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2014년 문화연대 정기총회 _너(나)와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시간을 기대하며(33호)

2014년 2월 25일culturalaction

2014년 문화연대 정기총회

_너(나)와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시간을 기대하며

최미경 / 문화연대 활동가

(chou78@hanmail.net)

총회는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회원들이 일 년에 한번 꼭(?) 만나 전년도의 활동을 평가하고, 계획을 짜고, 앞으로의 활동을 인준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총회는 매우 중요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딱딱하고 무겁게 느껴진다. 자칫 형식적으로 흐르기 쉬운 총회를 좀더 의미있게 구성하기 위하여, 2014년 문화연대 총회에서는 총회에 앞서 새로운 문화운동을 준비하는 라운드테이블을 마련했다. 사회적 연대로서의 문화운동, 2014년 문화정책의 현안과 쟁점, 연남동 사람들, 스포츠문화를 둘러 싼 정세와 대안모색, 문화자치/시민자치를 상상하다 등 5개의 라운드테이블이 열렸다. 사회적 연대 테이블에서는 문화연대가 사회적 연대를 하고 있지만, 어떤 의제에 대해서는 연대활동을 지속적으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이야기되었고, 문화정책테이블에서는 지역, 현장과 좀더 긴밀하게 연결된 문화정책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스포츠문화 테이블에서는 큰 규모의 스포츠이벤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연남동 사람들에서는 일상적인 만남과 반상회 등이 이야기되었고, 문화자치 테이블에서는 대안적인 흐름들에 대한 발굴과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허약하지만 의미있는 움직임들을 찾아내고 의미화하는 작업들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회원 라운드 테이블에 이어 2014년 활동계획을 공유하는 총회에서는 올해로 창립 15주년을 맞는 문화연대의 자기기반 구축, 문화자치 및 대안문화활동 활성화, 문화연구 및 문화정책 활동강화 등 세 가지 축으로 활동계획이 발표되었다. 문화연대 15주년 아카이브 전시, 15주년 관련 발간사업, 대안문화 운동으로 생활권 문화운동에 대한 담론 활성화 및 네트워크 구축, 공동체와 지역을 기반으로 한 대안적인 문화운동의 커뮤니티 및 생태계 형성, 사회참여적인 문화연구 및 문화정책 활동의 지속가능성 확보, 문화운동의 관점에서 사회운동 전략 수립 등의 내용이 이야기되었다.
문화연대는 작년(2013년 11월)에 공덕동에서 연남동으로 이사했는데, 공덕동 사무실이 딱딱한 사무실 분위기였다면, 연남동은 옥상이 있는 가정집이다. 총회에 맞추어 집들이를 하였는데, 역시 딱딱한 총회보다는 맛있는 음식이 있는 집들이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옹기종기 방바닥에 모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역시 따뜻한 방바닥과 함께 먹는 밥상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문화연대는 2014년 15주년, 또 다른 전환의 시기를 맞아 문화연대 1.0 문화사회론에 이어 새로운 2.0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문화연대 2.0이 어떤 버전으로 어떤 모습으로 구성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문화연대가 딱딱한 사무실에서, 옥상과 따뜻한 방바닥이 있는 공간으로 이동했듯, 좀더 따뜻한 환대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 일상적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스스로 우리 자신이 대안적인 삶과 문화정책을 만들어나가는, 그래서 문화연대 커뮤니티가 대안적인 사례가 되었으면 한다. 외부에서 공급된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율적인 시간과 공간을 만들고, 반자본주의적 삶의 실체를 만들어나가는 구체적인 행동과 문화적 계획이 필요해 보인다. 소소하지만 일상에서는 스스로 밥을 해먹어 나누어 먹는 문화를 만들고, 지역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움직임들을 연결하고 매개하며, 대안적인 문화정책 프레임들을 만들어나가는 활동들이 2014년에 즐겁게 펼쳐지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도 내게는 어렵고 막연하고 추상적인 문화연대가 좀더 구체적으로 내 자신의 삶과 연결되길 바라는데, 그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2014년 활동계획이다. 소유하거나 착취하지 않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공간 환경의 구성(생태건축, 다른주거, 공동체밥상, 시민문화공간 등), 외부의 공급에 의존하거나 소비하지 않고, 스스로 생산하는 문화활동(텃밭, 제작, 대안에너지 등), 버리지 않고, 다시 만들어나가는 활동(재활용, 리폼, 생활창작 등)들을 연결해 보고, 다른 생태계를 구성해보고 싶다. 창립 15주년을 맞은 2014년 문화연대가 지역과 현장, 구체적인 개개인들의 삶과 연결되어 또 다른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길에 나(너)와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서 있기를 바라며, 2014년에는 문화연대 연남동 사무실 옥상에서 밥 한 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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