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0호

 

[좌담회]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을 넘어서다.”

5년차 문화예술 사회적기업의 생존 고민 토크

 

정리 : 이선영(프리마켓&문화연대 자원활동가)

 

좌담회는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 5년차를 맞고 있는 김영등(일상예술창작센터 대표), 황덕신(이야기꾼의 책공연 공동대표)이 참여했고, 송수연(문화연대 활동가)과 이선영(프리마켓&문화연대 자원활동가)이 진행했다.

 

수연 : 문화예술분야에서 사회적 기업이 시작한지 꽤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지원이 마무리되는 시점일수록 운영과 향후 계획과 관련해서 많은 고민들이 있을 것 같다. 최근에는 마을기업, 공유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흐름들이 같이 가고 있는데 이 맥락들과 관련해 어떤 계획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주변에 문화예술 쪽에서 사회적 기업을 하겠다는 친구들이 있는데 자기 실천적 고민보다는 구조 안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비판적인 이야기와 함께, 한 단체가 시작하며 자리 잡는데 사회적 기업 모델이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점이 있으면 더 성장할 수 있을까 이야기도 해보자.

영등 : 사람들이 비빌 언덕이 없으니까 그런 것 같다. 넓은 맥락에서 보면 그런 사람들(사회적기업이든 마을기업이든 활동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자체가 굉장히 약하다. 사회적 경제 안에 있는 사람들이 시장시스템 안에서 얼마나 자기존재를 지속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온다. 극소수 몇몇에 한해서는 벌어서 먹고 살 수 있지만 나머지는 지원받지 못하고 살 수 있을까? 지원이 돈을 주는 것이든 공간을 내주는 것이든, 시민들이 후원을 하는 것이든, 뭘 하는 것이든 사회적 맥락 안에 있다고 생각이 든다. 외국의 협동조합 사례를 국내로 가지고 왔을 때 그럴만한 시스템이 잘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지원의 물꼬가 확 커져서 취미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행위, 경제활동을 하려고 한다면 다 하게 해주는 것이 좋지 않나?

덕신 : 문화예술정책에서 ‘문화민주주의와 문화의 민주화’ 두 가지가 잘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문화예술분야의 사회적기업 정책이 이루어졌다면 양자가 더 보완되고 상호 성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술생태계도 잘 순환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정책의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개입된 일자리 중심 사회적기업 정책이 과제를 야기한 것 같다. 문화예술정책에 있어서 두 가지 균형에서 뻗어나가면, 일상창작예술․커뮤니티 아트가 있을 수 있다. 우리가 백화점 문화센터나 초창기 문화의 집 컨셉을 넘어서려고 하는 게 있다. 혼자 예술하지 말고 같이 예술하면 사회가 달라진다. 다른 하나의 관점은 수월성 및 생산력과 관계된다. 누구나 뛰어난 예술을 관람하고 즐기고 향유할 권리가 있다. 뛰어난 작품과 뛰어난 예술가가 있어야 한다. 이 작품이 뛰어 난지 아닌지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지난 정책 방향에서 나왔던 말인 ‘문화민주주의와 문화의 민주화’는 ‘창작활성화’와 함께 균형이 맞추어져야 한다.

정책과 개념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다. 예를 들어 일상창작예술이 있으면 ‘일상창작예술’이란 그 개념을 만들어온 역사와 맥락이 있는데 사람들은 그 말을 ‘소비’해버린다. 정책으로 넘어가면 강사를 파견하는 개념으로 전환된다. 좀 더 나아가면 ‘일상창작예술사’라는 자격이 생기지 않을까? 우리가 문화예술교육을 이야기할 때도 (문화연대에서도 문화교육을 이야기할 때도) 여러 가지 맥락이 있었고 그 중에 하나가 일상창작예술인데. 정책에서는 문화교육의 여러 결을 싹 무시하고 문화예술강사로 아카데미하더니 ‘문화예술교육사’가 나왔다. ‘문화복지사’도 있다. 한편, 커뮤니티아트 등의 개념이 소비되니까 수월성, 뛰어난 예술을 만들어낸 생산력, 창작 활성화에 대한 부분이 싹 줄어들게 되었다.

