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깡총] 기술놀이 세미나 _ 해킹 : 비트에서 아톰으로 (17호)

2013년 5월 8일culturalaction

기술놀이 세미나 _ 해킹 : 비트에서 아톰으로  

청개구리 제작소 

청개구리제작소의 첫 번째 <기술놀이 세미나x워크숍>이 지난 4월에 4회에 걸쳐 열렸다. <기술놀이 세미나x워크샵>에서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제작(Make) 문화의 흐름에서 주목해서 봐야 할 해킹과 오픈소스 문화에 대한 것을 다루었다. 해킹은 기술문화, 정보정치, 디지털경제의 핵심의 위치에 있는 기술문화 정치적 실천으로 세미나에서는 해킹의 역사와 철학을 시작으로 제작문화에서 나타나고 있는 오픈소스 하드웨어와 해킹에 대한 새로운 쟁점에 이르기까지 해킹문화의 다양한 지형을 소개했다. 이번 <청개구리 깡총!>에서는 세미나의 내용을 발췌 및 요약해서 소개한다.

1. 첫 번째 세미나 _ 해킹의 간략한 역사 

첫 번째 세미나에서는 미국에서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이후에 서로 다르게 나타난 해커 문화를 살펴보며 해킹 문화의 다양한 지형을 탐색했다.
‘hack’ _ 햌은 자르다, (도끼로) 나무를 패다. 쓸 데 없는 일에 열중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작업과정에서 느끼는 순수한 즐거움을 가진 프로젝트나 그에 따른 결과물을 의미하는 햌은 1950년대 미국의 매사추세츠 공대 대학생의 하위문화로 시작되었다. MIT에서 철도시스템을 연구하고 모형을 만들던 동아리 ‘테크모델철도클럽(Tech Model Railroad Club)’은 MIT에 인공지능연구소에 학생들의 접근이 불가능한 컴퓨터가 들어오자 이를 무단 접근을 통해 컴퓨터의 작동 과정을 새로 고안하고 프로그래밍 했다. 이들은 이를 ‘햌’한다고 표현했다. 이렇게 해킹의 기원이 시작되었다. ‘순수한 즐거움’에서 시작한 햌은 컴퓨터에 대한 접근이 관료주의 통제에 막힌 것, 지적 탐구로서 자신들의 해킹으로 만들어 진 프로그램이나 정보를 기업이나 연구소가 독점해 가는 것에 반감을 가지며 컴퓨터 자원에 대한 접근 권리와 정보 공유 정신을 담은 ‘해커 윤리’를 만들게 된다. 이렇게 해서 1906년대 MIT의 해커 공동체는 “정보는 자유로워야 한다 (All information should be free)”라는 해커윤리를 중의 하나를 선언하게 된다.
1960년대 벨연구소가 개발한 유닉스((UNIX)는 해커 친화적으로 운영체계로 알려져 있다. 해커 친화적 운영체계는 특정한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고 어떤 컴퓨터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때 컴퓨터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해킹언어인 C프로그래밍 언어가 개발된다. 1970년대에는 전쟁과 공동체 통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컴퓨터에 대한 반대 정서와 함께 반전운동과 히피문화를 배경으로 최초의 정치적 해커 공동체들이 출현한다. 컴퓨터 자원의 민주화에 대한 요구의 시작이다. 70년대 말에는 개인용 컴퓨터(PC)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고, 전자게시판(BBS) 프로그램이 개발되었다. 컴퓨터의 보급으로 인해 비디오 게임과 컴퓨터 게임의 활성화 되었고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 미디어로서의 컴퓨터라는 인식의 확장을 가져왔다. 1980년대에는 소프트웨어에 저작권이 적용되었고, 청소년들은 전자게시판을 통해 해킹을 접하게 된다. 이 시기에 해킹을 인터넷을 통해 일어나는 침입이라는 불법적 행위로 보는 시각이 나타나면서 해킹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1990년대에 이르면 “해커와의 전쟁”으로 인해 컴퓨터 가상공간에 대한 최초의 사법적 권력이 직접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이에 대항하는 해킹행동주의는 두 가지 흐름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독점 소프트웨어, 국가의 인터넷 검열에 저항하며 정보와 표현의 자유운동을 확산해 가고, 다른 흐름은 온라인 직접행동, 독립 미디어 등을 통한 해킹행동주의로 사회정의와 연대를 강조한다.
이렇듯 기술과 정보의 사유화와 지적 재산권이 강화되면서 컴퓨터나 인터넷, 소프트웨어는 공동생산물, 공유의 자산이 아니라 대량소비사회 속에서 상품으로 변모해 갔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해킹과 같은 자율적 기술접근과 이용은 통제되어야 했다.

 2. “정보는 자유롭기를 원한다” –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FLOSS) 해킹

