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사회와 반자본주의(사회주의) 대중화 전략*(18호)

2013년 5월 23일culturalaction
[편집자주]2013년 5월10일부터 3일간 6회<맑스코뮤날레>가 “세계자본주의의 위기와 좌파의 대안”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자본주의의 위기’는 그동안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꾸준히 다뤄왔던 주제였습니다. 또한 2007년 시작된 세계경제위기가 6년째 계속되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맑스코뮤날레>의 주제로서 조금 늦은 감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세계경제위기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과 대안 모색을 중심으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이론적 교류와 논쟁의 장이되었던 6회<맑스코뮤날레>를 이번 문화빵 특집에서 다루어보았습니다.
① [첫째날 리뷰]세계 자본주의의 위기, 극복가능한가? / 박선영
② [둘째날 리뷰]이론적인 적-녹-보라 연대에 대한 논의를 너머, 실천적 적-녹-보라 연대를 위하여 / 최혁규
③ [셋째날 리뷰]한국사회와 반자본주의(사회주의) 대중화 전략 / 정재영 

한국사회와 반자본주의(사회주의) 대중화 전략

정재영

 자본주의를 타파할 방법이 있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이렇게 글을 쓰게 만드는 노트북도 자본의 산물이고 책을 구입하는 것도 자본을 거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2만원 짜리 사회과학 서적을 자본 없이 구입할 수 있을까?). 바꿔 말하면 자본이란 일상의 영역에 스며들어 타파하기 쉽지 않은 하나의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만약 당신이 자본에 포섭되기를 거부한다면, 산으로 들어가 모든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며 문화적 삶은 거의 포기하며 살아가야 한다.
 물론 자본을 비판하는 것과 거부하는 것은 다르다. 생활세계의 영역을 자본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과 필요에 의한 자본을 좌파적 시각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판이하게 다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자본주의적 삶보다 반자본주의, 풀어 얘기하자면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는 삶이란 무엇일까 질문을 던질 때가 왔다. 맑스코뮤날레에서 던진, ‘한국사회와 반자본주의 대중화 전략’이란 무엇인가?
 먼저 정성진 연구원(경상대학교)은 <한국자본주의에서 위기와 축적의 절대적 일반법칙>에서 현재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을 되짚어보며 반자본주의 대중화 전략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한다. 그에 따르면 1997년 IMF 위기는 87년 이후 제조업 부문 이윤율의 급속한 하강에 따른 구조적 위기의 연장선이며, 이는 현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또한 다수의 주장인 ‘신자유주의 금융화’의 영향으로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판단을 경계하며 97년 이후 한국경제의 구조변화는 ‘실물 부문에서의 자본의 집적과 집중의 심화’에도 있음을 주장했다. 또한 비정상적인 세계화의 심화를 언급하며 과도한 수출·수입의 증가 역시 한국경제의 위기를 부추긴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이렇듯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 아래 ‘대중화’ 전략의 방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먼저 장귀연 연구원(경상대학교)은 <정규직/비정규직 분할과 단결 가능성>을 통해 ‘정규직 이기주의’를 환기시키며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의 단결을 촉구한다. 그는 이를 위해 노동자들 간의 ‘공동체적 정체성’의 기반이 필요하며 그것은 감정과 정서의 유대뿐만 아니라 ‘전 세계 노동자는 하나’라는 의식 수준에 역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노동조합에서의 반자본주의 대중화 전략에 이어 고민택(노동자혁명당 추진모임)은 <당 건설 전략>을 소개한다. 그는 세계적 관점에서의 ‘사회주의-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혁명정당’의 당위성을 먼저 논한 후, 세계에서 일어난 반세계화운동과 반전대중투쟁의 의미와 한계를 짚는다. 여기서 노동자계급투쟁의 역할이 미약했다는 평가를 내리며 한국도 이에 동참해야 함을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상황 역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데, 고민택은 미완성인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주의 세력 사이의 당 건설 운동을 제기한다.
 이어서 배성인(한신대학교 교수)은 <반자본주의 대중화 전략을 통한 지역운동과 정치개혁 방안>에서 대중의 정치적 변화 요구에 따른 좌파 진영의 대안을 모색하고 더불어 정치와 정치의 바깥을 연결하는 대안 운동을 제시한다. 그의 말을 빌리면, “좌파운동이 대중에 착근하기 위해서는 ··· 현장투쟁은 물론 사회 운동과 학술·문화운동 및 지역운동과 생활운동‘이 활성화되어야 하고, 이들 운동 간의 전국적인 연계망이 구축되어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정당·사회운동의 기반인 ‘지역’을 중심으로 움직이되, 현실인 중앙정치 역시 끌어안고 가야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이원재(문화연대)는 <사회운동의 새로운 주체형성을 위한 전략 -조직문화/운동문화의 혁신과 대중화 방안>에서 보다 구체적인 주체형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2000대 이후 사회운동의 위기를 언급하며 새로운 주체형성을 위한 지형을 그릴 것을 주문하는데,  SNS의 발달로 인한 주체의 소통 구조의 변화와 지역 커뮤니티 거점의 대안운동의 영역을 주시하며 또 다른 주체 찾기에 나선다. 그것의 준거점은 먼저 ‘비자본주의적 생존법’의 확산에서 시작해야 하며, 더불어 공급형 삶에서 벗어난 ‘자기주도적 삶의 구조로의 전환’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체형성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주체를 엮을 수 있는 커뮤니티 전략과 함께 기존 지식권력의 중심에서 벗어난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 ‘한국사회에서 반자본주의(사회주의) 대중화 전략’을 고민해본다. 이미 체화되어 자본주의에 물든 자신을 눈치 채기조차 힘들게 되어버린 신자유주의 시대 아래에서, 이를 뚫고 나갈 힘과 전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살펴본 것처럼 이미 정치, 대중, 교육, 노동운동 등 각자의 영역에서 수긍할만한 이론을 생산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허공에서 떠도는 추상이 아니며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된 경험에서 나온 산물이다. 이 시점에서 나름의 주관적인 결론을 내린다면 ‘끊임없는 연대의 고민’이지 않을까. 마지막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은 수많은 청자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을 변화에 대한 의지, 그리고 비록 주장하는 바는 다를지라도 끊임없는 논의에 참여하는 이론가들의 지적 열망이 곧 대중화의 초석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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