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판화가 이윤엽인터뷰] 진짜 노동자 자동차 공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19호)

2013년 6월 6일culturalaction
[편집자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다시 작업복을 입고 공구를 손에 들고 자동차앞에 섰습니다.  다시 자동차를 만지는 노동자들에게는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행사입니다. 2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져있는 자동차를 2만명의 마음을 모아 다시 만들어보자는 의미로 기획된 H-20000 프로젝트는 쌍용차 문제가 우리사회의 모두의 문제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의미있는 행사입니다. 2013년 6월7일 서울광장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이 조립한 차를 가지고 모터쇼 겸 문화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오셔서 따뜻한 마음을 모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① 6월 7일, 매우 특별한 차가 오는 날 / 박래군(인권중심 사람 소장)
② [좌담회]“쌍용차 해고자가 만든 자동차, 10년은 거뜬히 탑니다”
③ [쌍용자동차노조 전 지부장 한상균 인터뷰]“4년 만에 메일을 써봅니다. 독수리 발톱에 치매가 걸린 것 같습니다.”/ 신유아(문화연대)
④ [판화가 이윤엽인터뷰] 진짜 노동자 자동차 공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유아(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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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9호

[판화가 이윤엽인터뷰] 

진짜 노동자 자동차 공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유아 / 문화연대
신유아: 처음 자동차 디자인을 고민하면서 어떤 디자인이 좋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쌍용차 해고자들의 마음과 이 차를 받을 누군가의 마음을 이어주고, 세상에 희망을 던질 수 있는 차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해고노동자들이 정당하게 일하고자하는 마음을 세상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기획단에서 고민하다가 노동의 현장, 소외되고 억압받는 이들과 항상 함께하는 이윤엽 작가님께 제안해 보기로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희망을 주제로 이미지 작업을 부탁드려보기로 했죠. 처음 H-20000프로젝트 차량디자인 제안 받았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요
이윤엽: 조금 당황스러웠죠. 제가 자동차 디자이너도 아니고 더구나 차를 디자인 하는 거라는데 다양한 연대의 현장에서 그림도 그리고 설치작업도 하고 판화도 찍어 보는 등 참 다양한 일들을 해 봤지만… 이것저것 하다가 이제 별거를 다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유아씨가 잘 알겠지만 현장미술이라는 것이 돈이 있어서 재료가 풍부한 것도 아니고 시간이 많아서 꼼꼼하게 정리하고 마무리가 완벽한 작업을 할 수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인데 그러다보니 거칠게 성과과 나오게 마련이지만 그것이 크게 밉지는 않았는데 자동차라는 것은 더구나 그 자동차라는 것이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작은 마음으로 재료가 준비되고 해고노동자의 손으로 일일이 조립되어진 차라면 그동안의 투쟁현장에서 해왔던 투쟁이 끝나면 정리되는 작업들과는 다르게 투쟁과는 상관없이 투쟁하는 노동자의 마음들이 계속 굴러다니는 거라면 좀 더 깨끗하고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상황은 그전의 현장에서처럼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는 것은 똑같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컸죠. 무엇보다 나는 심플한 디자이너능력이 없다는 것이 그랬죠
신유아: 저도 이윤엽 작가님과 참 많은 일을 했는데요. 예를 들면 문정현 신부님이 타고 다니시던 평화바람 차에 그림도 그려보고, 대추리 역사관 벽에 대형 부엉이도 그려보고, 대형걸개그림, 철탑아래 아스팔트 위에 바닥그림도 그려보았죠. 늘 보조자로 함께 하는 것이 즐거웠는데요 개인적으로 이번 작업은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더라구요.
공개된 차를 보니 민들레가 홀씨를 뿌리는 그림으로 매우 인상적이던데요. 디자인한 이미지의 의미는 무엇 인가요
이윤엽: 왜 유아씨가 한일이 없어요. 코란도 차도 빌려주었고 무엇보다 팔뚝질이 들어가는 이미지는 몬가 세보여서 안좋겠다 든가. 색이 좀 더 부드러웠으면 좋겠다든가 이런 거 옆에서 주절주절히 말 한 것이 엄청 도움이 되었는데요.  민들레가 겨울을 나고 꽃이 피고 꽃이 씨앗이 되어 주위의 땅으로 퍼지고 들로 퍼지고 바람을 타고 산을 넘어 퍼지듯 춥고 길었던 겨울을 뚫고 지치지 않고 투쟁하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마음이 이제 꽃이 피고 마음의 씨앗이 되어 곳곳으로 퍼지기를 희망하는 것입니다.
<디자인 초기 아이디어 내며 작업 중인 이윤엽>
신유아: 쌍용자동차 해고자분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의미가 많네요. 정리해고의 문제가 이제 사회적인 문제가 되어 버렸지만 이 차를 보면서 더 이상의 해고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쌍용자동차 해고자분들의 마음이 세상 곳곳에 전달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힘든 투쟁을 하고 있는 전국의 모든 분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차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희망지킴이 기획단에서 각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 선정위원회를 꾸리고 이 차를 받을 분들의 사연이 모아 한 분을 선정하고 있는데요. 이윤엽 작가님의 마음이 꼭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제작 과정이 수월하지 않았었지요. 처음 디자인에 대한 고민부터 제작과정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일과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이윤엽: 차에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실제의 코란도 모양을 몰라서 코란도를 가지고 있던 사진가 정택용씨와 문화활동가 신유아의 차위에 마음껏 붓으로 밑그림을 그려 보면서 민들레의 위치나 크기 색상들을 상상하고 구체화 시켰거든요 . 물감이 지워지지 않으면 어쩌나 조바심하는 신유아와 정택용의 표정이 재미있기도 했구요. 힘들었던 것은 랩핑 과정에서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출력물이 모니터 색상과 맞지를 않아 몇 번씩 수정하고 또 수정해야 했다는 것과 그게 처음 보는 기계하고 일을 하는 것 이여서 밑그림 그릴 때처럼 자유롭지 못해 맘대로 맘껏 할 수 없었고 샘플로 출력을 할 때마다 출력기술자의 눈치를 엄청 보게 되었다는 것. 제가 맘이 모질지 못해 결국은 중간에 적당한선에서 마무리를 지었는데 그게 끝까지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불안하게 하네요.
  <샘플로 찍어본 시트/ 이후 색 맞추고 출력하는 공정을 여러 번 반복했음>
 
