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보성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18호)

2013년 5월 23일culturalaction

김보성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

 

“문화예술행정 분야의 민간전문인력 양성을 위하여 보다 세심하게 고민해야”

이원재 / 문화연구자

김보성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의 취임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이 기뻤다. 문화연대가 소재하고 있는 마포구에 지역문화 정책과 문화행정에 대한 전문성을 두루 갖춘 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취임한다는 사실에 기뻤다. 하지만 더욱 기뻤던 것은 지난 몇 달간 홍준표 경상남도 도지사가 김보성 전 경남콘텐츠진흥원장에게 저지른 시대착오적인 만행 속에서도 별 다른 대응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포문화재단으로 출근하며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김보성 대표이사를 만났다. 마포의 문화민주주의가 조금 더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이원재 : 먼저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함박웃음) 마포문화재단으로 오시기 전에 경남콘텐츠진흥원을 떠나시면서 마음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요… 아직도 전문 문화기관들의 독립성이 한국 사회에서 전혀 보장되고 있지 못한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사태였습니다. 앞으로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같이 지방자치단체장 개인의 일방적이고 파행적인 권력 남용을 막고, 전문 문화기관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김보성 : 무엇보다 자치단체장에 나서는 선출직 정치인들의 문화품격이 높아져야겠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전문성을 요하는 산하기관장 자리를 선거공신들에게 나누어줄 하사품식으로 생각하는 한 앞으로도 이런 문제는 반복되겠지요. 행정공무원 조직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어야겠습니다. 사실 그런 파행적 조치는 행정조직의 담당공무원 계통이 충성경쟁으로 빚어내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기초 및 광역의회 기관장과 의원 후보들에 대한 정당공천 배제 원칙이 적용되어 지역을 잘 알면서도 사명감으로 소신껏 일하는 분들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이원재 : 그 동안 지역문화 정책, 행정 등의 전문가로 많은 도전과 성공을 경험해 오셨습니다. 지역문화와 관련된 일들을 계속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역문화와 관련된 일들에서 어떤 매력에 빠지신 건가요?
김보성 : 매력도 매력이지만 21세기 문화복지국가는 일터와 삶터가 일치되는 지역(마을)을 중심으로 생활문화공동체가 기본 추진체가 되어야만 가능해 질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더 이상 대량생산-대량소비 사회를 위한 정치·사회·경제·문화적 가치사슬이 유지되는 현재 상태로는 불가능합니다. 생태순환적 지역자립의 가치들이 이미 다양한 지역 사회·경제·문화·교육 네트워크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디지털 인류가 생태와 문화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로 진화하는 기본 단위가 바로 ‘지역’입니다.
이원재 :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의 역할을 맡으셨습니다. 누구나 이야기하듯이 “마포”는 홍대앞, 성미산 마을, 다수의 시민단체 등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생태계인 동시에 지역문화의 정체성이 강한 곳입니다. 생활문화의 다양성, 혁신적인 문화 주체들, 인디문화와 서브컬쳐, 마을공동체와 대안문화… 어떻게 보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지역인데요… 김보성 대표이사가 생각하시는 마포는 어떤 곳인가요?
김보성 : 생활예술 관련한 인적 물적 자원이 풍성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듯합니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겉보기에 풍성한 마포의 지역문화생태계가 건강한 순환고리를 제대로 형성한 단계는 아직 아니라고 봅니다. 잠재력만 확인되었을 뿐이죠. 그 잠재력만 보고 부나방처럼 단발성 성과 뽑아먹기에 너나없이 모여드는 추세가 혹시 있다면 경계해야 할 겁니다. 지역정치에 정당과 여야가 있을 수 없듯이 지역문화 주체형성에 좌우 이념과 분열과 독선이 있을 수 없습니다. 더 긴 호흡으로 세대와 계층을 아우를 도량이 지역문화를 위한 활동에 준비되어야 합니다. 마포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고 봅니다.
이원재 : 그 동안 지역문화 관련 활동들을 하시면서 항상 창의적이고 대안적인 내용들을 많이 제안하고, 직접 실행하고, 사회적으로 확산해 오셨습니다.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재임하시는 기간 동안 새롭게 하고 싶으신 것들은 무엇인가요? 
김보성 : 커뮤니티아트가 이 땅에 소개되고 확산되는 과정을 보면서 주민들이 문화예술활동의 중심으로 성장하게 하는 일관적 정책이 지속화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포문화재단에서 그 일을 가장 모범적으로 전개하는 계기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이원재 : 마포문화재단은 “기초”문화재단입니다. 더욱이 현재 기초문화재단들 사이의 네트워크, 협의체를 대표하시는 자리에도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초문화재단들이 지역 주민들, 시민들을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가요?
김보성 : 주민들이 문화향유의 주체로 서게 하는 중요한 정책이 ‘문화예술교육’인데… 이 정책 전달체계가 늘 미숙한 단계에 머물고 있습니다. 초기 3년간의 기초지역문예교육센터 시법사업이 무위로 끝나고 다시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지원사업이 또 몇 년간 지속되었지만… 광역문화재단 내에서 문예교육지원센터의 조직위상은 참으로 터무니없는 수준입니다. 독립된 체계는 거의 없고 심지어 팀 단위도 아닌 단지 업무분장에 의한 개인업무 수준인 곳도 여러 곳입니다. 기초문화재단연합회를 통하여 기초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제대로 된 조직위상을 확립하고 지원사업을 펼칠 수 있는 전달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중앙정부의 마지막 정책전달체계를 완성하고 주민을 위한 문화향유의 요람을 기초문화재단에서 형성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이원재 : 마지막으로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 이전에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문화운동가이자 문화기획자이며, 지역문화 행정가의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앞으로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정책, 문화행정의 영역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접근하고 실천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요? 
김보성 : 어떤 성격의 정부가 들어서도 문화예술인들이 사회문화공공성과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일관되게 정책에 담아내고 실천하려는 의지가 변하지 않아야 합니다. 현재 (기초·광역)문화재단들이 하나같이 문화정책 연구와 실천은 뒤로하고 문화시설 관리운영 기능만을 강화하는 현실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지난 10년간 예술경영대학원들을 통해 많은 인력이 배출되었습니다. 이들을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예술경영대학원들과 공동연구로 교과과정을 개발하여 문화정책-문화행정의 현장 전문성을 실제 현장에서 습득하는 교육구조를 준비하여 문화예술행정 분야의 민간전문인력 양성을 위하여 보다 세심하게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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