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사회적 연대로서의 문화운동을 상상하다(33호)

2014년 2월 25일culturalaction
[편집자주] <문화빵>의 이번 인터뷰 코너에서는 “사회적 연대로서의 문화운동”라는 주제로 진행된 문화연대 2014 정기총회 라운드테이블의 주요 내용을 게재합니다. 문화연대와 오랫동안 함께했던 활동가, 예술가들이 “문화연대와 문화운동 그리고 사회연대”에 대한 생각들을 꺼내놓았습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앞으로 <문화빵>에 35호부터 격호로 연재될 새로운 인터뷰 코너 ‘이원재의 운동선수’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문화운동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여행에서 더 많은 독자 여러분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사회적 연대로서의 문화운동을 상상하다

* 기록 : 최혁규 / 문화연대

* 정리 : 이원재 / 문화연대

* 참가자 : 김랑희(인권운동가, 표현의자유연대), 김혜진(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표), 박은선(작가, 리슨투더시티), 안진걸(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이원재(문화연대),  하장호(예술인소셜유니온(준) 사무처장)

이원재 : 문화연대는 지난 15년 동안 문화적 관점에서 사회운동을 실천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문화연대 그리고 문화운동을 둘러 싼 사회적 연대에 대해 이야기 했으면 한다.
박은선 : 문화연대가 그 동안 참 많은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문화연대가 모든 걸 다 할 수 는 없다. 문화연대가 그 동안 운동 의제나 이슈를 선택해왔던 기준은 무엇인가?
이원재 :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문화연대 구성원들이 동의해 온 철학과 운동방향. 다른 하나는 문화연대의 활동 원리라 할 수 있는 “활동가 중심주의”다. 활동가 중심주의는 그 어떤 이론이나 지식 혹은 논리적 근거보다도 현장의 실천, 당사자 중심성, 운동 주체 스스로의 욕망 등을 존중하자는 태도다. 활동가 중심주의는 문화연대의 운동의제 선정에 있어 추상화된 전략이나 권위적인 결정단위보다 구체적인 실천과 해당 활동가의 판단 등을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구조를 만들어 왔다. 아…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다. 시간이 좀 지나다 보니 문화연대가 기존에 선택했던 것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웃음)
하장호 : 문화연대의 활동가 중심주의는 문화연대 활동가들이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과정인 것 같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다소 방임적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조직으로서 문화연대의 활동이 문화연대의 성과나 내용으로 모아져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이 부분이 문화연대는 부족한 듯하다.
김랑희 : 문화연대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단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다. 제도권과 유사해지는 커다란 시민 단체와 다르게 소규모 단체들일수록 활동가의 활동을 많은 부분 보장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활동가 개인 자체의 고민도 있지만 조직과 함께 고민해야 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들이 발생한다.
김혜진 : 철폐연대 역시 문화연대와 거의 비슷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방대해진 연대활동들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그 계기는 비정규 노동 10년을 하며 이후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며 2008부터 3년을 토론한 결과였다. 그 이후로 큰 지각변동이 있었다. 조직 안으로 취합할 수 있는 힘을 각자의 활동 속에서 의미있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조금 다른 질문인데, 문화연대의 그 많은 노동운동 연대활동들이 문화연대 안에서는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어떤 맥락에서 노동운동 관련 연대활동을 하는지 늘 묻고 싶었다.
이원재 : 지난 15년 동안 늘 문화연대의 상근활동가 중에서 약 50퍼센트(%) 정도가 문화연대에서 처음 사회운동을 시작했던 사람들었다. 그만큼 문화연대의 구성원들은 다양한 운동 철학과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문화연대는 문화예술단체의 관점에서 노동운동에 참여하거나 지원해 온 것이 아니라 문화연대 자체에 내재된 반자본주의, 특히 계급운동의 태도에서 노동운동의 중요성과 대중성에 개입해 왔다. 하지만 문화연대는 민주노총처럼 노동운동 대중조직이 아니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기 때문에 문화적 가치와 관점에서 노동운동 현장이나 노동운동조직들에 실천적으로 개입하는 전략을 모색했다.
하장호 : 문화가 수단이나 도구가 아닐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늘 고민한다. 문화연대가 그런 점에서 기존 문예운동 주체들에게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다. 또한 운동과 운동이 결합할 때 새로운 주체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는 예술노동이라는 지점에 대해 더 고민하고 사례를 만들기 위한 실천이 필요하다.
