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좌담회] “쌍용차 해고자가 만든 자동차, 10년은 거뜬히 탑니다”(19호)

2013년 6월 6일culturalaction
[편집자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다시 작업복을 입고 공구를 손에 들고 자동차앞에 섰습니다.  다시 자동차를 만지는 노동자들에게는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행사입니다. 2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져있는 자동차를 2만명의 마음을 모아 다시 만들어보자는 의미로 기획된 H-20000 프로젝트는 쌍용차 문제가 우리사회의 모두의 문제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의미있는 행사입니다. 2013년 6월7일 서울광장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이 조립한 차를 가지고 모터쇼 겸 문화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오셔서 따뜻한 마음을 모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① 6월 7일, 매우 특별한 차가 오는 날 / 박래군(인권중심 사람 소장)
② [좌담회]“쌍용차 해고자가 만든 자동차, 10년은 거뜬히 탑니다” 
③ [쌍용자동차노조 전 지부장 한상균 인터뷰]“4년 만에 메일을 써봅니다. 독수리 발톱에 치매가 걸린 것 같습니다.”/ 신유아(문화연대)
④ [판화가 이윤엽인터뷰] 진짜 노동자 자동차 공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유아(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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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9호

[좌담회]

 

“쌍용차 해고자가 만든 자동차, 10년은 거뜬히 탑니다”

 
 
 
쌍용차 해고자들이 직접 분해, 조립해 만든 자동차가 7일 시청광장에서 공개된다. 2009년 해고되고, 4년 만에 작업복에 기름때 묻히며 H-20000 프로젝트로 태어나는 자동차다. 쌍용차 해고자의 심장(HEART의 H)을 담은 이 자동차는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되었을까. 무수한 사연은 어떻게 선별되며, 누가 이 차를 거머쥐는 행복을 차지할까.
쌍용차에서 정비노동자로 일하다 해고된 이들이 그 궁금증과 기대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30년 동안 정비노동자로 살아온 문기주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 각각 17년, 15년 동안 정비노동자로 살아온 윤충렬, 이현준 해고자가 좌담회 주인공이다. 이들은 H-20000 프로젝트 좌담회에서 “우리는 일할 수 있고, 일하고 싶다”고 간절히 말했다.
H-20000 프로젝트 좌담회는 문화연대와 참세상이 9일 참세상 사무실에서 공동 진행했다. 신유아 문화연대 활동가, 홍석만 참세상 편집장이 진행하고, 정재은 참세상 기자가 정리했다.
윤충렬(왼쪽), 문기주(가운데), 이현주 해고자가 말한다.
“이번 프로젝트로 다들 신났다. 우리 동지들을 묶어주는 끈이기도 했다”
처음엔 하늘이 노랬다. 우리가 자동차를 만들어?
홍석만(참세상 편집장): H-20000 프로젝트는 부품 2만 개를 가지고 자동차 한 대를 조립하는 것이다. 해고노동자들이 자동차를 새로 만든다는 게 무척 신선한 아이디어인 것 같다. 이런 아이디어를 내게 된 배경이나 계기는?
문기주(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 작년 7월~8월부터 나온 얘기다. 쌍용차 해고자 생계비 마련을 위한 방안이기도 했지만, 국회에서 쌍용차 청문회가 진행되는 과정, 이후 국정조사를 촉구하기 위해 쌍용차 사태를 강하게 알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차를 하나 완전히 분해조립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처음에는 대한문 분향소 앞, 안 되면 시청 광장에 차를 갖다 놓고 조립하려고 했다. 작업에 필요한 공구나 장비 문제 등이 있어 작년에 포기했었는데, 올해 희망지킴이가 다시 거론했다. 필요한 공구와 장비들만 있다면 분해 조립은 몇 대라도 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들을 다 갖고 있기 때문에 흔쾌히 할 수 있다고 얘기했지만, 걸리는 부분들은 있었다. 일단 야외에서 분해조립을 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안 되기 때문에 장소가 가장 큰 문제였다. H-20000 프로젝트는 ‘우리는 일할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하게 된 것이다.
신유아(문화연대): 작년 7월보다 앞서, 2009년 옥쇄파업이 끝나고 나서 자동차 만들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들었다.
