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깡총]자작 방사능 측정기가 보여준 시민과학의 가능성(34호)

2014년 3월 11일culturalaction

자작 방사능 측정기가 보여준 시민과학의 가능성

청개구리 제작소 (www.fabcoop.org)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발전소와 방사능 위험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방출된 방사성 물질로 인해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 판매량이 급증했고, 국내에서도 일본에서 들여오는 식재료나 가공식품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방사능 측정기에 대한 관심과 구매가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있다. 
 
재앙에 따른 방사능의 피해 외에도 우리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연 방사선에 노출 및 오염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방사능 피폭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가장 흔히 알고 있는 방사능 노출은 병원 CT 촬영으로 인한 의료용 방사선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11년 노원구 방사능 아스팔트 사고는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방사능 피폭을 보여준다. 이미 우리 주변에 방사성 물질이 모르게 퍼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핵발전과 방사능에 대한 진실은 아직 보편적인 정보는 아니다. 다만 사고나 재앙에 따라 그 위험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있을 뿐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핵발전과 방사능의 진실”이라는 말처럼 핵과 방사능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갈수록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환경 관련 데이터에 대한 관심과 접근은 사회적으로 또 일상에서 높아지고 있다. 이런 데이터에 접근 가능한 기술과 정보,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록할 수 있는 장비 개발의 층위도 확장되고 있다. 또한 전문 기관이나 연구소 외에 개인이 쉽게 환경의 문제를 이해하고 일상적으로 감지 할 수 있는 장치와 도구들이 필요해지고 있고 요구되고 있다. 환경 문제를 인지 할 수 있는 정보의 통로도 중요하지만, 생활에서 쉽게 주변의 환경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장치나 도구가 있다면 어떨까? 그것이 이상한 안전에 대한 도착에 이르지 않는다면 많은 변화를 수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예상컨대 이것의 시작은 ‘시민과학과 제작’의 연결을 통해 촉발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예감을 가져본다.

스스로 만드는 방사능 측정기의 세계 

이번 <청개구리 깡총!> 에서는 자작(DIY)으로 제작된 방사능 측정 도구에 대한 소개를 하려고 한다. 제작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재미있게 봤던 자작물 중의 하나가 ‘방사능 측정기’이다. 먼저 방사능 측정기에 대해 떠올려 보면 전문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 진 큰 기계를 떠올릴 것이다. 보이지 않는 위험한 수치를 계측하려면 장비는 정교해야 할 것이고, 가격은 비쌀 것이라는 인상이 먼저 머릿속에 들어 올 것이다. 하지만 자작으로 만들어 진 사물이나 도구들의 세계는 참 다양하고 역시나 상상 이상이다. 
 
몇 년 전 우연히 본 자작 방사능 측정기는 손바닥 크기의 사탕박스에 들어 있었다. 내부의 작동원리를 이 지면을 통해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저가의 부품을 활용해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이 자작 방사능 측정기는 후쿠시마 원전 때 일본 정부의 정보 차단에 대응해 누군가의 자작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기억한다. (사진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이미 제작자(메이커)들의 세계에서는 자작 방식으로 만들 수 있는 방사능 측정기 제작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자작으로 가능한 방사능 측정기는 부품 사용에 따라 제작비용이 다양하다. 또한 제작이 가능한 기판과 부품 그리고 사용 설명서가 함께 들어가 있는 방사능 측정기(가이거 카운트 geiger counter 1) 키트(KIT)들이 판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두이노 기판과 가이거 튜브를 이용해 방사능 측정기를 만들 수 있는 제작 키트도 온라인 주문이 가능하다. 이런 키트들은 주머니에 넣어 다닐 수 있는 크기로 작게는 8만원에서 15만 원 정도의 비용을 들이면 구입과 제작이 가능하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방사능 측정기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방사능 수치 측정을 위해 자작으로 만든 다양한 센서들

