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쌍용자동차노조 전 지부장 한상균 인터뷰] “4년 만에 메일을 써봅니다. 독수리 발톱에 치매가 걸린 것 같습니다.”(19호)
[편집자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다시 작업복을 입고 공구를 손에 들고 자동차앞에 섰습니다. 다시 자동차를 만지는 노동자들에게는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행사입니다. 2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져있는 자동차를 2만명의 마음을 모아 다시 만들어보자는 의미로 기획된 H-20000 프로젝트는 쌍용차 문제가 우리사회의 모두의 문제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의미있는 행사입니다. 2013년 6월7일 서울광장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이 조립한 차를 가지고 모터쇼 겸 문화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오셔서 따뜻한 마음을 모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① 6월 7일, 매우 특별한 차가 오는 날 / 박래군(인권중심 사람 소장)
② [좌담회]“쌍용차 해고자가 만든 자동차, 10년은 거뜬히 탑니다”
③ [쌍용자동차노조 전 지부장 한상균 인터뷰]“4년 만에 메일을 써봅니다. 독수리 발톱에 치매가 걸린 것 같습니다.”/ 신유아(문화연대)
④ [판화가 이윤엽인터뷰] 진짜 노동자 자동차 공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유아(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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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9호
[쌍용자동차노조 전 지부장 한상균 인터뷰]
“4년 만에 메일을 써봅니다. 독수리 발톱에 치매가 걸린 것 같습니다.”
신유아 / 문화연대
한상균 전 지부장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었다. 철탑농성을 마무리하고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며 전라도 어느 외딴 곳에서 요양 중이라고 했다. 메일로 질문지를 보내드리겠다는 필자의 말에 한상균 전 지부장은 미안한데 문자로 보내달라고 했다. 긴 질문 내용을 문자로 보내드리고 혹시나 싶어 메일 주소도 알려드렸다.
몇 일 후 메일박스에 <머리에 잡상만 가득차서…>라는 제목의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2009년 이후 3년간의 구속과 이어진 철탑농성으로 한상균 전 지부장은 컴퓨터 앞에 앉아 본지가 4년이 넘었던 것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그가 철탑에서 내려오던 모습이 그림처럼 지나간다.
<사진 정택용>
신유아 : 77일간의 옥쇄파업으로 구속, 석방 그리고 다시 철탑농성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어떤 심정과 각오가 있었는지요?
한상균: 돌아보건데 09년옥쇄파업은 노사문제를넘어 이명박 정권은 일방적 노동자 죽이기에 맞서는 최전선이었고 아무 잘못도 없이 공장에서 내몰리는 억울함이 공권력에 맞설수있었던 힘을 만들어 주어서 그 힘으로 투쟁했던 시간이었지요.
.결과적으로 쓰라린 패배로 끝났지만 노동 탄압의 도구로 전락한 정리해고의 사회적 비용도 막대함을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파업이 끝나고 조합원들에 안위도 챙기지 못한 채 감옥으로 가서 3년의 시간을 보냈지요. 단절된 시간동안 동지와 가족들의 계속된 죽음의 소식을 접하는 시간은 죽기보다 힘든 시간으로 참으로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출소 후 투쟁하는 동지들과 함께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한 투쟁에 합류하였고 동지들의 노숙 투쟁과 김정우 지부장의 목숨을 건 단식 투쟁에도 이나라 정부와 국회, 쌍용자동차는 노동자들의 호소를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국정조사 문제가 공약에만 그칠 수 있다는 절박함과 간절함으로 문기주, 복기성 동지와 함께 공장 앞에 있는 송전탑 올라야만 했습니다.
눈보라가 몰아쳐 온 몸이 얼어가는 두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견딜 수 밖에 없었고 정치권이 국정조사의 대한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를 했던 것입니다.
이렇듯, 이러한 각오와 결단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 누구라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몸부림이었습니다.
신유아 : 171일간 철탑에서의 생활은 어떠셨나요?
한상균: 늦가을에 올라가 초록이 짙어지는 오월에 내려왔습니다. 셋이서 함께 웃으며 내려오려 하였지만 망가진 동지들의 고통과함께 내려왔기에 문기주 복기성동지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납니다.
혹독헀던 추위와 외로움보단 눈만 뜨면 보이는 공장을 볼 때 마다 솟구치는 억울함과 분노가 심신을 지치게 하였습니다 ..또한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동탄압의 문제로 목숨을 던졌다는 비보를 접할때 견딜 수 없었습니다. 먼길 마다 않고 한걸음에 달려와 힘내라 힘내라 외쳐주신 수많은 연대의 함성, 이루 말할 수 없는 수많은 양심과 정의의 이름들이 있었기에 171일간 지치지 않고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 정택용>
신유아 : 옥쇄파업이후 다양한 연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희망지킴이의 자동차 만들기 프로젝트 h20000이 최근 모터쇼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프로젝트는 쌍차해고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한상균: 민주노조운동이 전체 노동자민중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체념하고 있을 때 희망버스, 희망텐트, 희망 지킴이 등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시민들의 연대는 노동자들의 무력감을 떨쳐낼 수 있게 하였습니다.
4년 동안 노숙을 하며 투쟁하는 해고 노동자들이 H20000 프로젝트 명으로 자동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있을 곳은 철탑과 대한문이 아니라 공장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무뎌진 손으로 다시 차를 만든다는 의미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합니다.
여젼히 해고 노동자들은 잘못된 정리해고로 쫓겨난 공장으로 돌아가야만 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차를 만드는 일상에서 가족과 함께 소박한 일상을 찾아가는 꿈 또한 결코 포기하지않고 키워갈 것입니다. 긴긴4년 무뎌진 손으로 다시 또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절망을 떨쳐내고 복직을 앞당길 수 있을것 같습니다.
신유아 : 옥쇄파업77일, 구속, 철탑농성으로 이어지면서 가족들과의 관계는 어떠한지요?
한상균: 병마와 싸우고 계시는 노부모님께 죄송하고,긴시간 빈자리를 채워준 아내가 고맙고, 사춘기를 잘 보내준 두 자식들이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지요. 출소때 약속인 가족 여행을 더이상 미룰수도 없을것 같습니다. 모처럼 점수좀 따고싶은데 잘 될려나 모르겠습니다.
신유아 : 하반기 국정조사가 이루어져야 할텐데요. 쌍차의 이후 투쟁계획이나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세요.
한상균: 쌍용차 국정조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하는 이유는 지난해 9월 국회 청문회에서 밝혀졌듯이 쌍용차 사태는 잘못된 정리해고였다고 여야 국회의원 모두가 확인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법적 판단만으로 쌍용차 사태를 해결 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사안이 되었지요. 청문회에서 밝혀진 문제점들을 국정조사를 통해서 바로잡지 못한다라면 쌍용차 사태의 본질과 진실은 영원히 묻힐 수 밖에 없고, 억울해서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죽음 또한 막아낼 수 없을 것입 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의 대한 약속을 지키고 민주당 역시 거대 야당으로서 노동정책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더이상 잃을 것도 추락할 곳도 없기에 모든 것을 걸고 연대를 더욱 확장시켜 투쟁하는 방법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