두 번째 세미나에서는 자유•오픈소스소프트웨어(FLOSS, Free, Libre, Open source Software) 해킹의 역사와 철학을 다루었다. 이를 위해 벨연구소, 유닉스(UNIX), 지적재산권 체제, 그누(GNU) 프로젝트, 일반공중라이선스(GPL), 리눅스, 오픈소스, “정보는 자유롭기를 원한다”의 돌연변이들을 추적한다. 특히 “잘 가라 자유소프트웨어, 반갑다 오픈소스”를 외치며 오픈소스창시(OSI)가 제안한 정보자본주의의 사업모형(정보의 공유를 통한 사유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유소프트웨어 해킹이 갖는 정보의 정치경제 비판과 대안의 잠재력이 어디에 있는지 따져 보았다.
1960년대까지는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와 함께 제공되었다. IBM은 소스코드를 함께 배포함으로써 컴퓨터 사용자가 함께 기능을 향상할 수 있도록 권장했다. 그래야 더 많은 컴퓨터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해커친화적인 벨연구소의 유닉스는 특정한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개발과 확산을 위해 저렴한 컴퓨터에 맞게 설계되었고 소스코드도 함께 배포되었다. 그러나 70년대 말 이후 개인용 컴퓨터 발전과 보급으로 인해 소프트웨어 상품 시장이 성장하면서 소프트웨어는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고 정보 상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1980년대에는 소프트웨어에 주요한 일이 생긴다. 이 시기에 소프트웨어에 저작권을 적용하게 되었고, 특별히 누구의 것이라고 할 것 없이 공유돼 온 유닉스도 사유화 되었다. 기업이 하나의 생산물을 공동 저자들(프로그래머 공동체)로부터 빼앗을 수 있는 현실이 도래된 것이다. 당시 자신들이 만든 것을 빼앗긴 상실감에 빠진 해커들은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리차드스톨만의 “소프트웨어는 자유로워야 한다 (Free Software)”와 그누(GNU)선언에 이르기까지 저항적 오픈소스운동이 시작된다. 자유소프트웨어의 오픈소스의 목적은 이용자의 자유를 위한 소스코드의 공개와 공유이다. 즉 소스코드에 접근 가능하다는 것은 ”프로그램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 그 작동방식을 변화시키면서 프로그램에 개입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이용자가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 해킹이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1991년 헬싱키 대학의 대학생인 리누스 토발즈는 그누(GNU)의 핵심 커널인 리눅스를 개발해서 배포한다. 이때부터 인터넷은 확산되며 전 세계의 프로그래머와 이용자들은 실시간으로 자료를 교환하며 이전과 다른 지구적 공동체를 형성해 간다. 디지털 경제의 시작이다.
정보의 가치는 두 가지 차원에서 의미를 갖는다. 소프트웨어의 자유 배포를 통해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창조되는 가치와 빌게이츠처럼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약함으로써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듯 지적재산권 대 정보의 자유•공유의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오픈소스는 자유소프트웨어의 “자유(freedom)”보다는 “열림(openness)”을 강조한다. 이는 완성한 것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미완성을 협업해서 완성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시장적 개발방식과 맞닿아 있다. 많은 기업들이 오픈소스에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의 오픈소스 투자이유에는 ‘노동’의 문제가 있다. 이른바 노동의 외주화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공개된 소스로 자유노동을 유인하는 아웃소스의 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좋은 것의 이면에 기생하는 것들을 주목해 봐야 한다. 그래서 두 번째 세미나에서는 자유, 공개, 공유가 언제나 좋은 것인가? 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른바 부상하고 있는 오픈소스의 자본주의는 결국 이용자의 기술의 대한 통제가 하나씩 없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그누의 오픈 소스 코드는 이용자의 자유와 해킹에 열려진 것이었다면. 최근의 오픈 소스 문화는 기업의 투자와 사유화 즉 기업의 해킹에 열려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 “물건도 자유롭기를 원한다. – 하드웨어 해킹 혹은 제작 문화의 부상

제작 문화의 지형도
3번째 세미나에서는 제작문화에 대한 개념의 이해를 위해 해킹이 비트(정보)에서 아톰(물질, 물건, 사물)으로 확장되면서 어떤 일들이 벌어 질 수 있는지에 대해 점검해 보았다.
제작문화의 역사적 뿌리와 전통은 4가지 갈래로 볼 수 있다. 공동체 문화에 기반을 둔 일상의 제작, 1960년대 MIT 해커에서 시작된 순수한 즐거움을 위한 해킹문화, 1970년대 이후 DIY윤리와 문화 그리고 FLOSS의 성공과 확장, 그리고 자본주의 4.0의 등장에 따른 사회적 경제, 공유 경제 맥락에서 동시대의 제작문화의 부상이다.
특히 최근 부상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 공유경제,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문화는 노동의 재조직화를 예고한다. 손수 만들어보는 DIY 취미나 하위문화는 전문화되거나 경제 활성화를 위한 활동으로 변모되면서 정부나 기업이 지원이 늘어나고 있다. 이 또한 자유노동에 기생해 가려고 하는 기업의 이면을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세미나에서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분석한 한국 제작문화의 특성 또한 주목할 만하다. 한국의 제작문화는 취미 차원에서 자리 잡고 있는데 앞서 소개했던 해커윤리와 FLOSS의 전통이 약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사회 경제적 맥락에서 부상하고 있으며 위로부터의 경제 패러다임에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이 맥락에 대해 청개구리 제작소는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정보나 지식은 공유되어야 할 중요한 사회적 자원이다.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 테크놀로지와 인프라는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가치와 철학은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 질문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주변에 많은 제작공간이 생성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팹랩, 테크샵, 해커스페이스, 메이커스페이스, 생활 공방, 마을예술창작소에 이르기까지 제작 문화가 공간과 공유차원에서 부각되고 있다. 이는 분명 우리 생활과 삶에 중요한 자원으로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공유지로 자리 잡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해 봐야 한다.
청개구리 제작소는 제작문화의 급진적 진화를 위해 제작자가 가져야 할 해커문화의 가치와 철학을 좀 더 강조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세미나에서 인용되었던 다음 문장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해커는 장애물을 뛰어넘어 기존의 시스템을 다시 연결하는 것 – 그 시스템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일 수도 있고, 부엌, 직물, 교육, 사회화일 수 있다. 반면, 메이커는 꼭 벽이나 장벽을 허물거나 기존 시스템을 뒤집는 것이 아닐 수 있고 그저 ‘손수’ 물건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Lisha Sterling,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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