윤충렬(쌍용차지부 조합원): 구체적으로는 아니고 막연하게. 작년에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기 시작햇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장소가 좁아 어렵고, 시청에서 하게 되더라도 리프트 등의 설치 문제가 있었다. 쌍용차 해고자 이창근, 고동민 동지는 그래도 무조건 해보자고 했다. 하지만 차체를 뜯기 시작하면 불법이니 경찰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여러 문제가 많았다. 그러다 작년에 ‘의자놀이’ 책 나오고 8~9월에 북 콘서트 쫓아다니다 보니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청문회 진행, 국정조사 요구 단식, 송전탑 고공농성 등 투쟁이 계속 이어졌으니까. 그 뒤 희망지킴이가 제안한 것이다.
신유아: 라인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은 무조건 하자, 그냥 하면 된다고 하더라.
이현준(쌍용차지부 조합원): 나 같은 경우 회의에서 이 프로젝트 얘기가 나왔을 때 하늘이 노랗더라. 왜냐하면 내가 정비를 했기 때문이다. 맨땅에서 장비 없이 한다는 건 정말 불가능한 일이다. 희망지킴이 뿐만 아니라 다들 기획안이 너무 좋다고 했고, 나는 자동차 만드는 일이 불가능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리프트를 쉽게 설치하지 못할 뿐더러 공구 문제, 특수 공구가 많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신유아: 정비 쪽 해고자들만 오케이하면 무조건 할 수 있다는 얘기를 했었다.(웃음)
이현준: 분해조립이 가능한 장소가 있다면 할 수 있다고 했고, 처음 계획은 ‘무조건 한다’였다. 진짜로 하늘이 노랗더라. 깜깜했다.
신유아: 희망지킴이가 처음 기획안 썼을 때는, 평택 송철탑 고공농성 할 때였다. 고공농성장 아래 장비를 임대해서 천막을 치든 뭘 하든 공간을 만들어서 하자고 했다. 그러다가 정비 쪽에서 법률적인 문제를 언급해 공간 알아보고 장소 섭외 하게 된 것이다.
윤충렬: 만약 송전탑 밑에서 시도했다면 진행도 못했을 거다. 경찰들이 와서 불법이라고 잡아갔을 거다.
문기주: 작년에 김정우 지부장, 고동민, 이창근 동지가 논의할 때 나는 맨땅에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기계 장비에 익숙해서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기계차 등은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쓰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자동차관리법에 노상 정비가 불법이다. 또 기름이나 엔진오일 같은 게 그냥 바닥에 떨어지면 환경오염법에 걸려 대한문이나 시청에서 하는 건 불가능할 수 있다. 사실 작년에 이미 세팅은 해놨었다. 중장비가 들어가는 문제도 곤욕스러웠다. 부품을 완전 분해하려면 시간과 특수 장비가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공장도 알아본 것이고. 이번에 작업 공장을 확보하긴 했지만 전체 분해를 못했던 이유가 장비 문제 때문이었다. 인력으로는 불가능한 작업들이 있었다. 두 번째는, 사람이 태어나면 주민번호가 있듯 차에도 차대 번호라는 게 있는데 그 번호는 공장에서만 찍지 개인이 찍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존 차량을 다시 분해해 조립하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정비 노동자가 주도하고, 라인 노동자가 문짝 달고
홍석만: H-20000 자동차 조립 작업은 정비 말고 소위 ‘라인 타는’ 해고자도 같이 한 건가?
윤충렬: 우리가 옆에서 하면, 예를 들어 라인에서 일해 왔던 동료들은 문짝을 조립하라고 하면 하는 식이었다. 서맹섭 비정규직 지회장도 잘하더라.
홍석만: 자동차 분해조립 참여 인원은?
이현준: 해고자 전부 다 투입됐다.
신유아: 조립하는 날 재밌는 일이 있었다. 도장하는 해고자가 벽에 현수막 걸어놓은 데다 주름을 피려고 물을 뿌렸는데, 도장도 여러 파트가 있는지 자기가 전문가라고 나서 설명하더라.(웃음)
홍석만: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다.
