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zen]음악 페스티발의 전성시대, 그리고 51플러스 페스티발(17호)

2013년 5월 8일culturalaction

음악 페스티발의 전성시대, 그리고 51플러스 페스티발

박선영(문화연대)

바야흐로 2013년은 음악 페스티발의 해이다. 굵직한 축제들만 살펴봐도 4월말에 열린 <뷰티풀 민트 라이프>를 시작으로 매달 대형 음악 페스티발이 줄지어 열리고 있다. 휴가철과 같은 성수기에는 축제들의 경쟁으로 쉬어가는 주가 없을 만큼 일정들이 빼곡하게 차여져 있다. 그래서 올해는 <지산월드락페스티발>과 <펜타포트락페스티발>, <부산국제록페스티발>이 같은 날 시작해서 같은 끝나는 음악 매니아 입장에서는 살짝 짜증이 나는 일정이 짜여졌다. 물론 기획 측에서도 너무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겠지만…
뷰티플 민트 라이프 2013
상황이 이러다보니 축제간의 프로그램 경쟁도 심해졌다. 하지만 음악 축제의 프로그램이라고 해봐야 다른 부대시설이나 관람환경들은 거의 다 거기서 거기이고 결국은 라인업 싸움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라인업 싸움의 핵심은 누가 얼마나 더 유명한 헤드라이너를 잡느냐는 것이다. 작년에 <지산락페스티발>에서 헤드라이너로 “라디오헤드”를 초청하면서 그해 여름을 평정했듯이 말이다. 더 유명한 해외스타를 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은 고스란히 티켓값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국내의 조금은 덜 알려진 팀들을 발굴하는 재미로 락페스티발을 찾는 필자 같은 경우는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치솟는 티켓값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런 의미에서 5월4일 문래예술공장에서 열렸던 <51플러스 페스티발>은 다른 음악 페스티발과는 다른 돌연변이 같은 축제이다. 일단 하루 안에 51개팀이 참가하는 공연을 기획한다는 것부터 상업적이지도 않고 관객을 배려하지 않는 살인적 라인업은 전혀 효율적이지도 않다. 게다가 티켓값도 다른 페스티발의 절반 수준에다가, 해외 유명스타나 소위 락페에서 잘나간다는 팀들도 라인업에서 찾기 힘들다. 치열한 경쟁 속에 획일화되는 여타 페스티발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점이 <51플러스 페스티발>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51플러스 페스티발에서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공연
<51플러스 페스티발>은 이명박 정부당시 철거위기에 놓였던 홍대 앞 두리반이라는 칼국수집에 뮤지션들이 모이면서 기획되었다. 노동절인 5월1일에 51+개 팀이 모여서 페스티발을 해보자는 제안으로 시작되어, 두리반 철거농성장에서 열렸던 당시 <2010 전국자립음악가대회 뉴타운 컬쳐파티 51+>는 2,000명 이상의 사람이 몰려들면서 대성공을 이루었다. 그 축제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며 진정한 인디뮤직 페스티발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은 왜 뮤지션들이 홍대 앞 음식점의 철거 투쟁에 동참을 했냐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 견해가 맞아서 참여한 사람도 있겠지만 이렇게 까지나 많은 뮤지션들과 관객들이 동참을 했다는 것은 단순히 이런 해석으로는 설명이 되지는 않는다. 그 배경에는 최근에 일어난 홍대 앞의 변화와도 관계가 있다. 홍대 앞이 예술인들이 모이고 예술의 명소로서 자리 잡게 되면서 땅값이 급등하게 되었고, 오히려 홍대에서 뮤지션들이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들이 임대료를 못 버티고 떠나버리게 된 것이다. 홍대지역이 뮤지션들에 비해서 공연장이 부족해지면서 무명 신인 뮤지션들은 홍대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게 되었다.
두리반 투쟁과정과 자립음악생산조합 결정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51+>에서 한 뮤지션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유롭게 눈치안보고 돈 걱정안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었고 그때 모이게 된 곳이 두리반이었다” 라고. 결국 철거민들이나 홍대 앞 무명 뮤지션들이나 자본의 무분별한 유입과 개발로 갈 곳을 잃은 같은 처지였던 것이다. 그리고 두리반에서의 활동 등이 시작이 되어 자립음악생산조합의 결성에 까지 이르게 된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은 단순히 뮤지션들의 처우개선과 권리보장을 외치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공연도 기획하고 음반도 내는 뮤지션들의 ‘자립’을 위한 활동도 같이 하고 있다.
홍대에서는 아직도 공연을 하고 공연비를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홍대의 클럽사장님과 평소에는 형동생하고 지내다가도 일을 할 때는 갑을 관계로 변한다.”라고 한 뮤지션은 이야기 한다. 이 말은 클럽사장들이 나빠서거나 뮤지션들을 착취해서라고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결국 사회 구조의 문제이고 소수 뮤지션들만 이윤을 독차지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의 문제이다.
다시 페스티발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음악 페스티발이 많이 생긴다는 것은 음악을 사랑하는 팬의 입장으로서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획일화된 라인업과 스타 뮤지션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음악계의 또 다른 빈익빈 부익부를 양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형 음악 페스티발이 많아지면서 클럽이나 소규모 공연은 상대적으로 더욱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음악 페스티발에 참여하는 뮤지션들은 페스티발에 계속된 초청을 받기 위해서 자본이 요구하는 음악을 할 수 밖에 없다. 방송사와 대형기획사의 커넥션으로 소수 아이돌 그룹만 배불리는 구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자본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음악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번 <51플러스 페스티발>에서 다양한 음악들이 공존하고 공연자와 관객이 서로 어우러지는 과정에서 그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그러기에 앞으로 그들의 행보가 더욱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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