문화민주주의와 창작활성화가 균형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감과 통찰이 빈약한 토대 위에 사회적기업 정책이 도입되었다. 문화예술을 사회적 비용과 편익 측면에서 바라보지 못한다. 도구적 접근으로 예술을 바라보자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실패를 겪고 있는 21세기에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풍요한 방법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서 시민사회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논리의 시대로 답이 나오지 않고 갈등과 증오만 나오니까 테이블 만드는 목공일 하고 자조․공조하자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산업 쪽으로 보면 문화자본 양극화뿐만 아니라 예술시장이라고 하는 것들 크게는 엔터테인먼트, 대중예술까지 포함해서 양극화되고 있다. 여기에도 갑을 관계는 엄연히 존재하는 게 시장이다. 어린이 연극도 다양하면 좋은데 캐릭터쇼가 지속적으로 강화된다. 캐릭터쇼는 대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극장에서 해야 하고 어린아이들은 배우와 연극과 대화하는 게 아니라 쇼를 하나 보고 스펙타클을 소비하는 것이 될 우려가 있다. 만약 일상예술센터의 경우에도 누구나 창작할 수 있는 일상예술의 관점이 있다면 또 하나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바로 작가들의 데뷔 무대이다. 공예나 디자인이나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시민 속에서 데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적기업 정책과 문화예술정책은 작가들을 문화예술교육의 교사 또는 상인으로만 몰아갈 수 있다. 이 작가들을 인큐베이팅하면 데뷔해서 성장해서 좋은 작가가 나올 수 있고, 그 중에서 어떤 작가들은 대중을 위해서 혹은 사회와 이웃하기 위해서 내가 어떤 문제들을 내 작품으로 해결할 수 있다거나 혹은 그런 질문을 던지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림이 팔리는 것이지 설치나 퍼포먼스가 팔리지 않는다. 하지만 동네사람들 문패 만들어 주기 이런 것을 한다. 안 팔리고 전시도 못하는 작품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면 이것은 사회적 생태계에서 해결해줘야 한다. 국가와 사회가 실패하고 있는 것을 예술가가 개입해서 집단의 창의를 이뤄나가고 있는 곳이다.  이 두 가지 정책이 균형을 갖추지 못하고 예술생태계와 관련한 사회적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존하라고 하니까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왕과 귀족으로부터 시민이 후원자가 되고 이 과정에서 향유와 생비가 순환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단체 성원들은 기본적으로 예술이 사회적이고 공공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시민과 이웃하며 가려면 보다 사회적 문제에 집중하는 이웃됨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 분야의 사회적 기업이라고 한다면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거기에서 갖고 있는 자기의 솔루션들의 생산력 수준을 높여야 한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갈고 닦았으면 한번쯤 어린이․청소년․시민과 만나면서 빛나는 예술적 순간이 있는지 작업의 생산력을 봐야한다.

 

 

수연 : 좀전에 문화예술정책과 사회적기업의 정책이 서로 상보하는 균형이 없다라고 했는데  아르떼나 서울문화재단에서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섹터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보안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요?

덕신 : 예술단체가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기업을 하면 지속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업’을 주목한 것 아닐까 싶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예술정책이 두 가지가 균형을 갖지 못하면 어렵다. 서울문화재단이나 아르떼나 봤어야 하는 것은 별별 솔루션 같은 것들, ‘혁신사회적기업’이라고 했던 정책적 측면이 좀 더 제대로 이루어졌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인큐베이팅의 방법이 달라져야하지 않을까. 문화예술분야 이외의 사회적 기업 중에 노동부에서 지원받거나 혹은 서울시에서 지원받는 곳들의 인큐베이팅 방법이 대단히 제조업 베이스나 기술에 (대량생산이 가능한 복제 가능한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별별 솔루션이나 혁신형사회적기업의 경우 이미 그런 고민(문화예술 분야만의 인큐베이팅)이 있지 않았을까? 사회가 문제가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이런 것들이 있다고 보는 고민과 관점. 그런데, 이게 도구적으로 예술을 사용한다는 관점이 들어갈 우려가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경우도 예술가가 그 교실,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작업으로 바라본다면 교육이나 교수법이라고 일컬어지는 것과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막상 대상과 만나면 교안을 다 놓고 다른 것을 벌일 수 있고 그러면서 쟁점이 더 부각되고 사람들이 더 얻어갈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을 못하게 된다.