문기주: 많다. 라인은 각각 자동차 부품이 라인 타고 넘어오면 맡은 공정만 하는 거라 공구가 정해져 있고 세팅이 다 되어 있다. 볼트만 넣으면 자동으로 딱 끝나는 식이다. 정비는 무조건 힘과 요령으로 하는 거다. 라인 타는 동지들은 실질적으로 자기 쓰는 공구 외에 나머지 공구는 잘 모른다. 장비 가져오라고 해 한 번 가면 깜깜이다(웃음). 우리는 공구를 다 알지 못하면 일을 못한다. 2만 개의 부품에 들어가는 모든 공구를 한 세트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비가 가능하다.
홍석만: 그 공구들을 다 아나.
윤충렬: 옛날에는 다 외웠었는데 4~5년 일 못 하니까 정확하진 않고, 그 엇비슷한 걸 집게 되더라. 옛날에 일할 때는 생각하고 딱 집으면 정확한 공구를 찾아냈는데.
문기주: 2만 개의 부품 중에서도 호환되는 부품들이 많다. 우리가 보통 갖고 있는 공구만 가지고도 반 이상을 해체할 수 있다. 큰 특수 공구들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거지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부품에 들어가는 치수를 다 외우고 있다.
신유아: 정비는 특별히 파트가 없고 풀 공정인가?
문기주: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판금(자동차 추돌 및 충돌사고로 인해 자동차 모양의 변형을 본래대로 수리하는 것)이면 판금, 도장이면 도장, 하체, 엔진 등이 다 따로 분리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판금과 도장만 빼고 전체가 통합됐다.
윤충렬: 쌍용차가 대우차로 넘어가면서 분리됐다. 예전에는 엔진, 샤시(chassis, 자동차에서 차체를 떼어낸 나머지 전부), 전기였는데, 98년도에 대우차로 넘어가면서 판금과 도장을 빼고, 기능은 전부 1인이 하는 시스템이 됐다. 이후에 엔진 파트 담당이 전기도 하고 샤시도 하고, 이렇게 진행된 것이다. 지금은 모든 자동차 회사가 다 그렇다.
코란도 60~80% 분해 조립, 내 감각 죽지 않았다
홍석만: 이번에 조립하면서 4년 만에 정비 일을 하는 건가?
이현준: 내가 가장 늦게까지 일 했던 것 같다. 해고되고 나서도 정비 쪽 기술이 있기 때문에 정비지회 9명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제 명의로 된 카센터를 구로정비사업소 앞에 차렸고, 2012년 7월까지 영업을 했었다. 폐업할 때까지 일을 하다가 마지막에 나왔다. 투쟁은 더 빨리 시작했지만, 그 카센터는 폐업됐다.
홍석만: 카센터를 폐업하게 된 이유가 있나.
이현준: 해고자들이 복직 소송에서 승소했다.
문기주: 카센터 운영은 투쟁기금과 생계비 버는 등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거였는데, 우리가 너무 정직하게 일을 하다 보니 돈이 안 벌렸다.
홍석만: 아는 사람들 차는 원가로 해주고 한 건가.
문기주: 성의껏 받는 식이다 보니 겨우 현상 유지만 하고 남는 게 없더라. 1인당 천만 원씩 내 권리금 삼천만 원 포기하고 손해보고 폐업 한 것이다. 또 폐업을 하게 된 두 번째 이유는 아까 이현준 동지가 얘기했듯 부당하게 징계 해고당했던 동기들이 승소하면서 일할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홍석만: 카센터 운영할 때도 직접 가서 돌아가면서 일을 한 건가.
이현준: 그렇다. 내가 마지막까지 일을 했기 때문에 감이 남아있긴 하지만, 어차피 1년 손을 놓으나 4년 손을 놓으나, 손을 놓은 것은 마찬가지다.
신유아: 몸으로 익힌 기술은 잘 안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나.
문기주: 일단 만 4년 시간 동안 기술을 놓았기 때문에 처음엔 좀 어색하고 공구가 낯설었다. 공구가 내 손에 착착 달라붙어야 일이 되는데, 계산이 나오는 기본적인 일 말고, 아주 정밀한 부분은 고민이 됐다. 그래도 모두 15년~20년 일 해봤기 때문에 금방 적응 하더라.
신유아: 이번에 조립하면서 힘들었던 건 없었나.
윤충렬: 없었다(웃음). 시간이 많이 걸릴 줄 알았다. 처음엔 김정우 지부장이 많이 뜯지 말자고 했었다. 내일까지 끝내야 한다며 계속 걱정 하더라. 작업은 이틀 정도 예상했다. 뜯는 부위가 다른 거다.
