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재의 운동선수]이원재 _ 사회운동이라는 운동장에 들어서며(35호)

2014년 3월 27일culturalaction

이원재 _ 사회운동이라는 운동장에 들어서며 

인터뷰 : 이원재

정 리 : 이원재

* <문화빵>의 새로운 코너로 ‘이원재의 운동선수’가 시작됩니다. ‘이원재의 운동선수’는 사회운동가들과의 “구구절절한” 인터뷰를 통해서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함께할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해 다시 한번 모색해보는 자리입니다. ‘이원재의 운동선수’는 즉각적인 대안과 희망고문을 강요받는 한국 사회에서 삶의 불편함과 어려움 그리고 “마땅한 답 없음”을 인정하는 솔직한 수다들을 지향합니다. ‘이원재의 운동선수’가 이원재의 셀프 인터뷰로 그 시작을 알립니다.
문화빵 : ‘이원재의 운동선수’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요즘 <문화빵>에 코너도 많은데…
이원재 : “사회운동의 위기”, “진보진영의 대안 없음”이라는 것이 이미 오래 전부터 이야기되었는데… 사실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는 논리적인 노력은 많았지만, 정작 왜 우리가 힘든지에 대한 질감있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사회운동가들은 힘든 이야기를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늘 담대하고 대안적인 모습을 유지하는 것에 익숙한 주체들이다. 진짜로 힘든 것을 이야기할 때, 타인을 위한 설명이 아니라 자기 자신들의 상황을 조금 깊이 있게 들여다 볼 때, 그 소통 과정을 꾸준하게 지속해 볼 때,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나름 새로운 출발점을 찾을 수 있겠다는 개인적인 기대로 기획했다. 
문화빵 :왜 인터뷰라는 형식을 선택했나?
이원재 : 요즘 참 많은 인터뷰들이 있다. 아니 어쩌면 인터뷰의 시대이기도 한 것 같다. 신문 기사에서 단행본에 이르기까지 인터뷰가 유행처럼 많아졌다. 물론 좋은 인터뷰들도 많지만… 가끔은 글 쓰는 것이 부담스럽고 귀찮아서, 혹은 쉽게 책을 낼 수 있으니까 인터뷰가 남발되는 것 같다는 느낌도 솔직히 든다. 인터뷰 홍수의 시대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인터뷰라는 형식을 선택한 것은 내가 듣고 싶은, 내가 갈망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는, 삶의 질감 속에서만 언어화 될 수 있는 그것들. 
문화빵 :실제로 ‘이원재의 운동선수’가 그런 결과를 얻게 될지는 의문이지만… 그렇다면 다른 인터뷰와의 차별화 전략이 있나? 솔직히 인터뷰 전문가도 아니고…
이원재 : 뭐…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최근 넘쳐나는 인터뷰 글들을 보면서 좀 불편해진 것들이 많다. 먼저 인터뷰가 개인과 사람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진보언론에서조차 지나치게 ‘성공사례’ 혹은 ‘성공파일’ 수준의 인터뷰가 많아진 것 같다. 그리고 이는 당연하게 ‘희망고문’을 동반한다. 특히 인터뷰의 형식을 띤 희망고문이다보니 마치 개인의 삶 속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찾고 싶은 욕망들이 강하고, 나는 이 지점이 많이 불편했다. 사회운동의 실패를 개인의 삶, 특별한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 같아서… 인터뷰에 등장하는 개인의 삶이란 것이 사실 보편화되기 힘들고, 그래서 매력적인 것인데 마치 이를 보편적인 희망으로 강요당하는 듯 해서 말이다. 그래서 인터뷰 기사를 다 읽고 나면 오히려 그 사람이 이유없이 미워지는(웃음) 경험을 하게 된다. 운동선수의 기본 방향은 삶의 불편함, 어려움, 쪼잔함, 대안없음조차 함께 수다 떨어보는 것이다. 대안과 희망에 대한 강박으로부터도 좀 자유로운 인터뷰를 하고 싶다.
 
 
문화빵 : ‘운동선수’라는 단어가 자극적이다. 어떤 의미이고, 주로 어떤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있나?
이원재 : 개인적으로 사적인 자리에서 사람들이 종종 사용하는 “선수”라는 단어를 참 싫어했다. 뭐랄까… 엘리트적인 느낌도 있고, 혹은 무언가 하나 밖에 모르는 융통성 없는 사람들에 대한 대명사인듯도 하고, “선수끼리”처럼 자기들끼리만의 폐쇄적인 리그의 느낌도 싫었고… 그런데 이번 인터뷰 코너는 코너를 만들고 명칭을 찾은 것이 아니라 “운동선수”라는 단어가 떠오르면서 오히려 인터뷰가 하고 싶어졌다. 내가 호명한 “운동선수”란 잘하든 못하든 사회운동에 대해 삶을 걸고, 사회운동에 대해 일상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질감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졌고, 언제나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된 사회운동가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가 때론 배우고, 때론 위로 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도 하게 되었다. 물론 독자들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문화빵 :독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독자들 마음이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을 인터뷰할거냐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이원재 : 아, 맞다. 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지만… 사회운동가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상이라고 본다. 물론 기획의 의도를 고려했을 때 일정 시간과 삶을 사회운동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섭외할 예정이다. 항상 누군가의 대변인 같은 삶들을 살아왔을테니 뭔가 하고 싶은 말들이 많지 않을까…
문화빵 :제발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 바쁘다는 핑계로 쉽게 섭외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인터뷰하고 좋아하고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원재 : 뜨거운 반응. 아무개 인터뷰 해라 등의 열정적인 피드백? 인터뷰 내용에 대한 환대와 독설? 그런거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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