수연 : 사회적기업을 비판적 시작으로 본다면 무책임하다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어 함께일하는재단에서 어떤 사회적기업에게 억대의 돈을 지원한다고 하면 그걸 준비하지 못한 단위에서 그럴싸한 기획안으로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만큼의 자체적인 이슈에 대한 사회적 솔루션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덕신 : 다른 사회적기업들이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른다. 오늘 역할을 못할 수도……

영등 : 사실 사회적기업끼리의 아이디어와 PT의 싸움이다.

덕신 : 예술정책 자체가 균형과 기본에 실패한 후에 사회적 기업으로 옮겨오니까 사람들이 핫이슈만을 원한다. 만약에 예술정책이 균형과 기본을 잘 잘 지속하고 있다면 기본적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는 선상에서 이슈가 될 만한 것들을 하게 될 수 있다. 공공재원이 한 팔 길이 원칙으로 들어가면 지역 소극장들이 시민연극을 할 수 있다. 핫이슈에 묻혀 기본이 되는 프로그램이 유지되지 않는다. 소비되는 것이다. 작업자/기획자들이 지금 집중하고 있는 작업이 있는데 그것은 오래 걸린다. 그 과정에서 실패하면서 수월성도 나오는 것이다. 이것에 대한 평가는 시장이 아니라 시민들과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수연 : 오랜 시간 자기 맥락을 만들면서 성실하게 해온 곳은 어떤 조건 없이 그냥 지원한다면 어떨까?

덕신 : 그러면 데뷔하는 사람한테 기회가 없을 것이다.

수연 : 계속 사회적기업 간의 파이를 나누는 것처럼 상황이 가고 있는 것 같다.

영등 : 우리나라 진보나 예술 쪽 이런 사람들의 대책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체적으로 정책 차원에서 소비하고 말아버리는 것 같다.

수연 :  소비되지 않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영등_ 예를 들면 기관이 바뀌면 내부의 사람들이 확 바뀌어야하는데 안 바뀌는 상황에서 사회적기업들이 바뀌기 힘들다. 문화예술, 진보의 리더그룹들이 많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 시청광장에서 하는 공공 행사를 보면 사회적 효과를 잘 모르겠다. 얼마전 공정무역 페스티벌의 경우 좋은 가치와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했지만, 내가 느낀 것은 깊이가 없는 허상같다는 느낌이었다.

영등 : 겉으로 볼 때 공정무역페스티벌은 접근자체가 잘못 된 것이다. 이번에 도시 농업박람회에 가보았는데, 좀 더 창의적인 다른 활동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창의적인 다른 활동들을 만들어야 할 사람들, 그 에너지가 여전히 같은 것을 하고 있다, 방향성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힐링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해결이 필요한데 자꾸 힐링 쪽으로 가고 있다. 사회적 흐름 자체가 굉장히 왜곡되어 있고 이 해결이 몇몇 사회운동단체들에게 집중되어 있고, 나머지는 ‘창의’ 에서 찾고 있다. 사회적경제를 해도 전체적 사회적 부의 큰 분배 없이는 사회가 훈훈해지지 않을 것이다.

수연 : 얼마전 문화예술이 야생성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서울문화재단도 지원이 시민예술지원으로 가고 있는데, 지원금이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문화와 예술에서 새로운 것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에 기획과 관심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덕신 : 예술정책에서 균형이 깨진 것이 바로 그런 것이지 싶다.

영등 : 사회적 기업까지만 해도 조금만 빨리 뒤따라가도 활동하는데 어렵지 않았는데 요즘은 그런 것이 안 보인다. 트렌드를 잘 쫓아가면 다양한 활동 등의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덕신 : 그래서 조합이 중요한 디딤돌 같은 지점이 된다. 조합원과 상호학습하면서 발기인이 되는 조합원이 확대되는 시간과 재원이 필요하다. 각종 지원금 사업에서 대중접점을 넓히고 깊히 가져가는 방향에 조합이 있다면 어떨까?

영등 : 일본은 풀뿌리가 굉장히 잘되어 있는데 그렇다고 일본이 행복한 사회인가 생각하면 아니다. 조합이 필요할까?