신유아: 희망지킴이는 2주 정도 예상을 했었다.
윤충렬: 다 분해하고 공간만 주면 충분히 가능하다. 장소 섭외가 한정되어 있으니 이틀 안에 끝낼 수 있는 파트가 어느 정도인가를 고민한 거다. 지회장님은 이 정도는 뜯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못 끝내면 어떡할 거냐고 했다(웃음). 첫날 분해, 조립 계획이었는데 막상 분해하니까, 조립은 기자들이 오고 나서 그 다음날 해야 된다더라. 다음날 라인서 일했던 해고자들이 일을 잘해서 걱정했던 것 보다 빨리 끝내 수 있었다. 나중에 보니 ‘더 뜯어도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홍석만: 차체는 몇 퍼센트 분해한 건가.
문기주: 우리가 분해한 것은 60퍼센트 정도다. 외형적으로는 80퍼센트 이상 분해했다. 작년에는 5일 이면 전체 분해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는데, 의견이 분분했다. 전체 분해는 미션(트랜스미션Transmission의 줄임말, 변속기)과 엔진을 분리하는 건데, 미션을 완전 분해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엔진은 피스톨까지 뽑아내고 해도 5일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번엔 이렇게 하지 못했다. 특수 장비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홍석만: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빨리 작업 한 셈이겠다.
문기주: 다른 차종이었다면 시간이 좀 더 걸렸을 지도 모른다. 차종마다 차이가 있다. 코란도는 아무래도 좀 수월했던 편이었다.
홍석만: 사진을 보니까 작업복을 입었던데, 실제 입었던 작업복인가.
윤충렬: 작업복을 파는 데서 최대한 비슷한 걸로 샀다.
홍석만: 느낌이 어땠나.
이현준: 이런 일체형 작업복을 스즈키복이라고 하는데, 작업하기에 굉장히 편하고 가볍다. 이번에 그 옷을 입는 순간 기분이 참 좋더라.
문기주: 4년 만에 작업복을 입고 손에 기름 묻히면서 일했다. 공장 안에서 일할 때 보면 손가락 지문 사이사이에 기름들이 묻어서 새카매졌다. 기름때를 제거하기 위해 설거지할 때 쓰는 수세미로 비비면서 닦아도 항상 기름때가 묻어 있었는데, 4년 만에 이 수세미를 써봤다. 4년 만에 작업복을 입어보고 4년 만에 손에 기름때가 배겨서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 수세미를 써봤다는 게, 감회가 좀 새롭고… 차를 분해하는 과정을 보고 분해된 모습을 봤을 때 현장에서 일했던 상태 그대로 일하는 느낌들이 들고, ‘아직까지 감각이 죽진 않았구나’, ‘하루라도 빨리 현장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들이 들었다.
윤충렬: 토크(torque, 엔진이 폭발하는 과정 중 피스톤에 연결된 커넥팅로드에 가해지는 회전력)라는 게 있다. 조임의 압력인데, 일반 작업 공구를 써도 그 토크를 못 주게 돼있어서 토크렌치(기계의 고정을 위한 볼트에는 적정한 힘을 가해야 한다는 설계 값이 정해져 있는데, 이 값을 넘어서 무리하게 조이면 볼트가 부러지거나 부속 파손이나 변형이 일어나므로 토크렌치를 이용해 규정된 토크 값대로 볼트를 조여야 한다)를 써야 한다. 김득중 동지는 토크렌치를 관리, 조정하는 사람이었다. 라인 타는 사람들은 자기 공구가 두 세 개 밖에 없다. 조립을 빨리 해 빨리 차를 팔려는 회사는 일반적인 공구가 아니라 특수 공구를 만든다. 이 특수 공구를 지그(jig)라고 한다. 그 작업만 할 수 있는 공구다.
‘힐링’의 자동차 H-20000, H-30000 또 만들까?
홍석만: 이번에 조립한 차가 코란도 2004년 식이다. 10년 정도 된 차인데, 이번에 정비를 하면 성능이 좋아지는 건가. 뜯었다가 다시 하게 되면 성능이 떨어질 때도 있을 텐데, 어떤 차이가 있나?
