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영화, 삼성과 싸우다 : <또 하나의 약속>과 <탐욕의 제국>(35호)

2014년 3월 27일culturalaction
[특집] 왜 삼성과 싸워야 하는가?
영화 <또 하나의 가족>이 개봉한 얼마 후 현직 삼성 전자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영화가 만들어낸 오해가 안타깝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영화가 진실을 숨기고 있고 투쟁의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일했던 한 엔지니어는 앞의 삼성 옹호글을 반박하며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으려 하는 것은 비난 받을 일이 아니라 박수를 받을 일이라는 내용을 담아 “제가 한 때 속했던 이 회사가 전 너무도 부끄럽습니다”라는 글을 게시했습니다. 이 논쟁을 통해 우리는 삼성이 어느정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항변하려 한다는 점과, 삼성에 대해 자기고백을 하는 삼성맨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삼성이라는 거대한 괴물의 진격은 언제쯤 멈출 수 있을까요? 그렇기에 문화빵 35호에서는 특집으로 우리가 삼성과 싸워야 하는 이유를 다뤄봤습니다. 
 
① 삼성에 사로잡힌 삶에서, 삼성을 바꾸는 삶으로! – 조대환(삼성노동인권지킴이)
 어둡고 차가운 시대의 새로운 희망,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 홍명교(삼성전자서비스지회 교육선전위원)
③ 영화, 삼성과 싸우다 : <또 하나의 약속>과 <탐욕의 제국> – 최혁규(문화연대 활동가)
 

영화, 삼성과 싸우다

 

: <또 하나의 약속>과 <탐욕의 제국>

최혁규 / 문화연대 활동가

misueno4@gmail.com

삼성을 다룬 두 편의 영화가 올해 초에 연달아 개봉했다. 한 편은 김태윤 감독의 <또 하나의 약속>이고, 다른 한 편은 홍리경 감독의 <탐욕의 제국>이다. 두 영화는 한국 사회에서의 삼성문제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개봉 이전부터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고, 실제로 최근 삼성 문제에 대해 알게 된 이들은 대부분이 이 두 영화를 통해서인 경우가 많다. 2월에 개봉한 <또 하나의 약속>은 현재까지 약 50만 명의 관객수를 동원했고, <탐욕의 제국>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독립다큐멘터리 최초로 두 개의 관에서 시사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영화들의 흐름의 연장선에서 봤을 때, 이 두 편의 영화는 삼성의 신화에 과감하게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건 두 영화가 삼성 바로잡기 운동의 흐름에 있다는 점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영화들은 삼성과 직접 싸우고 있다. 제작부터 배급과 개봉까지의 우여곡절 많은 사연들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으며, 현재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두 영화는 삼성 반도체 공장의 문제와 삼성이라는 거대한 자본 권력이 행하고 있는 폭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과 형식 상에서는 크게 차이를 보인다. 김태윤 감독의 <또 하나의 약속>은 고 황유미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극영화로 그녀의 아버지인 황상기 씨가 삼성에 반도체 노동자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며 삼성과 싸웠던 이야기를 담고 있고, 홍리경 감독의 <탐욕의 제국>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 근무했던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삼성반도체의 노동환경 실태와 삼성의 맨얼굴을 보여준다. 이 두 영화는 삼성을 다뤘다는 이유로 제작부터 개봉까지 많은 고난을 겪었다. 가령 <또 하나의 약속>은 애초에 300개관 개봉을 목표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에 의한 자기검열 때문에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 롯데시만, 메가박스가 상영관을 거의 내주지 않아 100개도 안 디는 상영관에서 개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었다. 또한 <탐욕의 제국>도 마찬가지다. <탐욕의 제국>에게 상을 수여했던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삼성전자로부터 지원금이 끊겼고,  왕십리 CGV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시사회는 며칠을 앞두고 영화관이 시사회 대관을 불허해 급히 시사회 장소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두 영화는 이 고난과 싸우며 세상의 빛을 봤다.
당연히 이 두 편의 영화만이 삼성에 대해 의문을 제시했던 것이 아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삼성 신화 이면에 있는 삼성 내부 구조의 문제, 삼성의 정경유착 문제, 삼성 노동자들의 문제 등 삼성이라는 거대 권력이 대한민국 사회에 미치고 있는 악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지만 꾸준히 삼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었다.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 그리고 노회찬 전 의원이 폭로한 삼성X파일 등 삼성의 문제를 지적하며 공론화하려는 시도와, 노동자들의 산재인정과 건강권 확보를 위한 단체인 ‘반올림’ 결성, 에버랜드 노동자들이 만든 삼성의 첫 노조, 삼성전자 서비스지회 노동조합, 삼성노동인권지킴이와 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 등 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하고 실질적인 운동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운동들과 함께 <또 하나의 약속>과 <탐욕의 제국>이 있다. 두 편의 영화는 산업 구조 내에서 삼성이라는 권력의 보이지 않는 겁박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었고 대중들에게 삼성의 숨겨진 진실을 전달했다.
지난 3월 6일 강남 삼성 본관 앞에서 반도체 전자 산업 산재 사망 노동자 합동추모 문화제 “유미씨와 함께 맞는 봄, 지금 여기!”이 있었다. 이른 시간부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활동가들은 방진복을 입고 삼성 문제를 담은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었고, 오고가던 시민들은 얼마 전 영화에서 봤던 방진복을 실제로 입고 있는 사람들이 신기한 듯 관심을 갖고 모였다. 추모제 한 편에 자리 잡고 있었던 영화의 포스터와 방진복을 입은 활동가들 그리고 연이어 흘러나오던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강남역을 오고가던 시민들이 친밀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렇게 이 두 편의 영화는 삼성과 싸우고 있는 한 축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성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물량 공세로 자신들의 기업 이미지를 세탁하고 있다면, 그 반대에서는 삼성의 이면을 보여주는 움직임도 계속 되어야 한다. 이 두 편의 영화가 일회적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현실과 관계를 맺으려면 이 영화들을 통해 삼성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삼성의 문제점들을 드러내는 담론들이 점점 더 다양하게 형성되고 있고, 이에 대중들도 공감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몇 편의 영화가 혁명을 가져올 수는 없지만, 우리는 이 영화의 모습을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사진: 임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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