<컴퓨터 작업으로 색조정하는 모습>
 
<사진가 정택용의 차에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윤엽작가>
<문화활동가 신유아의 차에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윤엽작가>
<차에 그림을 마무리하고 나니 차를 모델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쌍용자동차조합원>
신유아: 사실 이윤엽 작가님이 “유아씨~~ 차 가지고 왔어?”라며 밑그림을 그려보고 싶다고 했을 때 조금은 걱정을 했어요. 안 지워지면 어쩌지? 라는 마음이었죠. 정택용작가의 차에 밑그림을 그릴 때는 재밌었는데 막상 제 차에 그린다고 하니 불안하더라구요(웃음) 사람 마음이 참 나쁘다는 생각을 했었죠. 남의 것은 어찌 되어도 괜찮고, 내 것은 안 된다는 심보잖아요.
붓을 들고 선을 그리기 시작하자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윤엽 작가님의 붓이 차량 여기저기를 지나가자 멋진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죠. 디자인을 외부에 공개 할 수 없어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렀었습니다. 문제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될 것을 걱정했었죠. 다행이도 밤늦은 시간 서울로 왔고 다음날 바로 세차장으로 갔습니다.(웃음)
드디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차가 공개되었는데요. 디자인 후 잠도 못자고 밤마다 꿈을 꾸셨다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이윤엽: 일단 부끄럽구요. 아쉬움도 많습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손으로 일일이 만들어진 차가 그들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누군지 모를 사람이 사용하는 것이라, 사용하는 사람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부드러운 이미지여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이 많이 있었고요. 그러다보니 알리고 싶은 쌍용노동자들의 복직에 대한 절실함을 담아내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물론 민들레 홀씨가 그 마음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직접적인 이미지여야 조금은 속 시원했을 텐데 말이죠.
신유아: 이 차를 받을 분이 누구신지 선정결과를 물어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희망지킴이 기획단인 저도 알 수 없는 부분이라 매우 궁금합니다. 6월 7일(금) 저녁 7시 시청광장 H-20000 모터쇼에서 공개한다고 합니다. 차를 기증받은 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요.
이윤엽: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간절한 마음으로 만든 차이기 때문에 매우 소중하니까 엔진오일 째깍째깍 갈아주고요 가능하면 세차도 자주하셔서 예쁘게 돌아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하시는 일이 이차를 만나서 더욱 번창하시고요. 무사고 운전하시고요. 너무 차에대한 부담감은 갖지 마시고 맘껏 마음대로 돌아다니세요.
 
<랩핑작업 마무리중인 이윤엽>
<디자인을 넘기고 랩핑 작업 내내 차 옆을 떠나지 못하는 이윤엽>
<완성된 모습>
 
신유아: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소감 한 말씀해주세요
이윤엽: 우리는 한 가지만 잘하면 된다고 배웠습니다. 이것저것 잘하는 만물박사보다 한곳에서 특출 나게 잘해야 먹고 살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변질되어 자기 일만 잘하고 자기만 생각하면 잘되는 것처럼 세상은 생각 하는 것 같습니다. h-20000프로젝트 참가 전에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모두 자동차에 대하여는 빠삭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전지라인은 전기만 알고 문짝라인은 문짝만 알고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것에 대하여 깜작 놀랐습니다. 그것은 기타를 만드는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만났을 때도 느꼈던 건데요 수십 년 기타공장에서 기타를 만들어도 완성된 기타 하나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의아 했습니다. 세상이 굴러가는 차와 같고, 노래하는 기타와 같다면 노동자들은 서로를 잘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부품입니다. 연대해야지요, 합쳐야지요 작은 실험이었지만 h-20000프로젝트에서는 그 노동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서 세상에 하나 뿐인 자동차를 만들고 시동을 켰습니다.
부르릉 진짜 노동자가 기획하고, 노동자가 만들어서 노동자가 사용하는 진짜 노동자자동차 공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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