후쿠시마 사고로 만들어 진 가이거 키트 – ‘나노 Nano’ 사용법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사람들이 제일 궁금했던 것은 핵사고의 위험에 대한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방사능이 방출되었고, 어느 정도의 수치에서 피폭되고 또 안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하고 효용적인 정보였다. 그러나 정부를 통해서 나오는 내용은 통제의 장치를 거쳐야 했기 때문에 대중이 원하는 정보로는 부족했다. 민간을 중심으로 많은 시민들, 과학자들이 자발적으로 방사능 수치를 직접 기록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런 활동 중 ‘세이프 캐스트(SAFE CAST/blog.safecast.org)’라는 비영리 단체의 활동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세이프 캐스트는 자원 봉사자 중심으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로 방사능 수치를 수집하고 데이터로 기록하고 나누는 글로벌 센서 네트워크이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세이프 캐스트는 사고 현장에서 방사능 수치를 수집 및 분석하고 공유했다. 그 과정에는 함께 할 수 있는 참가자와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참여를 조직했으며, 데이터의 수집과 공유를 위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오픈 소스로 개발하며 환경의 위기에 함께 대응해 갔다. 방사능 수치 계측이 가능한 모바일 센서의 개발은 도쿄에 있는 제작공간인 해커스페이스와 공동으로 진행되었다. 물론 기존 제작자(메이커)들의 실험을 통해 공유되었던 방사능 측정기 정보(오픈소스)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세이프 캐스트는 웹사이트를 통해 방사능 노출 지도를 만들고 이를 공유했다. 현재는 정보가 갱신되고 있지는 않지만, 방사능 수치를 보여주는 온라인 지도에는 4,000,000포인트의 데이터가 수집되었다고 한다. 이는 세이프 캐스트 팀(자원봉사자와 센서 사용자)에 의해 가능했다. 
 
이 방사능 감지기는 모바일 키트 개발로 확장되었다. GPS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어서 걷거나 교통수단을 이용한 움직임을 통해 5초마다 방사능 수치가 측정 가능하고, 측정된 데이터 수치는 웹 사이트에 시각화되어 업로드 된다. 사용자 누구나 주변의 방사능 수치 데이터를 올리고 공유할 수 있는 운영 시스템인 것이다. 또한 누구나 웹 사이트를 통해 수집된 정보(map)에 쉽게 접근 할 수 있고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나노키트(bGeigie Nano Kit)’ – 이 키트에 들어 있는 부품을 활용해서 방사능 감지기를 만들면, 방사능 위험에 대한 정보를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시민 스스로 모니터링하며 네트워킹을 통해 방사능 수치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bGeigie Nano Geiger Counter Kit (완성품) :
워크숍을 통해 이 키트를 조립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3-4시간이다.
물론 전자공학에 대한 경험과 이해 그리고 기술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을 것이다.
제품화된 나노키트 판매가는 다른 자가 방사능 측정기의 부품 비용에 비하면 고가이다. 그러나 이 나노 측정기는 개인의 자작물에서 다르게 용도 변경되면서 기존의 자작 방사능 감지기와 다른 기능을 하게 된다. 키트로 개발된 도구는 개인이 수집한 데이터가 사회적 정보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정보 자원으로 확대 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다. 이는 과학기술로 인한 환경적 재난에 시민들이 대처하고 알 수 있도록 이끌었다는 점이다. (사실, 나노 키트를 직접 만들어 보고 사용해 보지 못한 지라 작동원리에 대해서는 경험이 아닌 독해한 정보에 의존해야 하니 설명에 한계가 있겠다)
 
제작문화 소개에 자작 방사능 수치기 나노를 사례로 드는 것은 제작과 시민과학과의 연결 가능성 때문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제작 공간인 해커스페이스의 시의적절한 역할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해커스페이스는 그들이 가진 기술적인 역량과 자원을 연결함으로써 제작 공간을 매개로 시민과학이라는 것이 어떻게 함께 만들어 질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모델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미 제작과 기술을 매개로 시민 과학의 영역에서 환경 데이터를 만들고 공유하며 이슈화 시키는 활동이 시작되고 있다. 1인 제작자의 즐거운 실험과 시행착오, 그리고 그들이 공유한 정보들이 기업에 의해 상품화되기 보다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와 자원으로 연결되고 공유되는 과정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우리는 지금 하고 있다. 
1. 가이거 카운터 
방사선 측정기의 일종으로 ‘가이거-뮐러 계수기’라고도 한다.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가이거 측정기의 공동 발명자인 ‘한스 가이거’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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