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이론적인 적-녹-보라 연대에 대한 논의를 너머, 실천적 적-녹-보라 연대를 위하여(18호)

2013년 4월 23일culturalaction
편집자주]2013년 5월10일부터 3일간 6회<맑스코뮤날레>가 “세계자본주의의 위기와 좌파의 대안”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자본주의의 위기’는 그동안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꾸준히 다뤄왔던 주제였습니다. 또한 2007년 시작된 세계경제위기가 6년째 계속되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맑스코뮤날레>의 주제로서 조금 늦은 감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세계경제위기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과 대안 모색을 중심으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이론적 교류와 논쟁의 장이되었던 6회<맑스코뮤날레>를 이번 문화빵 특집에서 다루어보았습니다. 
 
① [첫째날 리뷰]세계 자본주의의 위기, 극복가능한가? / 박선영 
② [둘째날 리뷰]이론적인 적-녹-보라 연대에 대한 논의를 너머, 실천적 적-녹-보라 연대를 위하여 / 최혁규
③ [셋째날 리뷰]한국사회와 반자본주의(사회주의) 대중화 전략 / 정재영 
 
 

 

이론적인 적-녹-보라 연대에 대한 논의를 너머, 

실천적 적-녹-보라 연대를 위하여

<자본주의와 가부장체제, 적-녹-보라, 새로운 주체형성>

 

 
 
 

최혁규

 
제6회 맑스코뮤날레 <세계자본주의의 위기와 좌파의 대안>의 중심부를 이루고 있는 논의는 ‘적-녹-보라 연대’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대안’이라는 용어에 알맞은 것들은 맑스주의-생태주의-여성주의 연대에 대한 것들이다. 전부터 “자본주의와 가부장체제, 적-녹-보라, 새로운 주체형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이것에 대해 논해볼 수 있는 자리는 마땅치 않았다. 이번 맑스코뮤날레가 짧지만 이런 논의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자리이지 않았나 싶다.
 
먼저 <가부장체제와 적녹보라 페러다임>에 대해 발제를 했던 고정갑희는, 자본주의와 가부장제를 넘어 가부장체제를 제시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해 반가부장체제인 적녹보라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그는 기존 가부장제론은 자본주의적 생산을 건드리지 않은 채 가부장적 생산을 이야기하거나 자본주의적 생산의 일부로서 여성의 노동을 재생산으로 이야기한다고 하며 이런 부분은 한계를 갖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한계가 가진 문제를 직면하고 지금을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고 하며 적녹보라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적녹보라 패러다임이란 노동, 생태환경, 성을 함께 고려하면서 운동의 전환이 일어나는 것을 기대하는 패러다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현재와는 다른 대안적인 생산-노동-경제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어서 심광현은 <적-녹-보라 연대의 이론적 쟁점과 과제>에 대해 이야길 했는데, 그에 따르면 세계자본주의적 착취와 수탈에 맞서야 할 저항 운동들이 분리와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악순환을 넘어설 이행의 계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저항운동들의 적극적 연대인 ‘적-녹-노라 연대‘가 시급하다고 얘기하며, ’자본에 의한 인간과 자연의 실질적 포섭‘의 거대한 순환회로와 이 회로에서 각 운동들이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론적 규명을 하고, 각 운동들 간의 <내재적 포함 관계>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박영균은 자본주의 체제 내부의 중심을 이루는 자본/임노동의 모순이 있지만 오늘날은 자본과 임노동이라는 체계 안으로 모든 사람들을 포획한다고 하며, 이러한 자본주의의 내적 완결성이 사실상 그 외부에 의존하고 이런 외적 한계가 내적인 모순과 갈등을 통해 투쟁으로 전화한다고 한다. 자본주의는 노동으로부터 노동력을, 성-사랑으로부터 생식을, 자연을 에너지의 저장소로 분리시킴으로써 세계 전체를 ‘물질적 욕망, 부의 탐욕스런 욕망’의 대상으로 바꾸어 놓지만, 이런 분리가 위기를 유발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오늘날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주체의 형성은 ‘적-녹-보라의 연대적 주체’일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이런 주체는 절대적 빈곤화와 빈부격차의 증가, 과잉인구의 출현은 자본주의체제의 내적 논리가 낳고 있다는 문제 의식을 자각함을 통해 생산-소비의 자치적 공동체인 ‘코뮌’을 이 사회 곳곳에서 구성해 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우회적으로 <자본주의의 내/외부와 주체 형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이런 논의들을 거치면서 서영표는 녹색사회주의라는 새로운 틀을 제시한다. 그는 <여성주의와 생태주의, 그리고 녹색사회주의-불편한 동거 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발제를 통해 마르크스주의, 여성주의, 생태주의 사이에 존재하는 이견의 차이를 부정하거나, 각각을 대체하는 새로운 틀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통해, 녹색사회주의가 연대의 토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또한 그는 우리가 처한 모순적 현실이 대한 과학적 분석을 목적으로 하는 이론적 논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각 입장은 자신의 주장을 체계적으로 제시해야 하지만 이렇게 체계적으로 제시된 이론이 경험과 실천을 통해 재해석되고 수정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뭉뚱그려진 ‘정의’, ‘권리’, ‘분배’가 아니라 또는 추상적인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구체적인 삶 속에서 경험되는 억압과 착취의 정서를 일깨워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차가운 과학적 분석만으로 저항주체를 만들어 낼 수는 없으므로 과학적 분석을 포기하지는 않지만 과학과 객관적 지식이 감성, 느낌, 공감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은숙은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길 했는데 <적녹보라 패러다임과 새로운 주체 형성>이라는 큰 틀에 대해 논의를 했다, 그는 오늘날의 현실과 운동들이 적녹보라적 주체를 요구하고 있다고 하며, 적/녹/보라 각각의 장벽에서 적-녹-보라 연대, 그리고 적녹보라까지로의 패러다임 변화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새로운 정체성과 어떻게 정체성의 재구성과 재설정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가장 주목해볼만한 발제는 권명아의 <음란과 혁명: 색을 얻지 못한 자들과 색스러운 자들>인데, 이는 풍기문란이라는 한국 사회의 특이성을 담지한 역사적 범주를 사용하는 것을 하나의 정치적 입장으로 제기한다. 그는 풍기문란이라는 문제 틀을 사유하는 것이 주체 구성, 그리고 정치적 주체의 등장을 사유하는 데 어떠한 이론적이고 실천적인 방법론적 프레임을 제공하는지를 논의하고자 하며, 정치적 주체화와 정념의 정치적 이행의 현실화의 가능성 혹은 잠재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이런 발제들과 토론들의 가장 절실한 문제는 심광현의 말처럼 ‘적/녹/보라’의 분리와 반목이 어떤 이행의 과정을 통해 ‘적-녹-보라’ 연대로 나아갈지에 대한 것이다. 이질적으로 보이는 이 세 가지가 진심으로 서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할 때에만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맑스주의와 생태주의와 여성주의가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 더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공통분모를 형성해야 한다. 또한 적-녹-보라의 연대는 이론만의 영역만에서만이 아니라 운동의 영역에서도 중요한 화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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