덕신 : 문화예술은 후원자가 없었던 적이 없었는데 후원자의 위치가 바뀌어 오는 역사라고 본다. 그것이 예술의 시장이다.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점차 다른 이를 위해 예술을 지원 지지하는 행위가 후원이라는 독특한 소비 행동이다. 시민후원 체계가 만들어져야 시민예술을 하고, 예술가는 시민에 기반해서 지속한다. 오백 명의 내 친구들과 동네에서 무엇이 조직되면 대단한 밥벌이가 안 되지만 굶어죽진 않겠다 싶을 때가 있다.

영등 :  큰 사회적 분배가 이루어지면 굳이 작은 조직과 관계를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을까?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는 고용 없는 성장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성장을 안 한 것은 아니고, 사회는 사회 구성원들이 자기 자유를 누리면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사회이다.

덕신 :  한편에서는 서로 돕고 사는 동네를 위한 행동이 있어야 한다. 협동조합이라고 하면 여기에도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한 쪽에서는 예술인 복지와 관련된 유니온이 있을 것이고, 여기에는 수월성과 관련된 쟁점은 없다. 다른 쪽에서는 더 좋은 성취를 위해 작업하는 사람들의 실험하는 부분을 서로 인정하는 예술가와 시민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좋은 작물을 키우고 싶어 작은 차이를 실험하는 농부와 조합원의 관계처럼

수연 : 이야기꾼 책공연은 공동체 운영을 지향하지 않나?

덕신 : 그렇게 하려고 한다. 물론 가야할 방향인 듯 한데 반대가 있을 경우 가지 않는다. 그럴 때 개인적으로 고민이 들기도 한다.

영등 : 일상예술창작센터는 운영방식이 활동가들 중심이다.

덕신 : 우리는 20명이라서 직접제가 가능한 거겠지. 조합을 이루는 방식은 달라야하지만 (문화예술은) 어디로 가도 수월성이 관건이라고 본다. 협동조합이 되면 문화예술 쪽은 딜레마는 있지만 잘될 것 같다. 딜레마는 사람들이 절절히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화예술 분야 외의 협동조합들의 과제는 교육에 있다. 문화예술협동조합의 경우 관객개발에서 개발이라는 측면이 아니라 서로 필요를 절감하고 각성하게 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조합은 합의와 갈등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터득하지 못하면 관료제화된다. 문화예술은 그 과정을부드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럴 때 정부정책이나 예술정책은 조합원들과 프로그램하면서 회원을 늘릴 수 있는 재원을 지원해준다면 어떨까? 문화예술 쪽에서 향유자와 생산자가 다 참여하는 다자이해협동조합이 만들어지면 기존의 협동조합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연대해야한다. 문화예술 협동조합은 주인되기 교육에서 탁월한 과정을 보여줄 수 있다. 기존의 협동조합과 연대가 되면 사회적경제의 차원이 달라질 수 있다.  사회적기업 내 성원들과 ‘주인되기 과정’이 적어도 3-4년, 5년이 걸린다. 이제 겨우 내 관심사 아닌 것도 들어온다. 사람들이 문화예술 사회적기업과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는 모임이 있는 것이 자립의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수연 : 이야기꾼의 책공연은 처음부터 조합, 공동체의 모델을 고려한 것인가?

덕신 : 리더십과 관련해서 성원들 사이에 이견들이 있다. 리더십의 어떤 정도를 선택하느냐와 서로 성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초창기부터 있었다.

영등 : 일상예술창작센터는 협동조합에 대한 고민을 해보지 않았고 아직 5년 이후의 계획은 없다.(일상예술창작센터는 협동조합에 대한 고민을 따로 하고 있지 않고 있다. 노동부 지원 종료에 따른 변화를 어떻게 뚫고 나가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덕신 : 상법상 법인인 예술단체는 전문예술단체 제도 바깥에 있다. 기부후원 받을 수 없다. 사회적기업과 문화예술정책과 엇박자다. 사회적기업은 가장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법인이 주식회사 법인이고, 기부는 엄연히 사회적기업의 가치를 인정받는 영업활동이다. 이것이 바뀔 필요가 있다.

수연 : 주변에 문화예술하는 분들은 거의 사회적 기업을 하고 있는지?