문기주: 자동차의 차이는 엔진과 미션이다. 타이어 등은 소모성 부품이기 때문에 바꾸면 되고, 엔진과 미션이 어느 정도의 내구성이 있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엔진과 미션이 내구성을 가지고 있으면 10년이 아니라 20년, 30년도 더 탈 수 있다. 이번에 엔진을 일부 분해 조립하면서 압력을 새지 않도록 교체했기 때문에 상태는 더 나아졌다.
신유아: 실제 실험할 때 차 소음이 완전히 줄었다.
문기주: 당연히 줄어든다. 기름도 누출되지만 압력이 새어나가면서 소리가 커졌던 것이기 때문이다.
이현준: 실린더 내부 상태를 보니, 그 전 차 주인이 오일 관리를 잘 했더라. 오일 관리를 잘 안 하면 실린더 벽이 안 좋아져서 휘스턴링이 실린더 벽을 갉아먹는다.
문기주: 모터쇼에서 차를 기증 받는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차의 수명이 결정될 것이다. 지금 분해 조립한 상태에서 보면 최소한 10년은 탈 수 있다고 보장한다. 고객들도 보면 똑같이 출고되어 나간 차라도 각자 운전 스타일에 따라서 달라지더라.
이현준: 수많은 고객들을 접해봤지만 처음에는 소모성 부품을 어떤 걸로 바꿨는지 기억을 했다가도, 10만 킬로가 넘어가면 교환주기도 달라지다보니 잊고 넘어간다. 차 정비할 때 카센터나 정비소에서 영수증이나 차계부라도 기재해놓고, 우리에게 보여만 줘도 자문해 줄 수 있다. 그렇게 하면 10만 킬로미터 이상 탈 수 있다.
홍석만: 모터쇼에서 자동차 주인 선정 기준은?
신유아: 법률, 교수, 인권, 문화 쪽에서 총 9명의 선정위원회를 꾸렸다. 지금 메일로 사연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위원들에게 사연을 공유하고 있고 선정된 사연은 모터쇼에서 공개하고 차 키를 전달할 계획이다.
문기주: 모터쇼를 통해 차를 기증받으면 여러 가지로 행운을 잡는 거다.
홍석만: 차의 외형도 바꿀 거라고 들었는데.
신유아: 기존 차량을 재조립한 거라 외형은 일반 코란도와 같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차를 만드는 취지라 이윤엽 판화가에게 디자인을 의뢰했다. 이윤엽 작가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의뢰받고 2주 정도 말도 거의 안 하고 고민만 했다고 한다. 공장에서 분해 조립할 때도 이틀 동안 이윤엽 작가가 왔었다. 아직 디자인을 밖으로 오픈하진 않았고, 다음 주 수요일(6월 5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공개할 예정이다.
홍석만: H-20000 프로젝트인데, H의 의미가 무엇인가.
문기주: 공장에서 차가 나올 때 프로젝트 명을 숫자로 쓴다. 대략 2만 개의 자동차 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20000은 부품을 뜻하는 것이다.
신유아: H는 일부러 모호하게 설정했다. 하트도 되고, 희망도 된다. 또 H가 사다리 모양인 것도 있는데, 시민의 마음과 쌍용차 노동자들의 마음을 모아서 가자는 취지로 H를 붙이게 된 거다.
홍석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을 텐데, 안 좋았던 일들은 없었나.
윤충렬: 별로 없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동지들이 굉장히 즐거워했다. ‘정말 잘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이 일을 하면서 동지들이 정말 밝고 진짜… 이 프로젝트가 우리를 엮어주는 하나의 끈이 됐다.
홍석만: H가 힐링(Healing)이 된 셈이겠다.
윤충렬: 그렇다, 힐링이다.
문기주: 각자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들이 강하게 나온 것 같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가지 투쟁들을 해봤지만 이것처럼 맘 편안히, 각자가 편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은 없었던 것 같다.
윤충렬: 공구야 뭐 사실 그렇게 없어도 되는데. 시간과 공간만 넓었다면… 비슷한 프로젝트로 또 더 넓게, 더 많이 해보고 싶다(웃음).
홍석만: H-30000으로(웃음).
신유아: 희망지킴이가 영상 만든다고 계속 촬영해서 반복 작업도 했는데, 힘들진 않았나.
문기주: 그것 때문에 조립시간이 늦어진 건 사실이다. 하루 만에 끝낼 수도 있었다(웃음).