김랑희 : 운동사회 내에서 문화제나 집회들이 정형화된 면이 강하다. 그런 맥락에서 문화연대가 그 동안 형식화된 집회문화 안에서 새로운 집회 스타일이나 가능성을 보여준 면이 크다.
김혜진 : 문화적 감성을 깨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사실 역설적이게도 해고 노동자들이 가장 많은 자율시간을 가진 주체들이다. 자본주의에서 버려졌기 때문이다. 문화연대와 함께했던 프로그램에 참여 했던 장기투쟁 노동자들이 해고되기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경험을 경험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또한 시를 써보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이 지금까지도 글을 쓰는 경우를 보고 놀란적이 있다. 문화연대가 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의 감성을 깨우는 프로그램을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했으면 한다.
하장호 : 집회나 현장에 가서 노래를 하는 게 문화운동의 주체로서 가는 게 아니라 노동운동과 연대하는 거다. 하지만 엄청나게 도구적으로 받아들이곤 했다. 문화운동의 주체가 형성되면서 문예운동과 다른 새로운 관계가 생겼다.
박은선 : 문화연대의 문화적 개입이 여전히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새로울 수도 있다. 리슨투더시티는 예술이 도구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도와주는 개념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투쟁 현장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예를 들어 오랫동안 함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협상 테이블에서는 연대 주체들이 배제되는 경험을 많이 했다. 예술가들이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움보다는 함께 책임지고 같이 가는 게 중요하다. 리슨투더시티의 입장에서 봤을 땐 문화연대는 큰 조직이다. 너무 다양하고 많은 일을 한다는 느낌도 받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집중력인 것 같고, 무엇보다 긴 호흡으로 끝까지 지속력 있게 물고 늘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안진걸 : 외부에서 보기에 최근 문화연대는 장기투쟁 사업장과의 연대 투쟁을 많이 한다. 한편으로는 문화연대가 예전에 비해서 문화예술 이슈에 대한 개입이 약해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사회운동과 연대활동을 잘하는 것 같아 늘 고맙다. 문화연대가 예전에는 문화예술체육계 이슈에 많이 반응했다. 시민사회 전체 진영에서 본다면 문화예술체육계 이슈에 대해 반응하는 조직들이 없는 상황에서 문화연대가 이런 부분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문화예술체육계가 사회적 감시의 사각지대가 많기 때문에 문화연대가 이런 역할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이원재 : 문화연대가 지난 15년 사이에 사회적으로 제안했던 대안정책들이 좌, 우 없이 제도내로 반영되면서 많은 고민을 하게된다. 특히 지난해 박근혜정부가 문화연대가 2000년대 초부터 주장하고 제안해 온 문화기본법, 지역문화진흥법, 문화영향평가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물론 형식만 그렇지 실질적인 내용에서는 맥락 없이 표류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경험하면서 문화예술을 둘러 싼 감시개혁, 정책제안 등의 운동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특히 문화연대 초기에 함께 했던 문화예술단체들이 많은 부분 사업 중심의 활동으로 전환되어 함께 문화적 관점에서 사회운동을 실천할 파트너들을 발굴하고 연대하는 문제도 중요한 고민거리 중에 하나다.
김혜진 : 우리는 문화예술인들의 불안정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 동안 문화유산을 비롯해서 다양한 분들이 불안정노동 문제로 찾아 오셨는데, 우리는 문화예술계에 대한 전문성이 없어서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의제들을 함께 풀어가면 좋을 것 같다.
이원재 : 현대 자본주의에서 예술노동이 대표적인 불안정노동 영역이자 중요한 노동 사안이다. 2000년 초반부터 문화예술 정책 중에서 노동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한 것이 현재의 예술인복지 문제다. 논의가 사회화, 제도화되면서 노동 문제보다는 복지 문제로, 창작을 둘러 싼 사회적 환경보다는 예술단체 지원 중심으로 왜곡된 측면이 있다.
하장호 : 예술노동운동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예술인소셜유니온의 중요한 화두이다. 예술인소셜유니온과 기존 노동운동, 문화연대, 예술가들 사이의 사회적 연대가 적극적으로 모색되기를 바란다.
박은선 : 최근 미술생산자모임을 하고 있다. 아직 시작 단계인데도 관심들이 높다. 한국사회에서는 아직 미술전시 과정에서 아티스트 비용 자체를 책정조차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적극적인 대응과 연대가 필요하다.
김랑희 : 표현의 자유 운동도 다시 논의될 지점에 서있다. 기존 표현의 자유 운동과는 또 다른 사회 환경에 있다. 사회는 보수화되고 있지만 개인의 표현은 높아지고 있고, 일베의 사례처럼 혐오발언의 문제 등 새로운 쟁점도 많다.
이원재 : 문화연대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지만, 오늘 자리를 시작으로 조금 더 성찰적인 사회운동, 사회적 연대를 할 수 있도록 고민해보겠다. [문화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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