덕신 : 예비 사회적기업 하다 많이 떨어져 났을 수도

영등 : 우리 주변에 오래전부터 사회적기업 한 사람들은 세상흐름에 빠른 사람들이었다. 이 그룹만 하더라도 변화 흐름 쪽에서 앞에 있다.

수연 : 문래창작촌의 경우도 그룹으로 활동하고 기획에 역량이 있는 멤버가 있으면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바로 받는 것을 많이 봤다.

사회적기업이 나온 지 8년이 되었고, 정책적으로는 5년이 되었다.

덕신 : 얼마 전 겉만 사회적기업이고 사회적 과제에 주목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 개탄하는 인터뷰 기사를 봤다. 사회적 문제에 초점을 두지 않고 지원금 따라 움직이더라,라는….. 뜨끔하고 다시 긴장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기업이 기본적인 소명의식을 다한다면 좀 더 다른 사회적기업 활동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영등 : 사회적기업이 문제가 아니라 기업을 통제하는 제도의 문제도 있다. 기업은 자기 생리대로 잘 가는데 제도 자체를 운영을 못해서 기업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얼마전에 TV 보니까 쓰리엠이 점령하고 있는 필름시장에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엄청 잘하고 있는데 사내복지도 잘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이러한 새로운 기업가들이 계속 나오는데, 대규모 기업이 다 흡수해서 크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자유롭게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로 통제하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덕신 : 사회적기업이 사회의 필요를 충당하는 것으로 그 소명의식과도 연관시켜 생각해 볼 수도……

영등 : 소명의식보다 사회적관계 속에서 자기 역할을 찾는 것이다.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저런 것이 보이는데 내가 하고 싶다라는 것 이것이 충분히 자극이 되고 할 수 있는 장치들이 되있다면 좋은 것이다. 너무 사회적기업을 도덕적으로 접근하는 측면 있다. (돈도 벌고, 해결도 하고) 벤처도 취지는 모험하는 측면에서 망하니까 벤처이고 그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사회적기업도 이런 맥락에서 접근해주면 좋을 것이다.

덕신 : 사회적기업도 실패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해보자.

영등 : 성공하면 또다른 성공신화인 것이고.

수연 : 실패도 잘 실패해야한다. 그런 경험도 전달되고 토론되어야 한다.

영등 : 그렇기 위해서 실패를 해도 내가 어떻게 실패를 했고 그것을 딛고 어떻게 갈 것인지 그런 시스템이 되어있으면 좋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설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대체적으로 나쁜 실패가 될 수 있다. 5년으로 보기엔 너무 짧고 장기적으로 보고 길게 지원해주는 넉넉함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

덕신 :  특히 문화예술 쪽에서 사회적 기업은 예술정책이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실패하는 것 자체가 경험을 쌓는 것이고, 비용을 줄이고 편익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트솔루션이라고 해서 공공미술 했는데 2년이 지나서 비판이 있었다. 우리가 한 활동이 잘못되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작업 자체가 사회모순을 얼마나 담고 있느냐. 땅값이야기, 애정이 만들어지는 프로세스가 있는가, 도구냐 수단이냐 등의 쟁점이 나온다. 이런 쟁점을 던지는 것이 실패의 과정이며 벼려지는 과정이자 예술정책이 성공하는 과정이다. 또한 실패도 자립이 실패인지 무엇이 실패인지 알아야 한다. 문화예술단체 쪽은 자기 초점을 향해서 돌진하고 한 발 물러서서 성찰하고 그랬어야 한다.

수연 : 이런 점을 공유하지 못한 측면이 아쉽다. 사회적기업에서 협동조합으로 급하게 전환한 단체들을 보면 전환과정에서 부분의 실패가 있었을 텐데 그것을 공유하지 않은 부분이 안타깝다. 왜 다른 디딤돌이 필요한지에 대한 서로의 질문과 과정에 대한 공동의 설계가 필요하다.

덕신 : 관심사가 수준 높은 예술을 만드는 곳 중에 특히 어린이․청소년에 관심 있는 곳과 연대하고 더 나은 생산물을 만들며 솔루션의 깊이를 깊게 하고 명민하게 하는데에 있다. 앞으로의 5년에 벌어질 일이겠다. 여기에는 그 과정을 이행하면서 나타나는 수준에 대한 논쟁과 논의도 포함된다.