신유아: 영상팀이, 영화 한 편을 찍고 온 느낌이더라.
 
윤충렬: 영상이 잘 나와야 하는데(웃음).
연대로 뭉치며, 세상 보는 시야를 넓히고 키우다
신유아: 희망지킴이가 H-20000 프로젝트 모금활동을 계속 하고 있다. 희망지킴이 원래 취지가 행사 비용부터 시작해서 쌍용차 생계 지원비, 장기 투쟁 사업장 지원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돈이 많이 안 모여 걱정도 됐다. 하지만 대규모 집회, 특히 6월 1일 공공부문 집회에서 모금이 많이 됐다. 이현준 씨는 모금통을 돌리면서 울먹거렸다. 왜 그랬나.
이현준: 보통 집회에서 모금통을 들고 가면 뻘쭘하다. 모금에 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는 많은 사람들이 지갑을 꺼내서 모금을 해줬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뭉클하더라. 날이 굉장히 더웠는데, 정말 고생 많다고, 힘내라며 모금하는 모습을 보니 쌍용차 사태를 잊지 않은 것 같아 흐뭇하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홍석만: 고동민 씨는 어제 퀴어문화제도 가던 것 같은데.
신유아: 쌍용차 해고자들이 역할을 나눠서 정말 다양한 곳에 연대를 하고 있다. 그래서 관심을 많이 갖는 것 같다.
홍석만: 투쟁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지 않나.
윤충렬: 정말 그렇다, 생각이 엄청 바뀌었다.
홍석만: 나도 용산참사 대변인때, 1년 동안 평생 못 본 공연 연극 등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공연을 매일매일 봤다. 성당도 딱 한 번 가봤는데, 미사도 매일 드렸고.
신유아: 나중에는 주기도문까지 다 외울 정도였다.
문기주: 96년도 노동법 날치기 통과 때 쌍용차가 먼저 파업을 일으키긴 했지만, 그때 파업의 의미와 현재 의미의 차이는 크다. 지금, 생존권이 벼랑에 내몰린 상황에서 싸우고 있어 힘들고 어렵지만, 서로 연대하며 뭉치고 있다. 지역이든 어디든 투쟁 사업장에 찾아다니면서 같은 아픔을 느끼면서 동질성을 느낀다. 나도 생전 보지도 않던 독립영화들을 수도 없이 봤다. 조금이나마 우물 안 개구리에서 세숫대야로 나온 것이다. 그제 발전되면 전체 운동을 보는 눈이 커질 것이고, 우리 사회 전체 흐름을 읽는 눈이 커지지 않겠나. 4년의 세월은 동지들에게 많은 시련과 아픔을 줬지만, 세상을 보는 시각을 키워줬다고 생각한다.
신유아: 늘상 대한문에 있던 윤충렬, 이현준 씨는 특히 문화 활동을 많이 접했다. 예전과 어떤 차이가 있었나.
윤충렬: 예전에는 나만의 문제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대한문을 쭉 지켜오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그들이 오히려 자기 문제로 생각하고, 고마워하고, 미안해했다. 이제는 내가 억울하니까 해결해야 한다가 아니라, 전체가 억울한 문제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물론 확 바뀌진 않지만 최소한의 정리해고는 없애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대한문에 와서 외국의 경우 비정규직이 월급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박근혜정부가 그런가? “시간제 일자리도 좋은 일자리”라면서 월급 안 주고, 복지 낮추는 것이다. 서로 얘기를 나누다보면 생각들이 발전해 간다.
신유아: 대한문에 와서 투쟁이 빡세졌다. 경찰 탄압도 심해졌다. 평택에서 대한문으로 투쟁 공간을 옮기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이현준: 문기주 지회장님이 대한문에 오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월,수,금 출근투쟁을 하는데, 서울에서 분향소 차리게 되면 굉장히 빡세질 거다, 집에도 못 들어 갈 것이고. 처음에는 정말 힘들고, 깜깜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신유아: 이현준 씨는 대한문에서 투쟁할 때, 경찰에게 카메라 들이밀고 싸워서 경찰이 제일 싫어한다고 하던데(웃음).
