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자율적인 삶의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것(17호)

2013년 5월 8일culturalaction

자율적인 삶의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것

최미경(문화연대 시민자치문화센터)

 

이 글은 2013년 4월 24일 이주민문화예술센터 프리포트에서 진행된 “대안을 준비하는 문화정책포럼(4월): 문화적인 삶의 방법들_직접 만들어가는 삶” 후기입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다. 현대인이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도 행복해질 수 있는가?란 질문.
한때 자본주의사회에 발맞추어 살아간 적이 있었다. 매달 월급을 받았고 일정정도 저금이란 걸 하고 사는 삶, 거기에서 벗어난 건,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6일을 임금노동하고, 하루는 죽은 것처럼 쓰러져 자는 삶은 매달 통장에 찍히는 숫자 때문에, 그 덕분에 소비할 수 있는 상품 때문에 잠시, 순간적으로 안심할 수는 있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임금노동에 종속되지 않는, 자율적인 삶은 가능한가? 이 질문에서부터 “대안을 준비하는 문화정책포럼(4월): 문화적인 삶의 방법들_직접 만들어가는 삶”은 출발한다. 포럼에서는 4가지의 삶과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생태적 문화귀촌과 제작문화, 강원도 화천에서 연극하는 극단뛰다, 인문학이 어떻게 삶과 연결될 수 있을까를 연구한다는 아프꼼, 인천에서 공동으로 주거하며 강원도에서 함께 텃밭농사를 짓고 있는 우리동네사람들(약칭 우동사)의 삶.
‘생태적 문화귀촌과 제작문화’를 발표한 시민자치문화센터 공동소장 이광준은 지역에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기만족적인 삶을 설계하기보다는 문화적인 관계구조를 생각하면서 귀촌해야 하고, 자신의 이상을 마을에 투여하는 게 아니라, 지역, 마을의 환경, 문제점들을 파악하면서 귀촌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덧붙여 제주도에서 행복해지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갖는 것과 귀촌하여 살 때 필요한 것들을 직접 제작하는 기술 등을 스스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제작문화’ 관련해서는 생산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지는 사물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미디어, 프로그램, 기타 등등 다양한 차원에서 자원순환, 기술, 노동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새로운 제작, 실험 등을 해보고 있으며 새로운 제작 과정을 통해서 제작자로서의 삶의 가능성을 다시 읽고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모임 아프꼼은 인문학을 어떻게 삶과 연관시킬 수 있을까를 연구하며, 스스로를 지식공동체라고 부르지 않고, 삶과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학술대회나 워크숍을 할 때, 포스터나 사진 등도 아프꼼 자체에서 협의하고 제작하고 기획하며 그렇게 작업하는 이유는 강연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의 작업이 결합되어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라고 했다. 부산의 대안공동체들과 함께 부산지역을 네트워킹하고 국경을 넘어보자는 생각으로 국제학술대회도 개최하는 등 예술가들의 작업, 삶, 연구 등을 연결할 수 있는 글쓰기와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우리동네사람들의 약자인 ‘우동사’는 머리로만 생각해 왔던 것을 함께 살면서 함께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같이 해 왔다고 했다. 내가 확장되니까 남이 보이고, 꿈꾸던 것이 현실이 되는 것을 체험하면서, 나에서 우리로 확장된 것처럼, 우리에서 더 확장하자라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자립과 귀농을 생각하다보니까 한적한 전원생활을 꿈꾼 게 아니라 소통하려고 하는 것이 귀농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농사를 지으면서 함께 모여 소비하는 문화가 아니라 직접 생산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개인의 안전만을 위해 에너지를 쓰는 게 아니라, 인천에서 공동주거하면서 강화도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생활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고, 자본에만 의지하는 안심된 사회가 아닌,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삶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극단 뛰다’의 작업은 세 가지 주제로 움직여왔는데 ‘진화하는 연극’ ’저항과 치유의 연극’ ’유목하는 연극’이라고 한다. 진화하는 연극이란, 하나의 틀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것들을 찾아 연구하고 변화해가는 연극을 하겠다는 의지이고, 저항과 치유의 연극이란 연극이 미학적인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연극의 과정을 통해 나와 나를 만나는 사람들의 삶이 더 아름다워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이고, 유목하는 연극은 사람들 사이로 스며들어가 그들의 삶 안에서 연극이 새롭게 생명을 얻어 축제가 되는 꿈이며 이 세 가지 주제를 다른 말로 바꾸면, 창작과 연구와 공동체라고 했다. 극단 뛰다가 화천으로 문화귀농한 가장 큰 이유는 연극이라는 예술이 기존의 방식대로 시장의 논리 안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연극을 지속할 수 있기 위해서는 연극이라는 예술이 이 사회에서 존재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었을 때이기 때문에, 강원도 화천이라는 지역에서 마을주민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기 위해 시골마을 예술텃밭을 운영중이라고 했다.
토론에서는 경제적 자립, 관계를 지속할 수 있었던 힘,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공공지원이 자립을 만들어내고 있는가?란 질문에서는 현재의 정책전달체계에 대한 다른 디자인-실험적인 활동이 있는 곳에 디자인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관계를 지속하는데 있어서 어려움, 함께 살면서 혹은 작업하면서 서로 싸웠던 소소한 얘기들도 나누었다. 공동주거하는 우동사에서는 처음에 빨래통에 빨래를 넣는 습관 등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활동의 방향까지 다양한 지점에서 싸웠다고 했다.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본심을 얘기하는 연습이라고 했고, 자립은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예를 들어 함께 밥을 같이 하고 같이 먹는 습관-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삶의 습관을 바꾸고 소통하려는 마음이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이며, 함께 했을 때(부족을 만들면)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자율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공동체에 대한 다른 상상력, 서로에 대한 지지, 불편함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부대끼려는 의지, 그것이 자율적인 삶의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포럼에 참석한 우리들은 함께 저녁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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