수연 : 주변에 친구들이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그러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같다.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쪽에서는 이런 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함께 무언가를 한 다는 것이 잘 안 보인다.

덕신 : 보통 사회적기업의 공동사업하면서 문제가 있다고 보여지는 것이 사회적기업이 클러스터처럼 있으니까 협동사업을 하라고 하는 데 있다. 하지만 보고 있는 문제가 같지 않는데 협동이 마냥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협동사업하면서 쟁점을 벼리고 생산력을 높일 수 있다면. 생산력을 높인다면 제도의 균열과 새로운 체제로의 이행을 촉발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단체들이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생산력을 높일 수는 없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이란 제도는 예술정책이 하지 못했던 생산력에 초점을 갖고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 같다. 예로 들어 종수를 늘려 보거나 아니면 하나에 집중해서 밀도를 높이는 등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정책이지 않았나 싶다. 이런 이야기를 던져 제도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그 당대의 이슈와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것을 잘 살피는 데에도 닿았으면 한다. 문화예술 사회적기업들이 생산력에 집중하거나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예를 들어 음반이 굉장히 좋아서 예술정책에서 보살피고 인큐베이팅 해야 하는데 어쨌든 사회적기업되고 나서 인건비를 받으니까 생산력에 집중을 많이 했다. 그 결과 최근에 질적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그러진 않지만 문화다양성의 측면에서 이 단체가 (사회적기업 제도를) 잘 활용하고 생존하며 전체적 사회적 필요에서도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예술 정책에서 (예술의 생산력에 대한 고민이) 전제가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런 사회적 기업을 비판할 수 없는 것이다. 예전에 협업사업은 업종별 네트워크를 만들라고 했다. 문화예술은 업종이 같다고 해서 모일 수 있지 않다. 장르나 활동하고 싶은 분야, 내 작업의 화두 등 지향하는 초점이 조금씩 다르다. 이런 것이 만나지 못해서 문제였던 것 같다.

수연 : 시간이 많이 지났다. 영등씨의 경우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일상예술창작센터를 5년 마무리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이나 다른 바람이 있다면 얘기해 달라.

덕신 : 사회적기업이 전반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시작하는 사회적기업 성장기 사회적기업 숙성기 사회적기업에 대한 각각 다른 방향제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일자리 중심 사고에서 사회적 과제 중심으로 관점을 넓히되 오히려 문제 중심으로 집중되고 일관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그 사이에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질문하는 과정도 상호 겪게 될 것이고 그 자체가 잘 드러난다면 좋겠다.

수연 : 생각이나 비전이 명확하지 않는 젊은 친구들이 사회적 기업이란 구조와 맞닥뜨렸을 때 고민하고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사회적인 문제와 그 접촉 지점을 생각했는데 막상 그 구조와 내부 시스템은 ‘기업’인 것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비슷한 고민을 가진 모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먼저 경험했던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영등 : 사회적기업이란 맥락에서 바라보는 순간 방향 찾기가 어렵다. 협동조합은 사업보단 커뮤니티 느낌이 더 나는데 사회적기업은 어렵다. 몇 가지 사례가 있는데 사회적기업으로 보자니 어렵다. 사회적기업도 협동조합도 아니고 그냥 사회적 일이다. 이런 접촉 지점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좁은 곳에 갇히지 않고 넓게 오가는 것이 어렵다.

덕신 : 기획자들도 소비하는 경우가 있다. 일상예술창작센터 같은 선배들의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이야기 들으면 개념이 달라지거나 잡힌다. 현재 자신이 쓰고 있는 말에 대한 사회적 역사적 맥락과 배경이 없이 저질러지는 경우가 있다. 이야기를 들으면 그가 집중하고 있는 말에 대한 고민이 안 보이고 소모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단어에 대한 자기 언어가 없다. 어떤 때는 솔직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포장하지 않고 담백하게…… 영업과 생존 이 걸리는 자리가 아니라면 오랜 집중과 헌신을 다해 온 어떤 자리를 만날 때는 사회적기업 이런 것 다 떼고 담백하게 가려고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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