이현준: 내가 전문 촬영가는 아니지만, 카메라 담당이다. 그런데 카메라를 들고 경찰에게 욕하고 항의하다 보니 내가 찍은 영상이 하나도 쓸모없게 되더라. 육성이 다 들어가고 흔들리니까. 나중에 반성했다. 인내, 인내, 또 인내하자. 동지들이 다 연행되고 다치고 하는데 내가 카메라맨으로서 최소한 할 수 있는 게 뭔가 고민하고 방법을 찾는 거다.
윤충렬: 지난 5월 29일 ‘꽃보다 집회’ 때 연행됐다. 연행할 게 아닌데 경찰이 잡아가면서 목도 비틀고, 팔도 비틀고, 구타를 하더라. 경찰서 가다가 내려서 밟고 무릎을 꿇리고, 두 번을 그랬다. 병원 안 보내주면 못 내린다, 누워서 조사받겠다고 해서 변호사가 왔는데, 병원도 못 가게 했다. 증거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다행히 그 날 비가 와서 경찰들 신발 자국이 몸에 있는 거다. 옷도 안 빨고 그대로 가지고 있다.
잊지 말자 쌍용차 사태, 국정조사로!
홍석만: 여야합의체는 사실상 별로 한 일 없이 종료됐고, 앞서 회계조작 관련해 다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것 같은데. 국정조사와 관련해 H-20000 프로젝트가 어떤 역할을 했으면 하는가.
문기주: 예전에 회계 조작에 대해 증거들을 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구체적인 회계 조작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 여야가 협의체 합의로 국정조사를 회피했다. 국회를 압박해 국정조사 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국정조사와 상관없이 이번 H-20000 프로젝트는 우리가 현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일 할 수 있고, 이런 기술을 아직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잘못된 회계조작으로 인한 사태가 해결되어야 우리가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 각계각층에서 쌍용차 사태를 다시 부각시키고, 쌍용차 사태가 잊히지 않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윤충렬: 자본가, 정치권, 경찰은 늘 ‘법을 지키라’고 말한다. 우리는 늘 법을 지킨다. 잘못하면 잡혀가고 벌금 낸다. 그런데 가진 자들은 그렇지 않다. 제발 법을 지키라는 게 바로 국정조사다. 국정조사를 해서 사태가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회사는 법을 지켜 부당해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반드시 국정조사가 이루어지고, 회사나 법무법인들도 회계조작 같은 건 못하게 해야 한다. 이번 H-20000 프로젝트는 몸으로 익힌 것은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다. 쌍용차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기업이라고 했었다. 망해도 예전에 망할 회사라고. 경총에서 자료를 보면, 쌍용차 적자만 말하다가 법정관리 이후 흑자를 말한다. 다르게 말하면 올바른 경영자만 있으면 흑자를 계속 낼 수 있다는 회사인 것이다. 일하는 사람들의 숙련도도 높다. 경영자 마인드에 따라 확 달라지는 것이다. 상하이차에서 기술 빼가니까 적자 났는데, 현재는 마힌드라가 또 향후 먹튀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현 경영진은 회사 ‘발전’ 개념도 모르는 사람들인 것 같다.
이현준: 국정조사를 해서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진 않지만, 국정조사를 하면 쌍용차 사태를 차분히 보며 알릴 수 있다. 문제가 무엇인가, 왜 정리해고로 인해 24명이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말이다. 근본적인 원인이자 악법인 정리해고법, 비정규직법을 해결하는 게 핵심이다. 국정조사를 통해 우리가 복직된다고 한들, 이런 악법이 살아 있으면 두 번 세 번 또다시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수많은 악법들이 빨리 재개정되어 좋은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문기주: 어쨌든 H-20000에 관련 좌담회이기 때문에… 6월 7일 모터쇼가 며칠 남지 않았는데, 서둘러서 후원 해야겠다는 맘이 들도록 참세상에서 잘 보도해줬으면 좋겠다(웃음).
윤충렬: 7일 모터쇼가 끝나도 모금은 계속된다. 쌍용차 해고자 생계비뿐만 아니라 장기 투쟁 사업장에 연대 기금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시즌1’이고, ‘시즌2’는 우리 모금이 아니라 연대 동지들에게 다 후원하는 것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문기주: 이건 꼭 넣어 달라. 아까 코란도를 얼마나 더 탈 수 있냐고 했는데, 올해 안에 우리가 복직하면 기증된 그 차는 폐차할 때까지, A/S 뿐만 아니라 관리까지 다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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