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스코프]KBS 수신료 인상이 공영성을 담보할 것인가?(34호)

2014년 3월 11일culturalaction

KBS 수신료 인상이 공영성을 담보할 것인가?

 

박선영/문화연대

hinggy@hanmail.net

지난달 28일에 방송통신위원회는 KBS 수신료를 월 4,000원으로 인상하고, 광고를 단계적으로 연간2,100억 원에 달하는 광고를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통과시켰다. 정부여당 추천 방통위원들의 찬성으로 다수결 원칙에 의해 3대2(야당 추천의원 2명의 반대)로 의결되었다. 이 안은 곧 국회 본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고, 최종 승인여부는 국회의 결정에 의해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부정적인 국민여론과 국회의 반대로 수신료 인상안은 번번이 무산되었다. 그 결과, KBS 수신료는 33년째 동결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인상안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JTBC가 여론조사기관 현대리서치에 의뢰한 결과에 의하면 73.4%에 달하는 비율이 이번 인상안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물가상승률과 비교해봤을 때 33년이나 수신료가 동결되었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의 결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KBS가 민간방송이 아닌 공영방송이라는 점과 그 공영방송에 공영성, 공정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여론조사의 결과는 그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또한 KBS 수신료는 전기세와 포함되어 사실상 강제 징수에 가까운 준조세의 형태를 띤다는 점에서 국민여론이 이번 결정에 중요한 지표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 이러한 국민여론을 어떻게 봐야할까? 단순히 수신료를 적게 내고 싶은 욕망을 반영한 것으로 폄하할 수 있을까?
이 논의에 앞서서 이번 인상안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말하는 KBS의 안정적인 재원확보에 도움이 되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수신료 인상되면 재원확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광고를 축소하겠다는 계획까지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방송통신위원회 양문석 의원에 의하면 1,500원의 수신료 인상에 광고 축소로 인한 수익 감소분을 빼면 실제로는 380원 정도만 인상 효과 밖에 누리지 못한다고 한다.
그럼 왜 수신료 인상을 통한 재원확보와 상충되는 광고 축소 안을 동시에 시행하려는 것일까? 명분상으로는 KBS의 공영방송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서 라고 하지만 실제는 KBS가 광고 시장에서 빠지면서 줄어드는 광고시장의 반사이익 효과를 종합편성체널(이하 종편)이 취하기 위함이다. 이미 정부와 방통위의 종편 밀어주기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미 종편 체널들은 2년간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 적용을 유예 받는 특혜를 누려왔고, 적용이 시작될 올해부터는 각각 개별 대행사를 두게 하는 ‘1사1렙’도 허용했다. 여기에다 KBS마저 광고시장에서 빠지게 되면 종편 방송들에게는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된다. 노골적인 친정부적 방송을 일삼는 종편에게 퍼주기식 특혜를 제공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방송의 공영성과 공공성을 주장하는 정부와 방통위의 주장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KBS가 광고 시장에서 빠지게 되면 현행 미디어렙 체제인 ‘1공영1민영’ 체제의 붕괴도 가속화 될 것이다. 공영 미디어렙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에서 KBS가 빠지게 되면 대부분은 MBC의 광고대행이 주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종편이 자회사격인 미디어렙을 각자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미디어렙 제도의 존재의 이유마저 흔들고 있다. 또한 코바코의 수익이 떨어지면 EBS나 지역방송 같이 재정이 불안정한 중소 방송사들의 생존권도 위협할 수 있다.
이미 KBS는 공영방송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편파적인 보도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수만명의 시민이 모인 촛불시위에도 보도를 외면하는 KBS의 모습은 이미 공영 방송이라는 위치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공영방송은 국가나 방통위가 지정하면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공영성이나 공공성은 국민들의 지지를 기반을 두었을 때 비로소 그 존재의 의미가 있다. 정부와 방통위는 단순히 제정구조의 변화로 공영방송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허울 좋은 말은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그런 말보다는 73.4%가 의미하는 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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